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홉 전력] P=VI [완결]7

[국홉] P=VI #07 #감각 [완결]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 10회) 주제는 감각 by Impulse -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너는 그냥 너 해. 그냥, 너. 그 말이,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인 줄 알았다.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애써 자신을 억지로 꾸미거나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그을 좋아해도 된다는 뜻인 줄 알았다. 그것이 이제 와 달리보면, 자신은 평생 그의 연애대상은 될 일 없으니 애초부터 그런 노력은 하지 말라는 말을 예쁘게 포장한 것 처럼도 생각되어서. - 나도 몰라, 너가 좋아하던 말던.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 말이, 도전 정신을 가지고 한 번 해보라는 말인 줄 알았다. 자기도 모를 마음이니, 제 방식대로 근성있게 노력하다 보면 언젠간 제 마음을 움직이는 .. 2020. 10. 17.
[국홉] P=VI #06 #그대 마음은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8회) 주제는 그대 마음은 by Impulse 팔을 붙잡혀 억지로 끌려오다시피 한 술집 문턱을 넘을 즈음엔 자포자기의 심정 비슷하게 되어버렸다. 동기랑도 좀 어울리라는 호석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거니와, 어차피 호석은 오늘 저녁 알바가 있기 때문에 저를 상대해 주지도 못할 것이기에. 게다가 기회가 되는 대로 내내 저를 졸졸 따라다니며 귀찮도록 밥 한 번 같이 먹자, 술 한 번 같이 마시자 졸라대던 이 동기에게서 곤란한 듯 도망치거나 거절하는 것도 슬슬 미안할 지경이기도 하고. 그러니 기왕 이렇게 끌려온 것, 대강 놀다가 적당한 때에 빠져나가야겠다고 정국은 생각했다. "...오늘 누구누구 온대?" "응? 아 누가 온다고 그랬지? 톡을 아직 확인 안 했네. 아 몰라, 일단 .. 2020. 10. 4.
[국홉] P=VI #05 #비밀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5회) 주제는 비밀 by Impulse MT 이후로 달라진 것이 있다면. 고등학교 때부터 품어왔던 막연하고도 순수했던 그 첫사랑이, 조금은 구체적이고 실질적 욕망을 띄게 되어버렸다는 것. 아니, 어쩌면 상당히 많이. 답지 않게 새벽녘부터 깨어 부모님 몰래 화장실에서 속옷을 빨며 정국은 그렇게 현실을 자각한다. 알코올 섞여 달아오른 숨소리와 붉게 물들었던 얼굴. 저를 들여다보듯 가늘게 뜨여진 눈 속에서 반짝이며 일렁이던 눈동자. 잠이 든 사이 몰래 쥐어보고 만져보았던 그 길고 모양 예쁜 손. 숨을 한껏 들이키면 뇌 속을 뒤흔드는 그를 꼭 닮은 포근하고 달큰한 체향. 제 뺨에 살짝 닿았다 떨어진 부드러운 입술의 촉감. 두 팔로 꽉 껴안았을 때 품 안 가득 느껴졌던 마르고 가.. 2020. 9. 26.
[국홉] P=VI #04 #아이스크림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5회) 주제는 아이스크림 by Impulse "야아, 정호석 배후령 차례다! 다들 박수!!!" 과별로 엠티를 간 날. 신입생들이 돌아가며 장기자랑을 하던 중, 동기 녀석이 정국을 가리키며 한 말이다. 학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국에게는 별명이 지어졌다. 정호석 배후령. 작명가이자 퍼뜨린 이는 복학생이자 친한 선배인 김석진. 명칭의 이유는, 맨날 시커먼 옷을 입고 나타나 말없이 호석의 뒤를 졸졸 붙어 다니는 호석의 후배니까. 후배, 배후, 배후령. 그렇게 말장난을 쳐놓고 박수를 치며 깔깔대는 석진의 모습이 꽤나 얄미워서 한마디 할까 싶었는데, 외려 그 말을 듣고 뭐가 좋은지 몸을 베베 틀며 으흥흥 웃어버리는 정국의 모습에 그냥 관두었다. 그리고 석진은 어쩌다 마주.. 2020. 9. 12.
[국홉] P=VI #03 #"라면 먹고 갈래요?"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3회) 주제는 "라면 먹고 갈래요?" by Impulse 호석은 스스로를 평가하기에 자신은 타인의 잘못에 대해 그닥 인내심이 깊은 사람은 못되었다. 넉넉한 배려심은 가졌으되 기대나 보상 심리는 없이 타인을 대했으며, 일정한 선을 넘어가는 경우 요령있게 그것을 지적하거나 깔끔하게 잘라내는데에 익숙했다. 그게 속 끓일 일도 없고 편하니까. 그러니 보통, 이렇게 황당하고 열 받는 일을 당했더라면 재수 똥 밟았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을 잊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집에서 제 할 일이나 하고 재밌는 티비나 좀 보다가 두 발 뻗고 편히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게 모욕을 준 그 대상에겐 변명의 여지조차 주지 않고 연락처를 지우며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그의.. 2020. 8. 29.
[국홉] P=VI #02 #"형이 좋은데"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2회) 주제는 "형이 좋은데" by Impulse "...사실 나 아까, 너 잘 때 상황이 너무 웃겨서 사진 찍었는데... 그거 나 가져도 돼? 너 싫으면 지울게." "아, 아뇨 아뇨! 저, 저도 갖고 싶어요...! 여기 제 번호...!!" 종점에서 다시 돌아가는 길에, 사진을 몰래 찍었던 것을 핑계로 번호를 교환했다. 아니, 핑계라기보다는, 자신이 한 도촬이 마음에 걸려 솔직하게 양심발언을 한 것에 가깝지만, 제 말에 한술 더 떠서 사진을 공유해 달라고 하는 정국으로 인해 번호가 오가게 되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이겠다. 아니, 이건 번호를 따인건가? 어어? 처음 겪어보는 일에 괜히 들뜨기 시작하는 호석이었으나, "저, 저, 사실은... 그, 쪽, 아니, 그... 머냐. .. 2020. 8. 22.
[국홉] P=VI #01 #첫 만남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1회) 주제는 첫 만남 by Impulse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가. 호석은 눈을 깜박였다. 과제와 아르바이트에 지칠 대로 지친 채로 지하철에 몸을 싣고, 자리가 나기가 무섭게 엉덩이를 붙였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어쩐지 내릴 곳을 지나친 것 같은 서늘한 감각에 눈을 떴을 때, 제 오른편 관자놀이는 누군가의 어깨에 붙어있고, 삐딱한 제 정수리 위에는 누군가의 머리통이 얹혀있었다. 과연, 내릴 곳을 지나친 것만이 문제가 아닌 것 같은 서늘함이다. 제가 기대어있는, 그리고 제 머리통에 기대어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데굴, 눈을 굴려 옆자리의 사람을 탐색하자면, 어쩐지 눈에 익은 남색 교복 마이에 회색 교복 바지. 그 발밑으로는 가방이 놓여있고. 시선을 돌려 텅.. 2020. 8.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