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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rince et Ses Fleur [완결]

[홉른/국홉] Le Prince et Ses Fleur #07 [완결]

by 1mpulse 2020. 12. 28.

by Impulse

 

 

 

 

 

 

나는 오랜간의 여행을 마치고 나의 별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나의 꽃은 내가 선물해 준 귀마개를 하고 신경질이 잔뜩 난 화산을 달래가며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는지, 무척 곤란한 듯 정신이 없어보였죠.

 

나는 그런 그에게 등을 진 채로 나의 별을 반대로 걷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뒤에서 말을 걸어 겁 많은 그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오랜만에 마주하는 그의 얼굴을 멀리서부터 천천히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다가가는 나를 그가 다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거든요.

 

 

 

 

 

나는 걷고, 걷고, 또 걷습니다.

 

걷고 있는 나의 머리 위로, 수 많은 사람들의 별들이 제각각의 모양을 하고 지나칩니다.  그 중에는 내가 여행하는 동안 가 보았던 별도 있고, 내가 모르는 사이 새로이 생겨난 별도 있습니다. 그런 소소한 변화 속에서도 나는 나의 별에 돌아왔음에 안정감을 느낍니다. 이곳에는 나의 작은 커피나무가 있고, 나의 심술궂은 화산이 있고,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나의 꽃이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점점 발걸음을 빨리합니다. 

 

벌써 별의 절반을 지나온 나의 마음은 행복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조금 더 걸음을 재촉하여 그에게 가까워질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을 느끼게 되죠. 마침내 지평선 너머로 그의 실루엣이 나의 별에 다시 뜬 햇빛처럼 둥실 솟아올랐을 때, 나의 마음은 안절부절 못하게 됩니다.

 

나는 좀 더 빨리 걷다가, 더욱 더 빨리 걷다가, 이내 달리기 시작합니다.

 

그를 향해 달리기 시작합니다.

 

 

 

 

 

나의 꽃이 드디어 숙였던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봅니다.

 

그의 시선 속에서 나는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요.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그의 얼굴에서 형형색색으로 변화하며 빛나는 무지개를 봅니다. 

 

자신이 본 것을 의심하며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자신이 본 것을 확신하며 두 눈이 크게 뜨여졌다가. 나를 향한 반가움으로 한껏 빛이 나다가. 그 동안의 시간이 한꺼번에 쏟아진 것 처럼 왈칵 울상을 짓다가. 그것들을 털어버리듯 고개를 흔들고. 그 모든 것을 기쁨으로 치환하며 붉게 달아오르다가.

 

이윽고 그 모든 것이 섞인 보랏빛 웃음 소리가 행복감으로 폭죽처럼 팡팡 터져나올 때.

 

나는 그의 귀를 덮고 있는 솜사탕 같은 귀마개를 조심스럽게 빼내고 말합니다. 

 

 

 

 

 

 

 

 

 

"보고싶었어."

 

 

 

 

 

 

 

 

 

제일 먼저 그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그 말은.
가장 간절했던 나의 소망입니다.
오래간 쌓아둔 나의 마음입니다.

 

온갖 알록달록한 감정들로 반짝이던 그의 눈이 웃음의 뭉개구름 사이로 숨어버리고, 발갛게 달아오른 그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만개한 꽃이기에.

그 모든 순간을 담고 싶어 눈깜박임조차 잊은 나에게, 나의 꽃은 기쁨과 행복감이 섞인 밝은 목소리로 나에게 대답합니다.

 

 

 

 

 

 

 

 

 

"...나도!!"

 

 

 

 

 

 

 

 

 

그런 그를 나는 내 품 안으로 한가득 당겨 안았습니다. 

 

아직 화산은 터지지도 않았는데. 하지만 그것이 뭐가 중요할까요. 더 이상 화산은 나의 변명거리가 되지 않습니다. 그저 솔직한 나의 마음이 이끄는대로, 그의 목덜미에 한가득 고개를 파묻고 힘껏 숨을 들이켜 그리운 그의 꽃향기에 한껏 취합니다.

 

"...네가 준 귀마개 덕분에 화산이 터져도 놀라지 않았어."

 

"...다행이야."

 

"네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석양이 지는 것을 보았어. 너는 그걸 보는 걸 좋아했잖아. 저길 봐. 15098번째 석양이 지고 있어. 그리고 화산이 터지는건 여전히 무섭지만, 너는 그 소리를 그리워할 것 같아서 열심히 청소를 해두었어. 그런데 나는 여전히 너처럼 능숙해지지 못해서 화산이 자꾸 투정을 부려. 그리고 또... 아, 또 내가 너무 시끄럽게 말이 많았나...?"

 

그럴리가요. 

 

내가 남기고 떠나간 그의 상처가 그의 말에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지만, 그것을 지나간 묵은 상처로 만들 수 있는 힘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을 배우기 위해 떠났던 여행인걸요.

 

 

 

 

 

"아니... 더 이야기 해줘. 더 듣고 싶어."

 

나의 등 뒤로 둘러진 그의 팔에 힘이 들어가는 것으로, 나의 말이 그에게 전해졌음을 느낍니다. 그 말이 그의 상처를 조금은 회복시켰을까요. 아무쪼록 그러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가만히 숨을 고르고 모든 것을 의지하듯 나에게 기대오는 그에게 희망을 품습니다.

 

재촉하듯 껴안은 몸을 흔들며 아이처럼 보채는 나에게 나의 꽃은 까르륵 웃음을 터뜨리곤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네가 보고 싶을 때 하늘의 별들을 쳐다보았어. 그 속 어딘가에 네가 있을테니까. ...찾는데 성공한 적은 없었지만."

 

"나도."

 

"어떤 날은 너처럼 은하수를 여행하는 손님들이 별에 찾아온 적도 있었어. 그들에게서 너의 이야기를 물었지만 안타깝게도 모른다고 하더라. ...그날은 조금 많이 슬펐던 것 같아."

 

"...많이?"

 

"아주 조금... 그런데 많이. 그래서 그 날은 네가 좋아하던 석양을 많이 보았어. 아주 아주 많이. 웃기지?"

 

나의 품에 파뭍힌 채 가만히 목울대를 울리며 웃는 그 웃음소리가 어쩐지 물에 젖은 듯 눅눅한 것 같아서. 나는 또 다시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그러면서도 나의 등을 어루만지고 토닥이는 그의 손은 어찌나 그리도 따뜻하고 설레는지.

 

그런 그를 위로하기 위해 나는 그를 더욱 가까이 품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이제는 내가 그에게 말합니다.

 

 

 

 

 

"...여행을 다니면서, 너의 목소리가 그리웠어."

 

"...정말?"

 

"응, 정말로 많이. 네가 뭘하며 지낼지 궁금했어."

 

"......그랬구나."

 

"네가 화산 소리에 놀랐을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어. 그래서 화산이 터질 때가 되면 걱정을 했어."

 

"................"

 

"그리고, 나는 너를 사랑해."

 

".....................알아."

 

 

 

 

 

그는 여전히 자신의 쑥쓰러움을 감추고 싶어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안다고 하는 그의 말은 귀여운 허세이거든요. 새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목덜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감추고 싶어하면 또 어떨까요. 그것마저도 그가 나의 꽃임을 증명해주는 특별함임을 나는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그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너라는 특별한 존재가 내가 있는 이 작은 별에서 태어난 것에 감사해."

 

 

 

 

 

 

 

 

 

 

 

"너라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숙였던 그의 고개가 들어올려지고. 

 

나를 바라보는 그의 울망이는 눈 속에는 이 세상 모든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나 셀 수도 없을 정도로 가득하고, 제각각으로 다양하게 빛나는 그 별들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는 가만히 나의 꽃에게 입을 맞춥니다.

 

 

 

 

 

 

 

 

 

 

 

 

-Fin-

 


 

포스타입은 여기로

https://posty.pe/kh4fq2

 

Le Prince et Ses Fleur #07 [완결]

by Impulse 나는 오랜간의 여행을 마치고 나의 별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도착했을 때, 나의 꽃은 내가 선물해 준 귀마개를 하고 신경질이 잔뜩 난 화산을 달래가며 청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satellite-99.postype.com

 

[짧은 후기]

 

저의 후기에는 일반적으로 이야기를 쓰는 동안 구상했던 것들과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들로 채워지지만, 이 이야기는 그렇지 않을 예정이므로 마지막편의 말미에 짧게 덧붙이는 것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이 이야기는 1편의 말미에 쓰여있든, 자기 만족을 위한 글이자 저 자신을 위로하고 힐링하기 위해 쓰여진 글입니다. 읽기 쉽거나 이해하기 쉬운 글이 아닐 것임을 예상하고 쓴 글이었습니다만, 제 생각보다도 많은 분들께서 공감해주시고 함께 위로 받아가신다는 말씀을 주셔서 제가 많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은유와 풍자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무엇을 은유로 감추고 풍자로 풀어낸 것인지는 일부러 밝히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글의 진정한 목적은, 읽을 때마다 그 당시 제가 생각하는 것이 반영되어 다르게 읽힐 것을 의도하고 쓴 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명확히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제외하고는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고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는, 형태가 불분명한 세계관과 구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읽으시는 분들께도 각자 다른 이해와 해석으로 다가갔기를 바랍니다.

 

'Le Prince et Ses Fleur', 프랑스어로 쓰여진 제목입니다만 풀이하자면, 'The Prince and His Flower'. '왕자와 그의 꽃' 이라는 아주 직관적인 제목입니다.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따왔기 때문에, 원작의 모국어로 제목을 쓰고 싶었거든요. 이 이야기의 가장 주체가 되는 두 사람을 상징하는 명칭을 담은 제목입니다. 

 

이 이야기의 구상하게 된 처음 시작은, 호비팬들은 한 번 쯤은 꼭 생각하게 되는 '1가정 1호비' 가 절실하다는 망상으로부터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6멤버에게 각각의 호석이는 어떤 존재가 될까, 라던가, 정말 1가정 1호비가 실현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생각들이 뭉쳐져 지금의 이야기로 완성이 되었습니다. 

 

다만, 많은 것들을 두루뭉술하게 쓴 글이지만 분명히 밝혀야 할 설정과 복선들에 대해 기록합니다.

 

  • 정국과 석진은 동일인물.
  • 정국은 단 한 번도 자신의 별의 호석을 그 이름으로 부르지 않음. 오직 '꽃' 이라고만 표현
  • 석진의 과거 직업은 윤리 관념 쌈싸먹고 호석이 세포로 클론을 만들어 마구 양산해낸 매드 사이언티스트 (ㅋㅋㅋㅋ) 지금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자신의 클론을 찾아 해방시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가 싼 똥 지가 치우는 중.

 

후기에서 밝힐 수 있는 이야기는 이 정도인 것 같네요. 나머지는 읽으시는 분들께서 알아서 상상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꽃 같은 우리 호비, 언제나 행복길만 걷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