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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홉 리얼물 단편

[국홉] Diamonds #01

by 1mpulse 2021. 2. 28.

by Impulse

 

 

 

 

 

"...호비형, 나 머리가..."
"...엉?"
"나 머리가, 와... 씨, 감당이 안된다. 또 버섯 됐어."

 

핸드폰을 보던 호석이 눈을 들어 저를 부른 곳을 올려다보면, 거울 너머의 정국이 저 혼자 머리를 묶다 말고 산발이 된 채로 호석의 시선을 마주쳐온다. 눈에는 장난끼가 잔뜩 담긴 채 저 좀 봐달라고, 저한테 관심 좀 달라고 그렇게. 

 

"어매... 너 머리 어떻하고 싶어서 그러냐."
"나, 머리 어깨까지 길러보고 싶어서."
"감당이 안되면 잘라."

 

정국의 바람에 대한 대꾸가 호석의 입에서 나오기보다 먼저, 호석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마찬가지로 핸드폰을 보고 있던 석진이 낚아채듯 그렇게 불쑥 대답을 한다.

 

"아이, 난 더 길러보고 싶다니까?"
"그럼 길러."

 

특유의 돌발적으로 툭툭 던지는 대답이 석진의 입에서 아무렇게나 튀어나오면, 호석은 책임감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그것들에 어이없음을 참지 못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평소 같으면 콧망울을 울리며 함께 웃었을 정국은, 오늘은 무엇이 불만인지 샐쭉한 표정으로 호석을 쳐다보다가 이내 메이크업 차례가 되었다는 부름에 휭하니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그것도 평소와 크게 다른 풍경은 아니기에, 석진과 호석은 다시금 자신들의 핸드폰 화면으로 시선을 돌리고 그것에 집중한다. 다만 호석의 경우, 핸드폰을 보는 척 고민 섞인 딴 생각을 한다는 표현이 더욱 정확하겠지만.

 

...들켰을까?

 

무엇을, 이라고 한다면 제 기분대로 여미질 않아 깊게 패인 그의 셔츠 사이로부터 어떻게든 도망을 치려고 애를 쓰던 저의 시선을, 그 노력을, 그 이유를.

 

 

 

 

요 근래들어 정국은, 부쩍 성숙해지고 한껏 어른스러움으로 영글어있었다. 원체 타고 나기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모습으로 표현하는 법을 잘 아는 그는 언젠가부터 머리를 기르고, 꾸준한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드러내고, 그리고 카메라 너머를 도발적인 눈빛으로 곧잘 쏘아보기 시작했다. 그것이 아마도 그가 남들에게 비쳐지길 바라는 스스로의 또 다른 모습일 것이기에. 

 

멤버들을 곧잘 모니터링하는 호석의 눈에도 그 모습은 여과 없이 비쳐들어온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호석은 그런 그에게 함부로 장난을 치는 것에 미묘한 부담감을 느끼게 되었다. 하릴없이 작고 미묘하지만, 그 존재감 만큼은 분명한 이상한 감정. 예전에는 속살이 보이면 보이는대로 직접적으로 야하다, 섹시하다, 그렇게 주저 없이 놀려댔고, 그런 저의 말에 당황하거나 쑥쓰러워하는 그를 보며 귀엽다고 깔깔대며 웃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을 하는데엔 찰나의 심호흡이나, 조금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바로 그 실낱같은 조금의 차이가 호석은 어색했다. 

 

정국의 알맹이는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장난끼가 많고, 쑥쓰럼도 많고, 그런 주제에 뻔뻔함도 있고. 그런 그를 생각하는 자신도 변하지 않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엽고, 뭐든 다 잘하는 거 같으면서도 어딘가 엉성한 구석이 있어 여전히 챙겨줘야 할 것 같고, 늘 예뻐하고 칭찬해 줘야 할 것 같고. 

 

그러나 정국은 종종, 전에는 짓지 않던 표정을 하고는 저를 보고 있기도 하다. 

 

모두가 모인 곳에서 한참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자신을 한껏 부드러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거나. 제가 아무렇게나 던진 실없는 소리에도 하나같이 예쁜 말로 대꾸하는 그 입술엔 은은한 미소가 맺혀 있다거나. 딴짓하는 자신을 정면에서 빤히 쳐다보다가도 왜, 하고 물으면 이내 핏하고 웃으며 가만히 고개를 가로젓는다던가. 

 

그렇게 어른의 얼굴을 하고 소리없이 저를 바라본다.

 

그럴 때마다 호석은 자신의 가장 본질을 매만져지는 듯한 간지러움에 입을 다물고, 모른척 시선을 모로 돌리며, 의자 깊숙히로 몸을 밀어넣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속으로 되뇌인다. 정국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도 변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그저 아주 작은 균열일 뿐이다. 모르척 무시하고 지나가면 그냥 다시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을만큼 아주 작은. 

 

그러나 한 번 신경 쓰이기 시작한 그것은 스스로 지각변동이라도 일으키는 듯, 점점 벌어져가고 또 깊어져간다.

 

 

 

 

"쩨헙---! 뭐해여? 뭐봐여?"

 

의미 없는 손가락질로 화면만 오르락 내리락 하던 호석의 옆으로 메이크업과 의상을 챙겨입은 정국이 바싹 붙어 앉았다. 옆에 다른 멤버나 스텝이 앉아 자리가 없나 싶어 슬쩍 고개를 돌려보아도, 다들 띄엄띄엄. 아까까지 제 맞은편에 앉았던 석진마저도 어느샌가 메이크업을 받으러 갔는지 빈자리만 텅텅이다. 휘익 돌아가는 시선 끝에 여전히 단추를 두세개 풀어둔 정국의 셔츠가 눈에 걸리고. 탄탄히 다져진 흉근과 그것으로 인해 그늘진 가슴골이 들여다보인다. 호석은 서둘러 시선을 핸드폰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너무 급하게 시선을 돌린걸까 혼자서 후회를 한다.

 

"...요즘 아주, 몸 좋아졌다고... 앞에를 그렇게 시원하게, 응?"
"아니, 난 뭐, 몸 원래 괜찮았는데...? 그리고 이렇게 입으랬어요."
"...그러냐..."

 

호석은 핸드폰 액정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그렇게 멀거니 대답을 한다. 정확하게는 시선을 액정에 억지로 붙여놓고 있다는 것이 옳겠지만. 그렇게나 뚫어져라 핸드폰만 쳐다보니, 도대체 뭘 그렇게 보는지 궁금했던지 정국이 가까이 몸을 밀착해 고개를 어깨 너머로 들이밀었다. 어깨와 팔에 묵직한 온기가 기대어온다. 무릎과 무릎이 닿는다. 운동으로 단련된 제법 두터운 손이 호석의 허벅지 위로 얹혀진다. 그저 늘 하던 그의 행동. 그리고 호석은 평소를 가장하며 그것들을 버틴다.

 

아마도, 지금 자신의 핸드폰 화면은 저보다 정국이 더 자세히 읽고 있을 것이라 호석은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라면 별것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금새 흥미를 잃고 떨어져 나갔을 그가 어쩐일인지 계속 붙어앉은 채로 액정 화면 위로 오가는 제 손가락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저 사진을 열어봐라, 아니다 더 밑으로 내려봐라. 조잘조잘. 남준은 정국이 말이 없다하지만, 호석은 그가 얼마나 다감하게 말이 많은지를 잘 안다.

 

"이거. 이 사진 봐바여. 나도 이런 머리 하고 싶다니까?"
"오, 멋있네. 근데 그럼 한참 더 길러야 되겠다, 야."
"어... 근데 나 자를까?"
"왜? 기껏 기르기 시작해놓고 왜 잘라? 기르고 싶다며."

 

그 말에 대꾸는 않고 흫 하고 웃더니 붙잡고 있던 호석의 허벅지만 주물주물 거리다, 찢어진 바지틈으로 드러난 무릎살을 만지작댄다. 호석은 때론 자신이 그의 찰흙인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지금이 꼭 그렇다.

 

"...형이 싫으면 나 자를까?"
"어? 뭐, 나?"
"...전에도 형이 머리 좀 자르라고 했었잖아요..."
"뭐? 너 그 때도 내가 한 말 때문에 잘랐다고 하는거야 지금?"
"아니이, 꼭 그런건 아니고... 그런건 아닌데..."

 

머리를 기르고 싶으면 기르는 것이고 자르고 싶으면 자르는 것이지, 그 결정을 왜 저에게 내려달라는 듯 말하는지 호석은 영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런건 스타일링 팀과 상담을 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평소 잘만 어울려 놀던 태형이나 지민에게나 물어볼 것이지 왜 갑자기 저에게 어리광이라도 부리는 듯 이러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가도 머리 다른 한 편으로는 생각한다. 그가 예전처럼 머리를 동그랗게 자르면, 자신은 그 때처럼 어색함 없이 그를 다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그것이 익숙하니까. 앳되어 보이니까. 순수해보이니까. 귀여우니까.

 

성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가 다시금 저를 어른의 눈으로 보지 않을 것 같으니까.

 

 

 

 

"호비님~, 메이크업 받으실게요."

 

그 부름에 호석은 제 허벅지를 붙잡고 있던 정국의 손을 뿌리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살았다. 해방이다. 그런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 직후 그러한 생각을 한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과 반성을 하고. 그리고 괜히 앉아있는 정국의 어깨를 도닥이며 속으로 혼자 사과를 했다.

 

옷을 갈아입고, 메이크업과 헤어를 받는 동안 호석은 또 다시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정국은 변하지 않았다. 자신도 변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아무것도 변한 것은 없다.

 

 

 

 

 

 

 


 

 

 

 

 

 

정국은 호석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일곱명의 멤버들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서로를 아끼고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호석의 경우 자신을 생각하는 그 결이 나머지들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마음의 크기와 모양새가 자신의 것과 퍽 비슷하다는 것 역시 정국은 잘 알고 있다. 또한 그 사실을 자신은 알고 있지만, 호석은 잘 모르거나 혹은 무의식 중에 외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것을 언제부터 자각하게 되었는지를 따지자면, 딱히 정확한 선을 그을 수 있는 사건이나 기점은 뚜렷히 기억 나지 않는다. 다만 연습생 시절을 지나 함께 동고동락을 하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그러하고 자신이 그러하다는 것이 시나브로 마음에 인이 박혀 기정사실화가 되어 있다는 결론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우정도 가족애도 동료애도 담겨 있는 와중에 함께 꼽사리껴 들어가 있는 그 정체불명의 마음은, 어떤 날은 거의 사라져 보이지 않는 듯 굴다가도 또 어떤 날은 걷잡을 수 없이 비대해지기도 하는 둥, 제멋대로 그 크기와 농도를 달리하며 사람을 괴롭히는 이상한 감정 덩어리이기에. 

 

철모르던 시절에는 여자친구를 사귀어보지 못해 그러는 것일까 싶어 이성을 사귀는 것으로 무마해보려던 것도 여러 번. 그러나 매번 공중분해되듯 흥미를 잃고 흐지부지 마음이 흩어져 버렸었고, 그렇다면 동성을 사귀는 것이 저에게 맞는 일일까 싶어 시도해 보려다가도 도저히 안되겠어서 도망쳐 버렸던 일도 있었더랬다. 그러던 중 언제였을까,

 

우리는 살면서 동성이기에 우정으로 넘겼던 사랑이 많고, 이성이기에 사랑으로 착각한 많은 순간을 살아가는 것 같다.

 

우연히 읽게 된 한 인터넷 문구가 가슴을 시리게 만들고 난 이후부터, 정국은 그냥 자신도 알 수 없는 제 마음을 그냥 물 흘러가듯 내버려두게 되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생각으로 그를 보고 싶을 때 보고, 만지고 싶을 때 만지고, 관심을 받고 싶을 때 관심 끌어보려고 애를 쓰고. 그냥 그렇게 하고 싶은대로 굴었다. 그러던 와중에 그냥 깨닫게 된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형도 그렇구나. 그리고 우리 둘에게는 그게 자연스러운 거구나. 

 

그것을 깨닫고부터는 오히려 마음이 안정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딱히 무엇을 어떻게 하려는 사심 하나 없이 자신들에게 주어진 일에 몰두하며 열정을 불태웠고, 심장 한가운데 박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그 제멋대로인 마음은 그가 같은 마음으로 옆에 있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얻으며 그냥 그렇게 함께 나이를 먹어왔다.

 

 

 

 

그랬던 마음에 마치 부화된 알이 깨어나듯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몇 달 전 페스타를 위해 기획된 롤링페이퍼에 쓰여졌던 그 한마디를 읽게 되었던 그 때.

 

- 형은 너를 있는 그대로 아끼고 사랑해 형 믿지~??

 

동글동글한 그 글씨체에 담긴 그 말이 그렇게나 제 마음에 꽉꽉 들어차 한동안 어쩌지 못하고 들고있는 종이 모서리만 만지작거렸었다. 그 말에 그 마음이 또 그렇듯 미친듯 요동을 치고. 방에서 혼자 보는데도 울음이 터질 것 같고. 손바닥으로 제 눈을 꾹꾹 눌러 참는데도 콧망울은 이미 시큰했다. 

 

그 말이 그렇게나 고맙고 마음이 동하면서도, 또 그 말이 그렇게나 밉상이고 야속했다. 꼭 제가 바라는 모든 것을 한 문장으로 옮겨 담은 것 같은 말임에도, 정작 호석은 그 말을 들은 자신이 어떤 마음일 줄 모를 것임이 뻔했기 때문에. 아니, 어쩌면 호석 스스로도 그 말이 어떤 마음의 발로에서 나오는지 잘 모르는 채 썼을 것 같았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라면, 얼만큼이나?
정말로 있는 그대로?
거짓말쟁이.

 

정국은 그가 언제까지고 자신을 한참 어린 막내 동생처럼 취급하고 싶어하는 것을 안다. 정확하게는,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스스로의 마음에서 눈을 돌리고 안심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정국 역시 그의 그런 생각이나 태도를 이용해 이제껏 저 하고 싶은 대로 맘껏 치대고 만지고 껴안아댔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저에게도 편했으니까. 제 맘대로 굴 수 있었으니까.

 

그것이 롤링페이퍼에 적힌 그 한마디로 인해 반발심이 솟아나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그를 이해하며 상황에 타협하고 안주해 왔던 것들에 대한 불만이 마음의 틈을 비집고 삐죽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그가 스스로 뱉어낸 말을 시험하고 그가 틀렸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어진 것이다. 꼭 이제사 다시금 찾아온 사춘기의 반항심 어린 심통처럼.

 

자물쇠로 잠겨있는 듯한 그의 무의식을 억지로 열어젖히고, 저를 똑바로 바라보라고 윽박지르고 싶었다. 그의 안에 갖혀있는 어린날의 자신은 어느덧 이렇게나 자라서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일들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은 드글한 욕구를 참아내는 어른이 되어버렸다고 깨우쳐주고 싶었다. 그리고는 되묻고 싶었다. 아직도 당신은 있는 그대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느냐고.

 

그리고 그 울분을 닮은 욕망과는 무척 역설적이게도, 정국은 호석이 그렇다고 대답해 주기를 갈망한다.

 

 

 

 

-형이 싫으면 나 자를까?

 

메이크업을 받으러 자리를 뜨는 호석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이 뱉은 말을 곱씹는 정국의 입 안은 쓰기만 했다. 괜한 말로 그를 필요 이상 흔들어 놓은 것 같아 후회가 되었다.

 

정국은 애초에 머리를 자를 생각이 없다. 다만 심술이 나서 그렇게 그를 떠본 것 뿐이다. 

 

차라리 어른의 모습을 내비치는 자신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러나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으니 머리를 자르고 품행방정하게 굴라며 직설적으로 저를 거절했다면 한동안 우울은 했을지언정 이렇게까지 심술이 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는 자신은 귀여운 것이 취향이라 예전이 더 좋았다고 솔직하게 고백을 했더라면 얼씨구나 그러는 시늉이라도 신이 나서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한 말을 아니나 다를까 지키지 못하고 어색해하는 그가 밉살스럽고, 동시에 저를 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그가 귀여워서 더욱 골려주고 싶었다. 

 

 

 

 

호석이 떠나간 소파의 쿠션을 일 없이 손으로 퉁퉁 내리치며 정국은 생각했다.

 

자신은 변하지 않았다. 그저 겉모양을 다르게 꾸미고, 제 속에 있던 마음과 욕망들을 도발적으로 그에게 내비친 것 뿐이다. 그런 저를 보는 호석 역시 변하지 않았다. 겁이 많은 그는 여전히 자신의 속마음을 마주치지 못하고 빙빙 도망을 다니는 것에 익숙하다. 

 

그런 그를 더욱 궁지로 몰고 싶은 것이, 정국의 솔직한 욕망이다. 자신에게는 늘상 져주기만 하는 호석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번 만큼은 노골적으로 자신이 우위에 서고 싶었다. 궁지에 몰린 그가 어쩔 수 없이 스스로의 상황을 납득하고 수용할 때에 나오는 그의 얼굴. 체념과 포기가 엉망진창으로 뒤섞인 그의 그 얼굴이 보고 싶었다. 그럴 때의 호석은 그토록 마음이 저미도록 안타깝고, 동시에 제 품에 한껏 품어안아 달래주고 싶을 만큼 아름답게 애처로우니까.

 

호석을 생각하는 정국이 가진 것은 이렇게나 진심인 마음이다.

 

 

 

 

이렇게나 깊은 마음이다.

 

 

 

 

 

 

 

 


2021.01.21

 

날자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 달 전에 써두고는 이 뒤에 이을 내용이 내내 잘 안써져서 버벅대고 있던 차에, 오늘 정국이가 라이브에서 머리 자르고 나타난 바람에 그냥 올려버리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안그러면 영영 안올리게 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서...

 

단편 카테고리에 넣어두는 주제에 1편이라고 달고 있는 이유는... 언젠가는 이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바람과 목표 뭐 그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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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홉/리얼물] Diamonds #01

by Impulse "...호비형, 나 머리가...""...엉?""나 머리가, 와... 씨, 감당이 안된다. 또 버섯 됐어." 핸드폰을 보던 호석이 눈을 들어 저를 부른 곳을 올려다보면, 거울 너머의 정국이 저 혼자 머리를 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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