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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홉 기획] NUMBER OF CASES

[국홉] NUMBER OF CASES #03

by 1mpulse 2022. 1. 15.

 

 

 

 

 

초등학교 3 학년 때의 일이다. 그 날 정국은 어쩌다 집 앞에서 혼자 노닥거리고 있었다. 어딘가 외출한 호석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같다. 아니면, 아마 과자 부스러기를 물고 가는 개미의 행렬을 지켜 보고 있었던지도 모르겠다. 

 

- 야.

 

그 때 누군가 정국을 불렀다. 원이었다. 저물어가는 해가 등 뒤로부터 비추어 검게 그림자가 드리워진 그 얼굴. 그렇기에 그가 어떠한 표정인지는 알 수는 없었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던 두 눈에는 새파란 악의가 서려있던 것을 정국은 똑똑히 기억한다.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 야, 울어봐.

 

그 말과 함께 원은 다짜고짜 정국의 볼을 꼬집어쥐고 비틀었다. 깜짝 놀라 뭐라 대꾸할 틈도 없이 볼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통증이 신경을 타고 온 몸으로 퍼져나간다. 너무나도 아파서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곤두서는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졌다. 고통으로 비명 섞인 울음이 터져나오려던 찰나, 

 

- 너 울면 호석이 튀어나오잖아. 그러니까 울어보라고.

 

호석. 그의 입에서 떨어져 나온 그 이름에 정국은 벌어졌던 제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있는 힘껏 이를 악물었다. 뭐가 뭔지는 몰라도 원이 바라는대로 하고 싶지가 않았다. 그의 말대로 지금 울음을 터뜨린다면 자신이 지는 것이라는 걸 알았다. 지금 만큼은 그가 원하는대로 움직여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국은 원을 바싹 노려본 채 입을 꾹 다물고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고통으로 그렁그렁 차오르던 눈물이 결국 뺨을 타고 줄줄 흘러내릴 때까지. 

 

얼마나 그렇게 뺨을 비틀렸을까.
모르긴 몰라도 정국에게는 한나절만큼이나 길게 느껴졌을 시간이 지난 후, 

 

- ...가짜 울보 새끼.

 

원은 그렇게 말을 씹어 뱉듯 하고는 유유히 골목을 지나 사라졌다. 정국은 얼어붙은 듯 입도 떼지 못한 채 한참이나 문 앞에서 어깨만 들썩이고 있다가, 마침내 그의 발걸음 소리가 한참이나 멀어져 들리지 않게 되었을 때에서야 숨듯이 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방에 틀어박혔다. 

 

뺨에는 새카맣게 큰 멍이 들어버렸다.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어머니에게 그것을 들키고 말았다. 당연히 화가 나고 속이 상한 어머니는 대체 누가 그랬느냐며 다그치고 닥달을 했지만, 정국은 벙어리마냥 입을 꾹 다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속에서부터 타오르듯 들끓는 감정을 누구에게도 내보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반항 한 번 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한 자기 자신이 부끄럽고 싫었다. 호석의 관심을 끌기 위해 울어댔던 제 속내를 그가 빤히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분하고 또 분했다. 

 

그 일이 있던 다음날, 원은 이사를 갔다.

 

그렇기에 그것이 정국이 기억하는 원에 대한 어린 시절의 마지막 기억이다. 

 

 

 

 

 

 


 

 

 

 

 

 

밥맛 없어.

 

호석, 그리고 얼마 전 전학을 온 이후부터 점심을 함께하게 된 원과 같은 테이블에 앉은 정국은 숟가락으로 식판을 깨작거리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것은 중의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고부터 정국은 입맛이 없어졌다. 마치 코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냄새를 아예 못 맡는 것은 아니었지만, 평소에 비하면 밍밍하니 영 답답했고 덩달아 미각도 둔해진듯 뭘 먹어도 맛있게 느껴지질 않는 것이다. 그저 일반 사람들의 후각 체험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면 그것도 나름 신기하고 신선하다 싶지만서도, 그것도 하루이틀이지 그런 자기 최면은 그닥 오래 가질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후각이 둔해지니 본능적으로 청각이 예민해졌다. 평소엔 그닥 신경 쓰이지 않았던 소리들이 신경이 쓰이고, 들려도 무신경하게 넘겼던 소리들도 어쩐지 귀에 들러 붙는 것 같았다. 그 탓에 요즘 정국은 꽤나 예민해져 있는 상태였다.

 

그 와중에 기어이 원은 전학을 오고야 말았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호석의 무리에 끼어 함께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호석의 성격이라면 분명 그러고도 남을테니까. 다만, 원의 말이나 행동들이 정국은 늘 묘하게 거슬렸다. 마치 자신과 호석이 어릴 때부터 친했다는 것을 과시하면서도, 동시에 호석보다 자신이 우위에 있는 듯 구는 언동이 눈에 띄이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교묘한 화법으로.

 

지금만 해도 그렇다.

 

"너 그 버릇 아직도 안고쳤구나?"
"응? 나 뭐?"
"꼭 처음에 밥 네등분으로 가르는거. 내가 유치원 때부터 너 그거 이상하다고 가르쳐 줬잖아."
"아, 그랬나? 몰라, 못고쳤어!"

 

정국의 한쪽 눈썹이 치켜올라간다. 

 

콕 찝어 '유치원 때부터' 라는 것을 인지 시키려는 듯한 어조다. 게다가 무척 신경을 거스르는 화법이다. 그깟 버릇이 뭐나 된다고 '가르쳐 줬다'며 생색내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꼭 고쳐야만 하는 악습인 것처럼 말한다. 그것을 그냥 웃어넘기는 호석의 민망한 웃는 얼굴에도 속이 상한다. 그걸 뭘 또 '못고쳤어' 라고 답을 해주나, 바보같이. '내가 꼭 고쳐야 돼?' 라면서 되받아쳐버리지. 정국의 속이 한 번 부글, 끓어오르는 사이 이야기의 흐름은 '둘이 유치원 때부터 친했어?' 라는 다른 친구의 질문에 의해 다른 방향으로 유유히 흘러가 버린다. 마치 원의 의도했던 것처럼 그렇게.

 

이야기는 원과 호석이 함께 유치원을 다녔다는 쪽으로 흘러간다. 둘이 늘상 같이 붙어다녔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둘만의 어릴적 추억들을 마치 자랑하듯 늘어놓으면,  호석은 그것을 뒤늦게 기억해내고 자연스럽게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이어지는 원의 신나고 그리운 추억들 속에는 오직 '호석' 과 '자신' 만이 등장한다. 둘이 뭘 했고, 어딜 갔고, 그때 기분이 어땠고, 등등... 그리고 그것은 꼭 듣기에 따라선...

 

"근데 정국이는? 정국이 쟤도 호석이랑 어릴 때부터 같이 놀았다면서. 셋이 다 친했던게 아니야?"

 

그렇다. 정국에 대해선 전혀 나오지 않는 그 이야기들은, 듣기에 따라선 꼭 그가 그곳에 없었거나 또는 그들과 그닥 친하지 않았다는 인상을 받게 만든다. 의도적인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기억 속에 정국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남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기억들만 남아있는 걸지도. 정국의 기대 없는 시선이 원의 얼굴에 꽂힌다.

 

"어...? 그랬나? 쟤 말고도 우리랑 같이 놀던 애들 많았어서... 정국이 너는 나중에 이사와서 내가 잘 기억을 못하나보다. 야, 미안하다!"
"예... 뭐..."

 

호탕하게 웃으며 미안하다고 하는 원의 두 눈은, 기분 탓일까 전혀 미안하지도 웃는 것 같지도 않아보였다. 그리고 그 묘한 기류를 스스로 재빨리 무마하기라도 하듯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렸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상관 없는, 새로운 학교에 대한 궁금증 같은 것들을 무리들에게 물으면서. 자신은 전학을 온 지 얼마 안되어 잘 모른다는 투로. 그리고 무리들은 또 그 이야기에 휩쓸리듯 또 편승을 한다. 저들이 멍청한걸까. 아니면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것일까.

 

호석이 애매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만지작 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정국도 어릴 때 자신들과 같이 놀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휘몰아치듯 지나가버린 이야기의 흐름 탓에 말 할 타이밍를 놓쳐 어정쩡한 기분인 듯 했다. 그런 자신을 바라보는 정국의 시선을 알아챈 듯, 살풋 웃어보이며 두 눈을 마주하는 호석의 시선 속에는 괜한 미안함이 담겨 있었다. 그의 잘못이 아닌데도. 사람이 참 쓸데없이 착하다. 그리고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그것도 포함해서 정국은 호석이 좋았다. 

 

원이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귀에 꽂히고. 정국은 다시금 식판을 깨작였다.

 

...진짜 밥맛 더럽게 없어.

 

 

 

 

 


 

 

 

 

 

'한 달 전에 전학 온 애' 라는 타이틀도 무색하게, 원은 어느새 제 친한 무리들을 형성해 뭉쳐다니고 있었다. 호석은 그가 빠르게 학교에 적응을 하는 것을 보며 다행이라고 여기는 한 편, 그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원은 친구들을 끌고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활달한 친구였으니까. 종종 강압적이고 장난끼가 지나쳐 애들하고 싸우거나 또는 울리거나 하는 일들이 있긴 했어도, 어쨌든 대체적으로 또래들 사이에선 분위기를 이끄는 대장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고등학생이 된 지금도 그런 면은 여전한지, 원은 나서서 친구들을 모아 주도적으로 행동했다. 내기를 걸고 반 대항으로 축구나 농구를 하거나, 방과후 몰려서 어딘가 놀러가거나 하는 일들을 제안하는 등, 아무튼 친구들을 데리고 활동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무척 즐겼다. 그리고 그 일에 자주 호석을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 전학생이라 아직은 좁은 자신의 입지를 호석과 함께 하는 것으로 대신 매꾸고 싶은 듯이. 실제로 원이 자주 불러모으는 무리에는 호석과 가깝거나 또는 가까워지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야, 호석아! 오늘 애들하고 피씨방 갈건데 너도 갈거지?"
"어? 너희들 오늘 가게? 잠깐만, 정국이도 같이 가자고 물어볼게."

 

원의 표정이 난색 담고 설핏 일그러진다. 그리고 정국에게 연락하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드는 호석의 곁에 다가와 다른 친구들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왜? 난 걔 끼울 생각 없는데."
"어...? 그래도. 지난번에도 같이 놀았잖아."
"걔 뭐 별로 어울리고 싶어하는 것 같지도 않던데. 너 때문에 억지로 끌려나온거겠지."

 

호석이 제 친구들과 놀러갈 때마다 매번 정국을 끼워넣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호석의 머리 속에선 원과 정국, 그리고 자신은 유년시절을 함께 보낸 소꿉친구라는 카테고리 안에 하나로 묶여 있기에, 원과 자신이 놀러가는 것이라면 응당 정국도 함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매일 함께 점심을 먹기도 하고. 더군다나 호석의 눈엔 정국이 딱히 억지로 끌려나온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그냥 워낙 표정이 없고 말수가 적어서 뚱해 보일 뿐. 호석이 원을 조금 더 설득해볼까 생각하던 차에,

 

"왜 그렇게 너랑 나 사이에 걔를 끼우려고 그러냐? 너 예전엔 안그랬잖아."

 

예전이라는 것은 언제를 말하는 것일까. 호석은 난감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는 꼭 자신이 무언갈 잘못하고 있다는 것처럼 말한다.

 

"정국이랑 우리 어릴 때 다 같이 놀았잖었아. 근데 왜,"
"그러니까 나는 기억이 안난다니까? 너야 나 이사 가고도 걔랑 같이 놀아서 그렇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걔가 우리랑 같이 놀았었는지도 모르겠다고. 근데 넌 매번 나한테 그렇게 주입시키더라? 꼭 기억 못하는 나만 나쁜놈 되는거 같게. 내가 걔를 꼭 기억 해야돼? 어?"
"............................미안."

 

원의 말이 납득이 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그가 자신의 말로 인해 본의 아니게 좋지 않은 기분을 느꼈다는 것에 대한 사과였다. 저를 책망하듯 따지고드는 원의 기세에 밀려 사과한 감도 없지 않아 있었다. 사과를 해놓고도 딱히 감정을 털어낸 기분이 드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 음습하게 스며드는 불쾌한 패배감에 호석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어색한 기운을 재빨리 알아차린 것인지, 원은 유쾌한 어조로 애둘러 말을 보태며 호석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야, 삐졌냐? 에이, 뭘 또 삐지고 그래. 그냥 내가 기억을 못하는구나 하면 되지. 그리고 생각을 좀 해봐. 정국이 걔는 맨날 너가 가자고 하니까 우리한테 끼는건데, 걔 입장에선 같이 노는 애들이 죄다 선배들 뿐인거잖아. 우리끼리만 아는 얘기하고 웃고 그러는데 걔가 재밌을리가 없지. 걔 좀 자기 친구들하고 시간을 가져야지. 가만보면 너가 걔를 오히려 귀찮게 하는거 같다니까?"

 

그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정국은 어릴 때부터 늘 제게 껌딱지 같은 동생이었고, 그렇기에 어딜가던 달가워하며 따라오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면, 제가 노는 무리들은 하나같이 정국보다 선배들인 입장이었을텐데 불편할 법도 했구나 싶은 것이다. 정국에게도 같은 학년의 친구들이 있을텐데. 직접 본 기억이 없지만. 너무 과보호를 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정말로 자신이 정국을 귀찮게 했던 것일까. 호석은 어쩐지 시무룩해진다.

 

"...알았어. 놀다 간다고 먼저 가라고 할게."
"잘 생각했어."

 

호석의 어깨를 응원하듯 두들기고 원은 다시 피씨방을 가기로 한 무리들 쪽으로 떠나갔다. '호석이도 간대! 내가 꼬셨다!' 라며 장난 섞인 말투로 한껏 생색을 내고 다같이 웃지만, 정국과의 카톡을 켜놓고 글을 쓰다 지웠다 하는 호석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뭐라고 써야할까. 혹시 정국이 자기는 왜 안데려가느냐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할까. 제게 토라지거나 하지는 않을까.

 

- 정국아, 나 오늘 원이랑 다른 애들이랑 피씨방에서 놀다 들어가니까 나 기다리지 말고 먼저 집에 가.

 

그런 쓸데없는 걱정으로 입술을 깨물다 겨우 써서 보낸 한마디에,

 

- ㅇㅇ

 

곧장 돌아온 그 심플한 대답에 호석은 안심이 되는 듯 섭섭한 듯 묘한 기분이 되어버렸다. 친구들과 놀러간다고 말하는 것이 처음도 아닌데, 도대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찝찝한 기분이 드는 것인지 호석은 스스로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피곤한 압박감이 짜증스러웠기에.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호석은 풀썩 책상 위로 엎드러져버렸다.

 

 

 

 

 

 

 

친구들과 피씨방에서 한동안 놀다가 나오니, 밖은 이미 어둑하니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함께했던 친구들은 삼삼오오 같은 방향들끼리 모여 손을 흔들고 헤어지고, 호석 역시 원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는 길에도 이야기는 끊이지 않았다. 오늘 했던 게임에서 누가 잘 했는지, 누가 웃기는 플레이를 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하는게 좋겠다는지, 등등. 그런 평범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어릴 때 자주 놀던 놀이터를 지날 참이었다. 원이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그 놀이터를 가만히 바라다보기에, 호석 역시 걸음을 멈추고 시선을 옮겼다. 놀이터는 변함없이 이 동네 아이들이 다같이 모여 노는 곳이었다. 그 때문인지 자신들이 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듯 보였다. 곳곳에 달라진 것들도 눈에 띄었다. 호석이 어릴적 잘 타고 놀던 놀이기구들은 낙후되어 위험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더 재미있는 기구가 나왔기 때문일까, 대부분 새 것으로 교체되어 있었다. 특히 정글짐 자리에 새로운 놀이기구가 들어와 있는 것이 유독 호석의 눈길을 끌었다. 거기서 정국이 자주 울었었는데, 이젠 없네. 자연스럽게 떠오른 생각에 호석은 쓸쓸한 듯 그리운 듯, 그런 기분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나 어릴 땐 여기가 엄청 큰 줄 알았는데."
"그러게. 우리가 커진 거겠지."
"...그래, 많이 컸다, 정호석. 어릴 땐 완전 내 따까리였는데."
"뭐래. 총 맞았냐?"

 

호석의 조금 거친 대답에 원은 푸핫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다시금 발걸음을 옮겼다. 놀이터를 보고 마찬가지로 감회가 새로웠던 때문일까, 그는 또 다시 어릴적 추억들을 꺼내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 이야기들에 묵묵히 고개를 주억이면서도 호석은 그가 전학을 오고부터 유난히 자신들의 어릴적 이야기에 집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자신들이 옛날부터 제일 친했다던가, 제일 오래된 사이라는 것을 확인 받고 싶어하는 것처럼.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 버팀목이 필요한걸지도 모르겠다며 원을 이해하는 한 편, 동시에 묘한 위화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런 생각이 통했던지, 아니면 어둑해진 거리에 감상적이 되었는지,

 

"...사실은, 나 이사간 동네에서 좀 힘들었었다."
"어? 왜...?"

 

원은 조금 주저하는 듯한 어투로 이사를 간 이후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털어놓기 시작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며 새로이 마음 맞는 친구들을 사귀어 나가는 것은 때론 긴장되고 어려운 일이다. 많은 아이들이 그러하고, 원 역시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다. 아니, 오히려 좀 더 어렵게 느꼈던 듯 하다. 

 

어릴 때부터 나고 자란 자신의 터에서는 지금껏 친구들이 자신의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모여들었기에, 원은 처음 이사간 직후 그 곳의 새로운 친구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좋을지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예전에 하던대로,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도 더 강하게 그곳의 친구들을 통솔하려는 듯 굴었다. 강압적이고, 제 뜻대로 따르게 하려 하고. 그리고 그런 행동을 달갑게 받아들일 곳은 아마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결국 새로 전학 온 주제에 재수없고 제멋대로라는 소리나 듣고 사사건건 다툼을 벌이다, 졸업할 무렵엔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중학교에 올라감에 따라 다른 초등학교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섞이면서 다행히도 새롭게 친구들을 사귈 수는 있었지만, 마찬가지로 같은 학교에서 올라온 동창들 중에 여전히 원에 대해 안좋은 감정들이 남은 학생들도 있었던 탓에 자연스럽게 무리들 사이에 대척 관계가 형성이 되었고. 한 번 틀어진 노선은 좀처럼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법이기에. 학년이 올라가도 순탄치 않은 교우관계와 학교 생활은 계속되었으며, 고등학교에 들어서는 더욱 심화가 되다가 결국 다시 이 동네로 이사오기 전 즈음에 불미스러운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 원의 이야기였다. 그것이 어떤 사건이었는지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했지만.

 

"...그런 일 있을 때마다 진짜 너가 많이 그립더라. 너는... 어릴 때부터 그런거 잘 했잖아. 지금도 그렇고..."

 

그런거, 라는 것은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을 말하는 것일까. 호석은 그것이 그저 자신이 한동네에서 쭉 살았기 때문일 뿐, 자신 역시 원과 마찬가지로 갑자기 다른 동네로 이사를 갔더라면 상황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잘 맞는 친구를 찾는 것도 결국은 운이 아닐까 싶은 것이다. 그저 원에게는 그러한 운이 없었던 것이고, 게다가 어렸던 나머지 조금 어긋난 언동을 취했던 것이 안좋은 결과로 이어졌을 뿐. 그런 생활을 몇 년 씩이나 혼자서 겪었을 원이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그가 진작에 자신과 연락이 닿았더라면 도움이 될 수 있었을까. 적어도 외롭지 않게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들과 함께 원의 이야기를 듣고 간간히 위로하며 걷다보니 어느새 둘은 호석의 집 앞까지 도착해 있었다. 그러고보니 호석은 원이 새로이 이사온 곳이 어딘지 묻지도 않았었다. 이쪽 방향인걸까. 아니면 다른 방향이지만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쩌다 여기까지 같이 오게 된걸까. 그것을 물어보려 할 찰나, 원이 불쑥 정면에서 거리를 바싹 좁혀왔다. 엇, 하고 당황하며 한걸음 뒤로 물러나자 담벼락의 차가운 기운이 등 뒤로 닿는다. 뭐지, 갑자기? 호석은 의아함에 눈을 깜박였다.

 

"...뭐야?"
"호석아... 너 어릴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해?"
"어??"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걸까. 어렸을 때 무언가 중요한 말을 원에게 했던 적이 있던가. 머리를 굴려보아도 떠오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안그래도 지나간 일에 대해 잘 까먹기까지 하는 성격이기에 더더욱. 호석의 얼굴에 물음표가 한가득 채워지고, 그런 호석을 바라보는 원의 얼굴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슬몃 비틀린 웃음을 떠올랐다.

 

"기억 못해? 넌 나보고 정국이 기억 못하냐면서 너는 왜 너가 했던 말을 기억 못해?"
"그거하곤... 다르잖아."

 

또다. 또 원은 자신이 그에게 무언갈 잘못하고 있다는 듯한 기분을 불어넣는다. 게다가 이렇게 갑자기 벽에다 몰아세우듯 하고는. 그렇다고 그가 자신이 했던 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역시 아니다.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수록 마음에 알 수 없는 부채감과 초조함은 늘어난다. 하지만, 정말로 그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자신이 옛날에 무슨 말을 했던 것인지, 호석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다만 지금 갖혀있는 듯한 이 상황이 몹시 불편할 뿐.

 

"...뭐, 넌 옛날부터 그랬지. 근데 기억 못해도 괜찮아. 단지 내가 말하고 싶은건, 나는 역시 네가 필요하다는 거야. 여기 돌아오고 나서 확실히 알았어."
"...왜? ...뭐를? ...일단 좀 비켜봐, 어?"
"네가 있었어야 했어, 거기서도."
"...뭐가? 왜 그런 말을 하는데?"
"너만 있었으면. 나는,"

 

철컥... 끼이익

 

원의 그 말을 끊어내기라도 하듯, 맞은편 집 현관문이 열렸다. 자연스럽게 원과 호석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쏠리고. 그 문 밖으로 검은 후드 집업을 눌러쓴 정국이 마치 그림자처럼 걸어나왔다. 그리고 두 사람이 거기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듯 당황하거나 어색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성큼성큼 다가와 벽으로 몰려 있던 호석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등 뒤로 숨기듯 하곤 원을 가로막았다. 

 

"뭐야."
"뭔데요."
"얘기 중이잖아, 지금."
"하세요. 거기서 말해도 잘 들리겠네."

 

상대적으로 덩치가 더 큰 원이 정국을 내려다보며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지만, 마주하고 있는 정국은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가시 돋힌 말대꾸로 응대했다. 안그래도 삭막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험악해지는 것이 호석의 피부로도 느껴졌다. 말려야하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에 정국의 팔을 잡아당겨 보지만, 그 몸은 마치 바위라도 되는 양 움쩍도 하지 않는다. 

 

"...끼어들지 말고 나오라고."
"싫어. 못들었어? 호석이 형이 너보고 비키라잖아. 그러니까 니가 꺼져."
"이런, 씨..."

 

정국이 원의 성미를 제대로 건드린 듯 했다. 욕지꺼리를 내뱉으며 순간 이를 드러냈을 때.

 

흠칫, 일순 호석의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태어나 처음으로 겪는 격렬한 거부반응이 머리 속에 온통 위험신호를 알리고 있었다. 그것은 먹이사슬의 하위층에 속한 동물 유전자를 지닌 수인들 특유의 예민한 본능이었다. 포식자를 경계하기 위한 생존본능. 살기에 대한 민감한 감응력. 온 몸의 털이 거꾸로 치솟는 것 같은 그 살벌한 감각은 제 앞에 선 정국에게로 화살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호석은 다짜고짜 정국과 원의 사이로 비집고 들어섰다. 등 뒤의 정국을 비호하듯 가로막은 가느다란 몸은 본능에 의해 파들파들 떨리고 있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엔 송글한 식은땀이 맺혔다. 커다랗게 확장된 동공이 원의 모습을 쫓는다. 그곳이 살기의 근원지인 것을 확신하고, 기회를 포착해 일순간에 정국을 데리고 도망을 치려는 듯.

 

제 앞을 가로막은 호석의 그런 모습에 원은 적잖히 당황한 듯 허둥지둥 등을 돌리고 크게 쉼호흡을 내쉬었다. 그에 따라 온 몸을 옥죄이듯 하던 험악한 기운이 일순간에 사라진다. 마침내 호석은 겨우 숨통이 트인 틋 한숨을 뱉어냈다. 그야말로, 살 것 같았다. ...방금 그건 뭐였을까.

 

"미안해. 일부러 그런건 아니고... 밤인데다 너랑 옛날 얘기 하다보니까 내가 좀 감정적이 됐나봐. 그냥... 오늘 내가 했던 말, 그냥 다 잊어. 방금도 그냥 실수야. 그냥 잊어. 진짜 미안... 갈게."

 

정말로 그럴 의도는 아니었던지 돌아서는 원의 표정은 한껏 우울해져 있었다. 풀이 죽은 듯 축 쳐진 어깨와 의기소침하게 한껏 쪼그라든 뒷모습은 한없이 처량하고 불쌍해보렸다. 방금 전 그렇게까지 험악한 기운을 뿜어내던 사람과는 전혀 별개의 인물처럼. 아니, 방금 전의 그 사람이야말로 자신이 알던 선우원과는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자신이 이제껏 알았던 옛 친구가 아닌 듯 했다.

 

혼돈스러움에 빠진 호석의 손을 그러잡는 온기가 있었다. 정국의 손이다. 그러고보니 정국은 괜찮았던걸까. 자신의 앞에 나서서 정면으로 원과 대치하고 있던 정국이었다. 정국도 원에게서 자신과 같은 것을 느낀걸까. 그래서 뒤늦게나마 자신의 손을 붙잡은걸까. 

 

"정국아, 괜찮아?"
"나? 응."

 

걱정이 되어 묻는 호석의 질문이 무색할 정도로, 마주보는 정국의 얼굴은 정말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양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붙잡은 손에도 따뜻한 온기가 돌고. 정말 멀쩡해보였다.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맺혀있는 자신과는 달리. 정국은 방금 '그것' 을 느끼지 못한걸까. 아니면 느꼈음에도 아무렇지 않은걸까. 아까도 원과 자신의 사이에 끼어드는 데에 주저함이 없었다. 그런 정국에게 호석은 무언가 위화감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정국은 말 없이 호석의 차갑게 식은 손과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은 어깨를 풀어주려는 듯 양 손으로 꾹꾹 주물러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바짝 얼어있던 몸이 서서히 풀리며 어딘가 나른한 기분이 되면서도, 호석은 좀처럼 눈 앞의 정국의 얼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까맣게 내려앉은 두 눈에는 저를 향한 걱정이 한가득 들어차 있으면서도, 남자답게 모양 좋은 미간은 언짢음을 얹고 한껏 찌푸려져 있었다. 그런 정국의 표정에 알 수 없는 이런저런 복잡한 감정들이 제멋대로 뒤섞여 제 안에서 핀볼처럼 여기저기로 튀어다니는 것 같았다. 

 

"............나한테 화났어?"
"내가? 아니."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화가 났을 것이라 생각했을까. 원과 놀러가니까 먼저 집에 가라며 보낸 문자 때문에? 아니면, 그렇게 놀러갔다 오는 길에 원과 마찰이 생겼기 때문에? 머리로는 그것들이 자신의 잘못이 아닌 것을 호석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정국이 화가 났을지언정 자신 때문은 아닐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왜 그것이 그렇게 마음이 쓰였을까.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 더 신경 쓰이는 것이 있었다.

 

"정국아, 내가 맨날 나 노는데 너 끼우는거... 불편했어? 아니, 그러니까, 다 너한테 선배니까... 너도 너 친구 있는데. 그치? 내가 좀 너무 너 과보호한다고... 귀찮게 했지? 응?"

 

그 말에 정국이 호석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까보다도 기분이 더 언짢아진 듯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는. 스스로가 생각해도 제 말이 듬성듬성 영 이상하다. 불편하냐고 묻는 것인지. 불편해하라는 것인지. ...아니면 제발 불편해하지 말라고 강요하는 것인지. 호석은 찔끔하니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음이 안주할 거리를 찾기라도 하듯 눈 앞의 정국의 손가락을 꾹 붙잡는다. 그렇게 수그린 호석의 정수리 위로 정국의 푹하고 내쉰 콧바람이 스치고 지나갔다.

 

"...저 형이 그래?"
"그.........."
"...안불편해. 그리고 안귀찮아."
"진짜?"
"...난 형이면 다 좋아."

 

쿵쾅쿵,
정국의 손가락을 붙잡고 꼼지락거리던 호석의 움직임이 일순 얼어붙은 듯 멈췄다. 순간적으로 심장이 바닥과 천장을 왕복하며 미친듯이 부딪혀대고 있는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입이 빠끔 벌어진다. 그러면서도 당장 고개를 들어 정국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 볼 용기는 없었다. 

 

무슨 뜻으로 한 말일까. 그렇게 생각을 하다가도, 그것을 과대해석하고 제멋대로 부풀어 오르려는 스스로의 마음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어릴때부터 돌보듯 데리고 함께 놀았던 동생에게 별 생각을 다 한다 싶다. 

 

정국의 말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짧고, 간결하고, 단순하다. 그의 말을 부풀려 생각하지 않기 위해 호석은 자신의 질문을 다시금 되짚어본다. 저와 같이 노는 것이 불편하지 않느냐, 귀찮지 않느냐 그렇게 반문을 했고, 정국은 거기에 대한 답을 했을 뿐이다. 다 상관없이 좋고 괜찮다고. 그것을 일순간이긴 해도 다른 쪽으로 해석하고 받아들인 스스로가 호석은 민망해졌다.

 

호석은 뒷목을 긁는 척, 슬몃 정국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스스로가 무엇을 기대했는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곳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표정한 정국의 얼굴이 있을 뿐이다. 꾹하고 다물린 입가에 희미한 웃음기가 달려있는 것도 같지만, 제가 내뱉은 횡설수설한 질문도 그렇고, 어딘가 허둥지둥 수상해보이는 제 꼬라지를 보면 웃길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석은 저도 모르게 삐죽 입술을 내밀었다가, 이내 힛하고 웃어보였다.

 

"...그래, 다음엔 너도 또 같이 놀자."
".........으응."

 

이번엔 정국의 대답이 어딘가 어중띄다. 마치 방금 전 자신을 똑같이 따라하듯 애매한 표정을 짓고 입술을 달싹이며 뒷목을 긁는는 것은 아마도 무의식 중에 나온 행동일 것이다. 정국도 자신의 말에서 무언가 오해를 했거나 다른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 아니면 제게 무언가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한 말이 있는걸까. 그런 궁금함에 무언가 할 말이 있냐는 듯 호석은 정국을 빤한 눈으로 재촉할 때.

 

"...형, 다음에는 아까처럼 그런 일 있을 때 나 보호한다고 앞에 서거나 그러지마. 그냥 도망가."

 

정국은 무척 고심하다가 뱉는 듯 조심스럽게 그런 말을 했다. 그 말에 '내가 널 보호해야지 무슨 소리야' 라고 대뜸 반박하려던 호석은 잠시 말을 멈추고 정국의 머뭇거리던 행동과 지금의 말을 연관지어 생각해본다. 분명 자신이 그런 말을 할 것임을 알고 있음에도 굳이 저런 말을 한다는 것에는, 정국 나름대로의 이유와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까 전 원의 기운에 눌려 바싹 얼어버린 자신과 달리, 정국은 그것을 분명 느끼고도 괜찮았다는 것이 그의 말 속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왜 정국은 괜찮은지 여전히 알 수는 없지만.

 

"...알았어. 너도..."

 

대답 대신 고개를 주억거린 정국은 멋대로 호석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이내 인터폰으로 아들을 확인한 호석의 아버지가 버튼을 누르자, 조금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리고. 어서 들어가라는 듯 떠미는 정국의 손에 의해 호석은 비척비척 대문 안으로 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문 앞의 정국은 호석이 손을 흔들고 집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가만히 지켜보고 있다가, 마침내 호석의 방에 불이 켜지고 나서야 천천히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창문으로 그런 정국을 내려다보며 호석은 문득 의구심이 들었다. 

 

정국은 어떻게 알고 그 타이밍에 밖으로 나온걸까. 그저 우연일까? 어쩌다 창 밖으로 골목을 내다보다가? 그렇다면 정국은 제가 원에게 했던 말을 어떻게 안걸까. 자신의 목소리가 그렇게나 컸을까?

 

정국도, 원도,
호석은 낯설었다.

 

 

 

 

 

 

 


 

*이후 스토리 전개에 관한 투표

이후 스토리의 분기점이 되는 내용입니다. 신중한 선택 부탁드립니다...!

 

정굯이 가진 원에 대한 생각은...

 

A. 섣불리 건드리는건 너무 위험하다. 호석을 생각해서라도 언동을 조심해야 할 것 같다.

B. 가만히 내버려두기엔 너무 위험하다. 호석을 생각해서라도 머잖아 담판을 짓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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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의 선택지에 대한 간략한 해설]

A. 호석에게 자신을 대체할 사람이 나타나는 것이 두렵다 → 현재 진행 중

B. 의사가 경고한, 본능에 미쳐 날뛰는 스스로의 모습이 두렵다 → 정국의 우발적 빌런화 루트

C. 호석에게 나쁜 일이 일어났을 때, 무력한 자신의 모습이 두렵다 → 원이 스토커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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