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pulse
*taboo에 가까운 민감한 주제들을 품고 있습니다. (결혼이라던가...) 주의해 주십시요. 팬픽은 팬픽일 뿐...!
"여어, 쩨케~! 잠은 잘 잤쒀~?"
"............."
스케쥴에 맞춰 들어오는 멤버들을 향해 호석의 기운 찬 인사가 떨어진다. 누구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형은 아침부터 기운도 좋네요' 비몽사몽 대꾸를 하고, 누구는 '어 쮀헙 쮀헙 어어 쮀헙' 하고 내용은 없고 장난만 섞인 대답을 반사적으로 읊조리며. 그리고 정국은, 눈을 마주치지도 대답을 하지도 않은 채 휙하니 들어가 구석에 처박혀 버렸다. 하루 이틀이면 잠이 덜 깨서 저러나보다 생각이라도 할텐데, 정국의 호석에 대한 일방적이고 원인을 알 수 없는 무시와 뻗대기는 벌써 며칠째 이어지고 있었다. 그것도 점점 심화되는 방향으로.
"야, 정국아. 형이 인사를 하면 대답을 좀 해라!"
"......잘 못잤어요."
참다 못한 석진이 내지르자 그제서야 기어들어가듯 튀어나오는 대답은 영 시원치가 못하다. 그리고 그 태도에 오늘은 기어코 한 마디 해야겠다 벼르고 있던 석진의 목대에 시뻘겋게 핏대가 오르고. 그 때, 호석이 그런 석진의 팔을 붙잡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피곤하거나 뭐 고민이 있나보죠. 냅둬요."
석진은 종종 이럴 때마다 호석이 답답해 견딜 수가 없었다. 개인보다 전체를 더 생각하는 그의 성향상, 스케쥴 초반부터 큰 소리가 나는 통에 팀 분위기가 떨어지는 것이 싫어서 일단은 접고 들어가자며 이렇게 자신을 말리는 것이 뻔했다. 20대 중반이나 된 녀석이 저따위 중2병 환자 같은 언동을 보이는데도 말이다. 처음엔 호석의 말에 아무런 리액션이 없어 사람을 무안하게 하더니, 이제는 그것이 점점 심해져 저 꼴이 났는데. 그걸 또 가만히 두라고? 석진은 되려 호석에게 눈을 부라리며 소근댔다.
- 저게 며칠째야, 지금. 너 쟤랑 말은 해봤어?
- 제 카톡 다 씹고 연락도 안받아서... 쟤 며칠째 단톡도 확인 안하잖아요.
- 뭐?! 근데 저걸 그냥 냅둬?
- ...그냥, 제가 나중에 따로 이야기 할게요.
거기까지 이야기하자 석진은 더 이상 둘에게 신경을 쓸 마음이 사라져버렸다. 자기가 그렇게 한다는데 내가 화를 낸들 무슨 소용일까 싶어서. 둘이 이야기를 하고도 또 저러면 그 때야말로 참교육 시켜야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석진은 사고도 전환할 겸 자신이 요즘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을 열어 옆에 앉은 호석에게 시시콜콜 자랑을 하기 시작했다. 호석이 그 게임을 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괜히 장난치는 기분으로, 보너스 머니 받게 제발 게임을 깔고 친추해 달라며 사정사정을 해대면서.
그리고 둘이서 붙어 앉아 그렇게 속닥속닥 옥신각신을 하고 있는 모습을 정국은 멀직히 소파에 자는 척 누워 지켜보고 있었다. 아니, 이를 악물고 노려보고 있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이다. 다만, 후드를 깊게 눌러쓰고 자는 척, 티는 안나게, 이글이글.
정국이 촬영으로 자리를 비우자, 지금껏 멤버들이나 스텝들의 이야기에 소소하게 웃고 반응하던 호석은 조용히 소파로 돌아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말이 없어졌다. 입술 끝은 아래로 축 쳐져서는. 오래간 함께 있었던 멤버들이나 분위기 파악에 조금 예민한 몇몇 스텝들은 그것이 어떤 의미인 줄 알기에, 다들 어쩐지 안절부절 못하게 되어버린다. 당장, 태형과 지민이 갑작스럽게 오버를 하듯 큰소리로 장난을 치고 떠들기 시작했고.
안그런 척 해도 사실 속상했구나. 다들 한 마음 한 뜻으로 호석에 대해 그런 생각을 떠올렸지만, 정작 모두가 그런 걱정어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을 호석 본인은 혼자만 모른다. 늘 그렇듯. 그리고 평소 그에게 알게 모르게 크던 작던 정서적으로 의지하고 있던 멤버들은 이것을 어떻게든 위로해야 한다는 묘한 부채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 중 특히, 남준이 그랬다. 그것 역시 늘 그렇듯.
"야, 호바! 괜찮아! 정국이 쟤 나한테도 며칠 전에 저렇게 굴더라. 그냥 그런 때인가봐. 그러니까 그렇게 신경쓰지 마. 저러다 또 괜찮아지겠지."
"...너한테? 왜?"
"아니, 며칠 전에 너네 누나 결혼식 때. 그 전 날, 나랑 쟤랑 운동 같이 하고 있었거든. 그래서 '야, 정국아, 너도 결혼식 갈거지?' 라고 물어봤는데, 형들이랑 태형이는 간다고 했으니까, 걔도 가려나 싶어서. 그랬더니 갑자기, 막, '안가요! 내가 왜 가요!!', 알지? 걔 막 눈 똥그랗게 뜨면서 떽떽거리는거. 갑자기 소리를 막...! 오우씨, 내가 황당해가지고 안가면 안가는거지 왜 그러느냐고 받아치니까 혼자 씩씩대더니 또 그냥 가더라? 그러고는 내가 얘기 좀 하자는 톡도 다 씹고. 너한테만 그런거 아니고 나한테도 저랬어. 애가 가끔 그냥 좀 이상해. 늦봄 타나?"
둘만 들리도록 낮게, 그러나 무언가 위로인듯 고자질인듯 한 남준의 속닥거림에 호석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깜박거렸다. 호석의 기억에도 정국이 저렇게 굴기 시작한 것은 분명 그 즈음부터였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자신이 그 즈음에 정국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한 일은 기억에 없었다.
"...그럼 그냥 너 때문인거 아냐?"
"나? 내가? 내가 그랬다고?"
호석에게 오히려 지적을 받아 당황스러운 듯 허둥거리던 남준은 생각을 굴리듯 잠시 굳었다가. 이내,
"...야, 근데 그럼 나한테만 그래야지 왜 너한테까지 그래. 그럼 그냥 쟤가 이상한거지."
"...그런가...?"
"아님 너네 누나 결혼식 때문인가?"
"......에이, 무슨. 설마."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남준의 말에 호석의 생각이 더더욱 복잡해졌다. 갑자기 저렇게 예민하게 굴 만큼 정국이 자신의 누나와 딱히 친분이 있거나 유대감이 있던 것은 아니었는데.
아니..., 정말로 그럴까?
문득, 어쩌면 자신은 모르지만 사실 정국에게는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을 뒷받침하듯 자연스레 떠오르는 어렴풋한 기억들이 있었다. 데뷔 초에 누나가 멤버들 중 정국을 제일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정국의 반응이라던가. 한참 예전 일이긴 해도, 누나와 자신이 똑 닮았다는 말에 라디오 엠씨가 내뱉은 짖궂은 농담에도 꿋꿋히 제 누나가 미인이라고 덧붙이던 말이라던가. 그 외에도 여러가지 기억들. 그 기억들 끝에, 호석은 정국이 어쩌면 제가 모르는 마음을 남몰래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이번엔 이런 저런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듯 호석의 머리 속에 제멋대로 튀어올랐다. 그럼 정국이는 그 때 나한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저 때는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왜 그랬을까... 왜... 왜...... 왜..............
동그란 머리통 속에서 호석의 생각이 멋대로 굴러다니며 눈덩이처럼 거대하게 불어날 즈음, 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 ㄴ, 나, 나, 남준이 형! 형 오래여!!"
촬영을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오던 정국은 남준이 호석의 앞에 앉은 것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다짜고짜 그렇게 불러제꼈다. 성급한 목소리가 삑사리 나듯 한 톤 더 튀어 오르기까지. 어지간히 다급한 모양새다.
"뭐? 나? 다음 차례 나 아니잖아?"
"몰라요! 오래요! 부르잖아요! 가요, 좀 가!"
영문을 모르는 남준은 정국이 시키는 대로 쫓겨나듯 대기실을 빠져나간 이후. 누가봐도 초조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정국은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한 자리에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한 채 손가락을 깨물며 호석의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배회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호석의 눈치를 보는 것이 훤히 보이는데.
그러나 정국이 제 눈치를 보던 말던, 호석은 싸늘한 분위기와 함께 고개를 숙인 채 말이 없어져 버렸기에. 묘하게 서늘해진 공기와 숨이 막힐 듯한 적막함이 대기실 한가득 묵직하게 내려앉고 말았다.
늦은 시각, 현재 정국의 작업실에는 두 사람의 빳빳한 대치상태가 펼쳐지고 있었다. 요 근래 무슨 생각인지는 몰라도 온 주변 사람들에게 티가 다 날 정도로 자신을 향해 안하무인으로 굴어대는 정국의 속을 어떻게든 끄집어 낼 작정인 호석. 그리고 그런 호석에게 어떻게든 제 속을 드러내고 싶지도, 그렇다고 무작정 사과도 하기 싫은 똥고집이 머리 끝까지 차오른 정국. 두 사람 다 모난 눈을 하고 상대방을 째려보고 있었다. 그야말로 자강두천.
"그러니까 너 요즘 나한테 왜 그러느냐고."
"................"
입은 댓발 나온 주제에 입술은 자석으로라도 되었는지 꽉 다물려 벌어질 생각을 안하니, 이리 달래보고 저리 역정을 부려보는 호석만 기운 빠지는 것이다. 저를 노려보듯 올려다 보는 눈에는 불만과 함께 하고 싶은 말이 가득가득 담겨 있는 주제에. 그러나 그것을 전해줄 저 입은 도무지 기능할 생각이 없는 듯 움쩍달싹 않아 답답함에 속이 끓어올랐다.
"정국아, 네가 말을 해야 내가 이해를 하던 사과를 하던 화를 내던 할 거 아니냐. 그리고 니가 아무리 나한테 뭔 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일 하는데서, 그리고 사람들 많은데서 그렇게 하면 되겠어?"
"....................."
"......뭐 말을 안하냐......"
자신을 정말로 무시하느라 말을 않는 것이라면 상대할 시간도 아깝다며 나가버리거나, 아니면 진심으로 화를 내고 끝장이라도 볼텐데. 지금 정국의 행동은 그렇다기 보다는 무언가 호석에게 한없이 억울하고 하고 싶은 말이 목 끝까지 차 있으면서도 어떤 이유에선지 그걸 꾹 눌러 참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눌러 참다보니 마치 화풀이를 하듯 굴고 제멋대로 퉁퉁거리는 이상행동들로 튀어나오는 것 같은데. 뭔 생각인지 속은 알 수 없지만, 하는 짓은 또 한없이 투명해서 그냥 내버려 둘 수도 없게 꼭 그랬다.
호석은 체한 듯한 답답함에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고 제 가슴을 퉁퉁 내리쳤다. 제게 말 못할 사정이면서도 동시에 제게 한가득 쌓여있는 비밀이라면 역시 아까 자신이 한 짐작이 맞는걸까. 설마 그런 일이겠느냐며 애써 잊으려 했던 상상이지만, 그 상상만으로도 호석은 배알이 뒤틀렸다. 정말 입 밖으로도 내고 싶지 않은 말. 그러나, 언제까지고 이렇게 답답한 상태로 참고만 있느니 차라리 먼저 질러버리는 것이 속이라도 시원할 것 같은 마음에,
"..........설마 우리 누나 결혼식 때문에 너 나한테 이러냐?"
"......!!"
무슨 소리냐는 어리둥절한 표정 대신, 정곡을 제대로 찔려 진도 10의 강도로 지진이 난 정국의 동공과 어떻게 알았냐는 듯 뻐끔대는 그 입술이 호석의 시선을 가득 메운다. 설마. 진짜?
쨍그랑, 호석은 그 순간 어디선가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그러나 유리창 하나 없는 방음부스 작업실에서 그런 소리가 들릴리도 없으니, 아마도 스스로의 속에서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닐까. 깊게 가라 앉았던 마음 속으로부터 무언가 아릿한 감정들이 스멀스멀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너, 진짜 우리 누나 좋아했어?"
"혜?"
"너, 그러면서 너, 나한테... 그런 주제에 나한테... 지금껏 좋아한다 어쩐다 그딴, 그 따위... 그 따위......"
말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가고 속으로 먹혀들어간다. 손이 덜덜 떨려와 가만히 내버려 둘 수 없을 것 같아 억지로 주먹을 꽉 말아쥐었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얼굴이 분노와 배신감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입 밖으로 내는 말소리가 스스로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는 것 같았다. 방금 전까지는 속마음을 들켰다는 듯 당황하던 표정이, 이제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바꾸고 쳐다보는 정국이 가증스럽고 밉상스러웠다. 동시에 어렸을 때에나 겪어보았던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뒤늦게 합류해 제 속을 시커멓게 태우는 듯, 꼭 그랬다.
"뭐, 꿩 대신 닭이라고, 뭐, 어? 그래서 너 나한테, 어?"
"아아이씨!!! 뭔 소리야!!! 미쳤나봐, 진짜!!! 형 바보야?!!!"
그 순간 지금껏 입 한 번 벙긋하지 않던 정국이 못참겠다는 듯 벌컥 자리에서 일어나며 발작하듯 소리를 꽥 질렀고. 그 소리에 움찔, 호석의 몸이 경기를 일으키듯 튀어오른다. 느닷없는 고함에 놀라 휘둥그레 토끼눈을 뜬 호석이 정국을 바라보면. 뭐가 그리도 마음에 안드는지 정국은 미간을 모으고 한껏 인상을 찌푸린 채 호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거 아니라고오...!!"
그런 정국을 마주하는 호석의 속은 복잡하기만 하다. 아니라는 대답에 대한 다행스러움. 그것에 안심하는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 또 혼자서 이리저리 생각하다 헛다리 짚은 것에 대한 민망함. 아니면 아닌거지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는 정국에 대한 무안함. 심지어 애초에 잘못은 자기가 먼저 했으면서 이렇게 제멋대로 구는 정국에 대한 원망스러움. 이것도 저것도 아닌거면, 그냥 제게서 마음이 떠서 이제껏 못되게 굴었던 거구나 싶어 파도처럼 한꺼번에 밀려드는 억울함. 섭섭함. 서운함. 분함.
그런 마음들이 목끝까지 쌓여올라 호석은 어쩐지 눈시울이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을 굳이 정국에게 내보이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가 더 등신같고 한심해 보이니까. 나이를 한참이나 먹어놓고 이게 무슨 꼴인가 싶어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운 마음도 함께.
"...몰라, 그럼. 너 맘대로 해."
그렇게 말도 섞기 싫을 정도로 싫으면, 앞으로는 나도 똑같이 대해주마. 그 순간만큼은 그런 마음으로 호석은 정국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과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것 조차 싫어할 그를 위해 당장 나가주겠다는 배려 넘치는(?) 반발심으로 재빨리 발걸음을 옮긴다.
그리고 그 순간 호석의 손목을 붙잡는 것은, 정국의 크고 축축한 손이다. 속이 상할대로 상해버린 호석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억지로 제 손목을 비틀어 빼내보려 하지만, 그것을 단단히 붙잡은 정국은 결코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 굴었다. 아니, 오히려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기려 더욱 힘을 주는 것이 느껴졌기에.
"어쩌자고...!"
짜증섞인 말을 내뱉으며 돌아본 그 곳에는. 이제껏 고집세고 불퉁하게 입을 닫고 있던 못난 심술쟁이 대신, 커다란 두 눈에 미안함과 절박함을 한가득 담은 채 필사적으로 제게 매달리고 있는 정국이 있었다. 그리고 호석은, 그런 정국에게 유난히도 약했다. 정국이 그것을 알면서 이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모르면서도 그러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다만 호석은 그가 지독하게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주춤거리는 호석을 정국은 놓치지 않았다. 손목을 쥔 손에 힘을 주어 단숨에 잡아당기면, 버틸 의지를 잃은 마른 몸이 정국의 품 안으로 떨어지듯 굴러들어온다. 정국은 그런 호석을 끌어안았다. 뒤늦게 그 품에서 빠져나가려 호석이 몸부림을 칠수록, 정국은 더더욱 그를 제 품 속에 가두려 두 팔에 힘을 더했다.
"....놔아...! 이 나쁜 놈의 새끼, 진짜...!"
이러자고 맨날 악착같이 운동을 하고 근육을 키운 것인지. 호석은 도저히 힘으로는 이길 수가 없는 것이 짜증이 나면서도, 동시에 평소에는 하지도 않던 짓을 하는 정국에게 묘하게 마음이 누그러지기도 했다. 정국은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행동에 대해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다. 특히, 힘으로 이리저리 굴려지거나 억지로 휘둘림 당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정국은 무척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평소 다른 멤버들에게는 몸으로 하는 과격한 장난을 호석에게는 그닥 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호석이 조금이라도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바로 놓아주거나 했는데. 그러던 정국이 굳이 이렇게까지 한다는 것에, 호석은 그의 속을 본능적으로 헤아리게 되어버린다. 그만큼이나 절박하게 자신을 붙잡고 싶다는 뜻인 것 같아서.
그렇게까지 생각이 들자 잔뜩 버티고 있던 호석의 몸에 힘이 죽 풀리고 만다. 더 이상 버틸 체력이 없었던 것도 있지만. 그에 따라 이제껏 정국의 힘을 버티고 있던 몸은 그 품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끌어당겨져 제멋대로 구겨지듯 안기게 되어버린다. 등 뒤로 돌려진 팔은 깍지를 끼고 제 몸을 한껏 옥죄이고, 부벼지듯 제 머리 위로 얹혀진 정국의 얼굴에선 씩씩대는 뜨거운 숨결이 머리카락과 귓바퀴를 훑고 지나가며. 꽉 눌려 맞닿은 가슴 너머로 쿵, 쿵, 쿵, 쿵, 그렇게 두들기듯 울리는 심장 박동이.
호석은 그것이 미우면서도, 또 그만큼이나 좋았다.
"...안갈테니까... 좀 놔 봐. 나 숨막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그럭저럭 진정이 되었는지 그 말에 부둥켜안은 두 팔에 힘이 누그러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면서도 완전히 놓아줄 생각은 없는 것인지, 정국은 호석의 몸을 껴안은 채로 피아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 바람에 부둥켜 안긴 호석의 몸 역시 중심을 잃고 같은 의자 위로 풀썩 쓰러지듯 함께 주저앉고야 만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정국은 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호석을 놓아주지도 않았기에. 붙잡힌 듯 껴안긴 호석의 입에선 속답답함을 담은 긴 한숨이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고야 만다.
".........형은 진짜 내 맘 하나도 모른다."
그리고 그 한숨소리에야 겨우.
비척비척, 닫혔던 입이 열리고 정국은 홍수 같은 말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시작은, 별일도 아니었다.
스케쥴을 위해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호석이 자신의 누나의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며 올 사람 있느냐 물은 것 뿐이었다. 지난번 석진의 형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던 정국은, 당연하고 공평하게 이번에도 참석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렇게 호석과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도 듣는둥 마는둥 하고 있던 때에, 문득 호석의 말이 꽂히듯 귀에 들어왔다.
"드레스 입은 사진 보내왔는데, 잘 어울리더라고. 여자 드레스는 참 신기해, 진짜. 반짝반짝하고 예쁘잖아. 너도 보여줄까? 볼래?"
어, 아니 그것까지는. 이라며 어색하게 몸을 물리는 남준을 보고 깔깔대며 웃음을 터뜨리는 호석을, 정국은 멀거니 바라보았다. 그것은 마치... 그 순간 정국은 마치, 자신이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의 어느 시점의 호석을 관조하는 것 같다는 묘한 착각에 빠지고 말았다.
머리로는 그 반짝반짝하고 예쁜 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그 사람이 자신도 잘 알고 있는 호석의 친누나라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있었다. 그러나 동시에 정국의 머리 속에서는 그 대상이 자신도 잘 모르는, 어떠한 구체적이지 않은 형상을 한 어떤 다른 여성으로도 생각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미래의 어느 시점의, 호석의... 호석과 결혼할 그 어떤 사람. 그리고 그것을 자랑하듯 친구인 남준에게 보여주려는 호석. 남준의 난감해하는 반응을 보면서도 행복한 듯 웃고 있는... 호석. 언제가 될지 모르는, 그리고 자신은 그 옆에 없을지도 모를, 그 어떠한 미래. 되도록이면 다른 차원의 이야기였으면 하는. 마치, 모 영화 시리즈의 멀티 유니버스 같이.
그 순간 떠오른 망상들은 정체불명의 관념으로서 기어이 정국의 머리 속 한구석을 차지하고야 말았다. 그것은 일종의, 세상이 끝날 날을 알게 되어버린 사람의 두려움과 충격과도 닮아있는 감정일테다.
그리고, 사건(?) 당일.
...핸드폰을 열어보는 것이 아니었는데.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 보는 것이 아니었는데.
SNS를 열어보는 것이 아니었는데.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봐버렸다.
결혼식장에서 찍힌 호석의 사진들을.
그 날부터 정국은 어두운 곳에서는 좀처럼 잠이 들지 못하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었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우면, 활동하는 동안 꾹 억눌러 놓았던 그 생각들이 살금살금 기어나와 정국의 정신을 잔뜩 어지럽히고 어디론가 머나먼 우주로 그를 끌고들어가는 것이다.
하얗게 탈색한 백금발과 함께 잘빠진 검은 정장을 입고 결혼식장에 서 있는 호석의 사진은 그 기사의 제목처럼 어딘가의 왕자님 마냥 그렇게나 말쑥하니 세련되고 멋지면서도, 동시에 정국의 속이 헤뒤집히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그가 자신의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이. 그 사진 탓에 정국은 밤이면 밤마다 평행세계를 넘나들며 스스로 만들어내는 온갖 상상들로부터 괴롭힘과 고통을 받게 되게 되었다.
게중에 그나마 나은 상상이란 것은, 함께 미국으로 떠나 그곳에서 호석과 결혼식을 올리고 넓다란 마당이 있는 집에서 함께 밤이를 키우며 알콩달콩 사는 행복한 상상. 또는, 누군가와 결혼하는 호석의 결혼식장에 뛰쳐들어가 그의 손을 붙잡고 어디론가 훨훨 도망가는 상상. 그러한 상상 속에서는 카메라를 들고 지긋지긋하게 쫓아오는 파파라치나 책임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글을 싸제끼는 기자들조차 하찮은 조무래기 빌런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그러한 신나는 상상은 어쩌다 한두번 꼴.
아주 대부분의 상상은...
또 다시 지금처럼 뉴스나 SNS를 통해 호석의 결혼 소식을 듣는, 차마 하객으로도 참석하지 못하고 컴컴한 방에서 술이나 퍼마시고 있는 상상. 식을 올리고 있는 호석을 바라만보며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박수나 치고 있는 상상. 해맑은 얼굴로 자신에게 축가를 부탁하는 무자비한 호석에 대한 상상. 호석의 부탁으로 축가를 준비해 왔지만, 노래를 부르다가 그만 울음이 터져버리는 끔찍한 상상. 술에 취해 버릇처럼 호석의 집을 찾아가는 상상. 그러나 그런 자신을 맞이하는 사람이 그가 아니거나, 혹은 그와 함께 또 다른 사람이 저를 당황스러움과 민폐스러움이 섞인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상. 어느날 갑자기 아빠가 되었다며 기쁜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하는 호석에 대한 상상. 팔불출처럼 아기 사진부터 시작해, 성실할 정도로 자신의 아이를 자랑하는 호석에 대한 상상. 그는 분명 좋은 아빠가 될테니까... 분명 그렇지 않을까...
그렇게 다가오지도 않은, 언제가 될지도 모를, 어느 세상의 이야기일 수도 알 수도 없는 상상 속의 미래를 괴로움에 몸부림치며 유영하다보면 어느새 굳게 닫혀진 암막 커튼 너머로 실낱같은 빛이 새어들어오고. 그제서야 정국은 정신을 놓아버리듯 짧달막한 잠 속으로 굴러떨어지는 것이다.
수면 부족을 동반한 그 망상들로부터 시달린 후, 스케쥴 중에 호석을 마주하게 되는 정국의 마음은 이리저리 복잡하기만 했다. 가장 단순한 마음은, 미래의 그 언젠가 (또는 다른 차원의 어느쯤) 자신에게서 멀어져 다른 누군가에게 속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가 밉고도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정국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혼자서 앓고 있는 상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무척 현실적인 망상이지만, 어쨌든 그것은 정국의 머리속에서나 벌어진 일일뿐. 그것을 이유로 호석에게 섭섭해하거나 원망해서는 안된다는 것 역시 정국은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알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실행에 잘 옮길 수 있는가 없는가는 별개의 문제로서, 정국은 그렇게 하지 못했을 뿐이다.
마치 하향하는 나선형 계단처럼 스스로를 심연으로 이끌어가는 악몽 같은 상상을 끊을 수도, 그렇다고 그 고민이 참으로 주제 넘고 쪽팔리는 것임을 알기에 감히 호석에게 털어놓을 수도 없는 채로. 정국은 스스로에 대해 심각한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나쁜 상상과, 속앓이와, 자괴감. 정국이 그 악순환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착실하게 심화과정을 밟아가며 악화되어 간 결과.
처음에는 혼자 속으로 삭히고 잊을 수 있을 때까지 숨기려 했던 것이, 점점 속으로 곪아들어가며 어느샌가 투정에 가까운 회피 성향과 이유 없이 제멋대로 굴고 싶어지는 질풍노도의 반항심으로 터져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 정국이 더더욱 스스로가 한심해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태도를 굴어 호석의 주목을 끌고 결국 이렇게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고 제 기분을 읽으려 안절부절 못하는 호석을 보며 잔뜩 구겨져있던 제 마음이 비뚤하게나마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
이제는 미성년자로 데뷔해 보호만 받던 열일곱의 나이도 아니다. 멤버들 모두 그러하겠지만 자신 역시 보고 듣고 겪은 바가 많은, 이제는 성인이기에. 정국은 스스로가 왠만한 일에는 꿈쩍도 않는 듬직하고 버팀목이 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고 또 의식하며 그렇게 행동하려 했다. 그것은 자신이 속해있는 팀과 팀원들을 위해서도 였지만, 그 중 특히 호석의 앞에선 더더욱 그러길 바랐다. 그에게 걸맞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 동시에 그를 단단히 지탱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몇 년 전, 그가 농담으로 말했던 '자신을 지키라' 했던 말이 해제되지 않은 명령어처럼 여전히 가슴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에.
그럼에도 결국 이렇게 제 속 좀 알아달라 어리광을 부리게 되는 스스로가 참으로 등신같고 한심하다고 정국은 생각했다. 지금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런 자신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얼토당토 않은 오해까지 하게 된 호석에게 미안했다. 제 눈 앞에서 실시간으로 붉어지는 눈매를 하는 호석을 견딜 수가 없었다.
그에게는 미안한 것들이 한가득이다.
늘 그렇다.
"...난 왜 맨날 이럴까...?"
부둥켜 안은 호석의 등에 얼굴을 파묻은채 정국은 웅얼거렸다. 눈만 빠끔히 들어 올려다 본 호석의 목덜미는, 기분 탓일까 아님 조명 탓일까, 붉게 달아오른 듯 보였다. 자신의 고해성사를 들은 호석은 무슨 생각일까. 정국은 궁금하면서도 감히 묻지 못한 채, 그의 왼쪽 날개뼈 위로 귀를 맞대고 그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했다. 쿵, 쿵, 쿵, 규칙적인 소리와 코 끝에 닿는 익숙한 체향. 늘 정국의 마음을 달래고 안정시키는 그 특별한 것들.
"내가 형한테 많이 잘못했지... 잘못한거 아는데... 근데 그건 그냥 상상만으로도 좀... 그래. 막 속이 막 이렇게 엄청... 암튼 좀 그래."
"뭐 암튼 좀 그래야."
작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하는 호석의 낮은 목소리가 그의 등을 통해 울리듯 전해진다. 그런 호석의 티셔츠 얇은 옷깃 너머 얇은 등판에 정국은 입도장을 찍듯 입술을 꾹꾹 눌러댔다. 미안해서. 좋아서. 애틋해서.
"...형 조카 생겨도 자랑하면 안된다이. 아니지, 근데 자랑은 할 수 있어. 근데... 나는 보고 싶지가 않은거고."
"왐마? 결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울 누나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어야? 뭔, 아직 생기지도 않은 조카 타령이야, 갑자기."
정국은 제게 핀잔을 주는 호석의 말투에서 이미 그가 자신에게 화를 내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그렇다면 이미 팔릴 쪽은 다 팔렸고, 여기서 조금 더 떼를 쓰고 칭얼거려본들 뭐 어떨까.
"...그냥. 그냥, 형 나 두고 결혼하지 마라. 하믄 안된다고오..."
투정과 억지를 닮은 정국의 말에 호석은 분명 화를 내지는 않았다. 다만, 고개를 돌려 가만히 정국의 얼굴을 골똘히 응시할 뿐이다.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정국은 다만 호석의 눈을 마주하며 머리 속으로 열심히 텔레파시를 보낸다. 제 마음 좀 제발 알아달라며. 그 옛날 순수한 마음으로 통했던 그 때를 기억하라며. 정국의 그런 열성적인 텔레파시가 호석에게 닿았는지는 어쨌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 뭐 너 마음대로 해. 너가 진짜로 안하면 뭐, 나도 안하던가."
그렇게 핏, 하고 호석은 던지듯 대답을 내뱉었다.
말만 얼핏 들으면 제 바람을 들어준 것처럼 들리는 그 대답은, 사실 그 뜻이 아니다. 정국은 호석의 저 눈빛과 저 말투를 잘 알고 있다. 저건 정말로 자신이 결혼을 안하면 자신도 안하겠다는 말이 아니라, 네가 그것을 과연 지키기나 할런지 못미덥다는 말과 그 모든 약속의 책임은 자신이 지지 않겠다는 말을 동시에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은 정국의 오기를 끓어오르게 만드는 참으로 도발적인 대답이다.
"어 맞아요, 안해요."
"그래, 어, 하지마."
"어, 안해."
"응~ 그래~, 하지마."
정말 유치하기가 짝이 없다. 그러나 그 소소한 실랑이 같은 그 대화 뒤로, 서로의 유치함에 어이가 없어 키득거리게 되는 두 사람이다.
그리고 둘은 조용히 말이 없어졌고, 여전히 정국의 머리 속은 바쁘고 복잡하기만 하다. 제 욕심에 무턱대고 덜컥 내뱉은 말이라지만, 동시에 저 역시 호석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면 순간 참으로 난감했을 듯 싶다. 만일 자신이 그에게서 저 말을 들었다면 뭐라고 대답했을까. 자신이 그에게 바라듯 '물론이죠. 나는 형이랑 평생 함께 할거에요.' 따위의 대답을 앞뒤 재지 않고 덜컥 내뱉을 수 있었을까. 분명 그랬을 것이라며 정국은 자신을 속이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호석과 마찬가지로 여러가지 것들을 떠올리고 고려하고 생각하느라 대답을 회피하는 스스로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정국아."
나지막히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가, 정국은 어쩐지 두려워졌다. 자신을 가만히 뒤돌아 보는 호석의 눈빛에서 정국은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어쩐지 알 것 같았기에. 그 눈빛을 피해, 그의 말을 피해, 정국은 제 무릎 위에 반쯤 돌아앉은 호석의 품으로 파고들듯 고개를 숙이고 그 몸을 더욱 바싹 제게로 끌어당겨 안는다. 듣고 싶지 않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거야..."
그가 제게서 떨어져나가지 못하게, 혹은 그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 정국은 더욱 팔에 힘을 주고 호석을 붙잡는다.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를 한 그의 말과는 대조적으로, 그 내용은 혹독한 현실을 담고 마치 추운 겨울처럼 마음을 에이기에. 정국은 훌쩍이듯 숨을 들이켰다.
그런 제게로 호석의 몸이 수그려지는 것이 느껴지고, 가늘고 긴 손가락이 머리카락 사이로 숨어들어와 달래듯 쓰다듬었다. 위로를 하려는 것인지, 동정을 하는 것인지, 미안한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저와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할 미래가 두려운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정국은 고개를 들고, 제게로 가까이 다가온 호석을 붙잡아 그 입에 가만히 입을 맞췄다. 그의 어깨를 껴안아 제게로 끌어당기고, 그의 길고 유려한 팔을 제 목에 둘러 자신에게 기대게 만든 채.
그리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깊은 숨을 참고
아릿한 이 순간, 이 감촉을 가슴에 새겨넣는다.
그렇게 박제된 순간 속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을 소년들로 남고 싶었다.
2021.11.17
포스타입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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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ANOIA
by Impulse *taboo에 가까운 민감한 주제들을 품고 있습니다. (결혼이라던가...) 주의해 주십시요. 팬픽은 팬픽일 뿐...! "여어, 쩨케~! 잠은 잘 잤쒀~?""............." 스케쥴에 맞춰 들어오는 멤버들을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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