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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Prince et Ses Fleur [완결]

[홉른/진홉/국홉] Le Prince et Ses Fleur #01

by 1mpulse 2020. 11. 11.

by Impulse

 

 

 

 

 

 

"...식량이랑 물이 얼마나 있지?"
"한 일주일치요."

 

호석과 함께 경비행기를 타고 일을 하러 가던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고장으로 인해 사막 한가운데에 불시착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세상이 노랗고, 바람이 불 때마다 입 안에 모래가 섞여 들어오며, 피부를 찌르듯 내려쬐이는 태양. 그 안에 우리 두 사람은 일주일치 식량과 물만을 가지고 덩그러니 놓이게 된 것이죠.

 

"식량이 다 떨어지기 전에 고치면 되겠죠."
"아, 나도 알아!"

 

막막함에 신경질적인 대꾸가 나와버렸지만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 이틀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고, 호석도 이 상황에서 짜증이 났을 뿐이라는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의 뚜껑을 열고, 엔진이며 기체 이곳 저곳 살펴보아도 도저히 왜 고장이 난 것인지 이유를 알 수 없어 나는 더욱 조바심이 났습니다. 이러다가 기껏 준비해왔던 일이 어그러지면 어떡하지. 우습게도 나는 사막 한복판에서 쩌죽거나, 얼어죽거나, 목말라 죽거나, 또는 굶어죽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은 나에게 무척 중요했던 일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건 뭔가요?"

 

그 때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처음엔 그것이 호석인 줄 알고 대꾸를 하지 않았어요. 사막 한가운데에 우리 둘 말고 달리 누가 또 있으리라 생각이나 했겠어요? 

 

"저건 비행기라는 거야."

 

저 대신 대꾸를 하는 호석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즉,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호석이 아니라는 뜻이었죠. 나는 누군가가 이 사막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에 대한 놀라움과, 그 사람이 우리들을 이 사막으로부터 구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 곳에는 낯선 사람이 서있었어요. 마치 십대 중반의 어린아이처럼도, 또는 이십대 중반의 청년처럼도 보이는 사람이 말이죠. 그는 무척 동그랗고 반짝이는 검은 눈을 하고는 나와 비행기와 호석을 번갈아가며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비행기가 뭔가요?"
"너는 비행기도 모르냐? 하늘을 나는 거잖아."
"뭐라구요? 그렇게 생긴게 하늘을 난다구요? 그렇게 무거워 보이는게요?"

 

그렇게 대꾸한 아이는, 청년은, 사람은, 나의 말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저는 무척 부아가 치밀어 올랐죠.

 

"바쁘니까 저리 가! 나는 지금 무척 중요한 일을 하는 중이라고!"

 

나는 이 비행기가 다시 하늘을 날게 하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쓰고 있는데 그것이 재미있다는 것 처럼 웃어대는 그에게 화가 났습니다. 우리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고요. 아이가 뭘 알겠어요.

 

"중요한 일은 뭔가요? 저 사람은 왜 화를 내나요?"
"왜냐하면, 저 비행기가 고쳐지지 않으면 우리는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것은 우리들에게 아주 나쁜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야. 그래서 그는 지금 무척 슬퍼하는 중이란다."

 

호석은 그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런 호석에게 아이를 떠넘기고 나는 다시 비행기를 고치는 일에 집중하기 시작했죠.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요. 나는 아이들을 다루는 것에 서먹했거든요.

 

"저렇게 무거워 보이는 것을 타고 하늘을 날다니, 그냥 훌쩍 뛰어올라 기러기 떼들을 붙잡으면 되는데. 나는 그렇게 하늘에서 왔어요. 저렇게 다른 별에서요."
"그래? 너는 참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구나. 안타깝게도 우리들은 너처럼 못하거든. 그래서 저 비행기를 이용해서 날아가지 않으면 안돼."
"...그건 참 안된 일이네요."

 

아이는 어쩐지 호석의 그 말에 시무룩해 진 것 같았습니다. 어디에서 온 것인지는 몰라도, 아이답게 황당한 생각을 한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아이답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댔습니다. 지치지도 않는 것 처럼. 그런 그의 질문 공세에 호석은 끈기있고 성실하게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왜 이 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면 나쁜 일이 생기나요?"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해가 일곱 번 뜨고 질 때까지 만큼의 먹을 것과 마실 것 밖에 없기 때문이야. 그것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우리는 배가 고프고 목이 마르게 될거야. 그건 아주 힘든 일이지."
"하지만... 하지만 이곳에는 오아시스가 있잖아요. 오아시스에는 물도 있고 과일도 있고..."

 

오아시스! 그 말에 귀가 번쩍 뜨이는 것 같았습니다.

 

"뭐?! 오아시스라고?! 그게 어디있는데?!"

 

저도 모르게 큰 소리로 그에게 되물었는데, 그것이 그를 놀라게 한 것 같았습니다. 커다란 눈을 한 그는 흠칫거리며 호석의 뒤로 숨어버리고 말았죠. 마치, 툭 하고 건드리면 후다닥 단단한 갑옷 속으로 숨어버리는 여린 아르마딜로 처럼요.

 

"...당신은 당신이 흥미있는 이야기일 때만 나를 보는군요."

 

그 말에 나는 민망함과 머쓱함에 그만 귀까지 새빨갛게 달아오르고 말았습니다.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편의에 따라 타인의 경중을 따지는 사람이 된 것 같았어요.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미안하다. 내가 지금 마음이 불안해서 그래. 괜찮다면 오아시스가 어디 있는 지를 알려줄 수 있겠니?"

 

여전히 호석의 뒤에 숨어있던 그에게 눈을 맞추고 사과를 했습니다. 누군가에게 솔직한 마음으로 사과를 했던 것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가물거리는데.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나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 손을 맞잡고 악수를 하는 것은 꽤 기분 좋은 느낌이었습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솔직한 마음으로 화해를 건네고, 상대방이 그것을 받아들이는 그 순수한 감정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했거든요. 

 

나는 그렇게 그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사막의 한 가운데서 별하늘을 비추는 오아시스는 마치 그 안에 또 다른 별세상을 품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누구니? 어디에서 왔니?"

 

모닥불에 둘러 앉아 여유를 찾았을 때에야 비로소 나는 그에게 궁금한 점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는 자신을 정국이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J901이라는 작은 행성에서 온 왕자라는 것도요. 그가 말하는 자신의 행성은 적당히 지칠만큼 걸으면 한 바퀴를 다 돌 수 있을 만큼의 작은 별이라고도 했지요. 그의 별에는 작달만한 커피나무 한그루와, 무릎까지 오는 작은 화산 하나, 그리고 자그마한 자신의 집이 있었습니다.

 

정국은 가끔 슬픈 마음이 들고 싶을 때면, 집에 있는 흔들의자를 가지고 나와 해가 지는 방향으로 두었습니다. 그의 별은 작기 때문에 그 흔들 의자에 앉아 석양이 지는 것을 구경한 뒤, 의자를 더 앞으로 더 끌고 나가면 또 다시 석양이 지는 것을 볼 수 있었죠. 그렇게 해가 지는 것을 몇 번이나 보고 나면 어쩐지 눈물이 맺히고 슬퍼지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별은 석양을 보려면 너무나도 오래 기다려야 해요. 그래서 나는 이 별에서는 석양을 보고싶을 땐 더더욱 오랜 시간 동안 자세히 그 해가 지는 모습을 감상하려고 해요. 귀중한 것일 수록 더욱 소중히 해야한다는 것을 나는 이 별에 오고 나서야 알았지 뭐에요."

 

이제는 거의 보라색이 되어버린 지평선을 바라보며 정국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또한 정국의 별에 있는 화산은 조금은 심술쟁이라서, 청소를 종종 해주지 않으면 콜록거리며 화산재를 온 별에 흩뿌리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게다가 그렇게 화산을 달래주지 않으면 제 맘대로인 시간에 큰 소리를 내며 폭발을 하기 때문에 정국은 더욱 자주 화산을 청소했습니다. 

 

"...왜냐하면 꽃이 놀라거든요."
"네 별에는 꽃도 있니?"
"...원래는 없었는데, 어느 날 문득 제 별에 도착했어요."

 

그 이야기를 하며 호석을 바라보는 정국의 표정은 어딘가 슬퍼보였기 때문에, 나는 그가 방금 전까지 지켜 본 석양 탓에 아직도 슬픈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별에 어떻게 꽃이 도착했다는 것일까 상상해 보았지만, 그것은 그가 기러기를 붙잡고 날아간다는 이야기나 일출과 일몰이 빈번하다는 그의 별 만큼이나 이상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나는 정국의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끼워맞춰야 겠다는 생각을 버렸습니다.

 

"당신은 저의 꽃과 무척 많이 닮았어요. ...하지만 당신이 저의 꽃이라는 말은 아니에요. 그럴 수 없다는 걸 저는 알아요."

 

하지만 정국에게는 호석을 바라보면 안타까워지는 이유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좋은 왕자가 되기 위해서 세상을 여행 중이에요. 왜냐하면..."

 

말을 다 마치지 못한 채로 정국은 입을 우물거리다가, 호석에게 다가가 그의 다리를 베고 누워 한껏 몸을 웅크렸습니다. 마치 부모로부터 안정감과 위안을 바라는 아이처럼, 그렇게.

 

 

 

 

 

"...그 꽃과 싸우고 말았거든요."

 

 

 

 

 


2020.11.07

 

예전부터 쓰려고 벼르고 있던 어린왕자를 모티브로 한 이야기입니다.

자기 만족을 목표로 하는 글이기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읽어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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