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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과, 가난과, 사랑은, [완결]

[국홉/뷔홉] 기침과, 가난과, 사랑은, #06

by 1mpulse 2020. 4. 27.

by Impulse

 

 

 

 

기어이 비가 쏟아졌다.

 

추적추적 쏟아지는 비가 바람 따라 나부끼던 흙먼지를 잠재우고, 물 웅덩이를 하나 둘 만들어가는 것을 가라지 벽에 둘이 나란히 등을 붙이고 앉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늘 자리를 비우는 사장님은 오늘도 여전히 없었고, 이런 날엔 자동차든 자전거든 고쳐달라 찾아오는 손님 역시 없을 것이다. 없길 바란다.

 

쌀쌀한 바람이 가라지 안으로 불어와 서늘하게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으슬한 기분에 몸을 부르르 떨고 추운 것을 어필하려, 콜올록 콜록, 과장스럽게 기침을 하자 호석이 움찔, 눈을 휘둥그레 뜨고 쳐다본다. 그 틈새를 놓치지 않고 정국은 그 팔에 팔짱을 엵듯이 걸고 제 쪽으로 끌어당겨 몸을 바싹 붙였다. 호석의 몸에서 꽃향기를 품은 봄처럼 좋은 향이 났다. 맞붙은 몸은 봄볕처럼 따뜻했다.

 

"아니, 나보고 아프지 말라면서요. 지금 쌀쌀해서 춥다구요. 나 또 아프면 안되니까."
"...누가 뭐래냐."

 

삐죽, 호석의 입술이 나왔다가 들어간다. 먼저 선수치지 않았으면 뭐라고 했을거면서. 장난스럽게 그 어깨를 앙 깨물고 목덜미에 머리통을 비비적 거렸다.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간다.
문득이 때를 모르게 쏟아지는 비처럼 정국이 불쑥 말을 던졌다.

 

"형, 좋아해요. 많이요. 아주 아주 많이."
".........응."

 

그리고 또 다시 한 동안 말이 없었다. 

 

 

 

 

 

 

 

"내가..."

 

호석은 잠시 입을 다물고 먼 곳을 응시했다. 깊고 커다란 가방 안에 팔을 집어 넣고 가장 밑바닥에 소중히 넣어두었던 물건을 꺼내려는 것 처럼, 그렇게 깊고 어두운 기억의 가방 속을 더듬더듬.

 

"고등학교 때, 난... 그러니까..."

 

호석의 입에서 그 스스로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처음이었다. 정국은 입을 다물고 가만히 호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이 어떤 이야기이던. 

 

이 이야기가, 자신이 그렇게도 답답해하고 궁금해하던 '이유' 에 대한 답이 되길 바라며.

 

 

 

 

 

 


 

 

 

 

 

 

봄볕은 따갑다.

 

그 지리하면서도 따끔한 볕을 피해 호석은 교정에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 쪼그리고 앉았다. 양 손은 오른쪽 운동화의 앞코를 잡아 꾹 누르며 눈은 멀거니 운동장을 향한다. 같은 반 녀석들이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가며 농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외면하듯 상반신을 앞으로 숙이니 폐 속에 있던 공기가 압박을 받고 한꺼번이 빠져나와 한숨이 된다. 그 한숨은 때마침 불어온 바람과 섞여 머리 위의 벚꽃잎들을 함박눈처럼 우수수 쏟아져 내리게 만들었다. 소복이 쌓여가는 눈송이처럼 머리 위에, 어깨 위에 내려 앉는 꽃잎들은 봄의 아름다움이 아닌 찌들은 삶의 걱정들이다.

 

내일 새벽 신문 배달 끝날 때까지 이 밑창이 버틸 수 있을까? 집에 본드가 얼마나 남았더라? 이 정도면 밑창이 고무가 아니라 본드로 되어 있는 거나 다름이 없을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운동화. 저주 받을 운동화. 당장 내다 버려버리고 싶다. 

 

이미 제 발이 신발보다 더욱 커져, 그것을 볼품 없이 꺾어 신고 다닌지가 오래이다. 새 신발 하나 샀으면 좋겠지만, 그 돈은 모두 아버지의 빚 탕감으로 먼지처럼 사라져버린다. 정확하게는, 몇 년 전 뼛가루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라는 이름의 무책임한 알콜 중독자가 생전에 저와 어머니에게 자신을 절대 잊지 말라는 듯 남기고 간 빚이라는 저주를 조금씩 푸는 것으로. 

 

이제 고3인데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 애초에 꿈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했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기술을 배워서 빨리 돈을 벌어 어머니를 도와 빚을 탕감해야겠다는 것이 그저 꿈이라면 꿈일 것이다. 

 

그래, 꿈이 아예 없는 것 보다는 낫네.

 

데 재미는 없네.

 

 

 

"어... 선배님은 농구 안하는 거세요?"

 

낮게 사근대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자 눈 앞에 왠 후배 하나가 서 있었다. 모양 좋은 이목구비가 시원스럽게 들어차 있는 이 예쁘고 잘생긴 얼굴의 후배는 그것만으로도 이미 학교의 유명인으로, 호석 역시 익히 그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소문의 김태형은, 꼭 프랑스 인형 같이 생겼구나. 과연 유명할 만 하다. 
호석은 그 얼굴을 올려다보며 순수한 감상을 떠올렸다.

 

"...아니, 난 농구 안좋아해."

 

말을 하며 운동화를 붙잡고 있는 손아귀에 더욱 꽉 힘을 주었다. 거짓말은 아니다. 농구공은 딱딱해서 자칫하다 세게 맞으면 아프기도 하고 격렬하게 몸싸움을 하는 운동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그런 운동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제 발 끝의 물리적 조건을 이 눈 앞에 있는 잘생긴 후배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 쪽팔리니까.

 

"아... 저, 그러시면, 제가 감히, 선배님 사진 한 장 만 찍어셔도 되실까요?"

 

여전히 동굴에서 기어나오는 듯한 목소리를 하고 잘생긴 얼굴에서 튀어나오는 말투는 예의 바르려고 노력하는 것을 훌쩍 뛰어넘어 문법에 맞지 않는 극존대를 사용하는 것이 영 어색했다. 프랑스 인형 같이 생긴 것은 사실 외국물 먹다 온 친구라 한국어가 어색한걸까? 어찌되었든 그 어색한 말투가 재미있어 호석은 푸스스 어깨를 흔들며 웃음을 터뜨렸다.

 

너무 긴장하고 떨리면 괜히 목소리를 깔고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뱉어내는 것이 그의 버릇이라는 것을 호석이 깨달은 것은 꽤나 나중의 일이었지만.

 

"그래? 찍어. 근데 나 그냥 이러고 있으면 되는거야?"
"아! ...네! 고마워요."

 

얌전히 대답을 기다리며 지긋이 저를 바라보던 눈동자가 단번에 눈웃음으로 사라지고, 굳게 다물고 있던 입이 네모나게 변하며 헤벌쭉 웃는 것이 꽤나 천진난만해 보였다. 그럴수록 호석은 신발을 가리듯 쥐고 있는 제 손에 힘을 더한다. 쪼그려 앉은 몸이 괜히 뻣뻣하게 긴장이 됐다. 저를 노려보듯 하는 알록달록한 일회용 카메라를 마주보는 것이 영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그냥 멀직이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냥, 왠지 다 부끄러웠다.

 

찰칵, 하는 소리가 나고, 지익 지익 카메라의 필름 감는 소리를 듣고서야 아 끝났구나 고개를 다시 태형에게로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태형의 얼굴을 절반 가리고 있는 카메라가 다시금 찰칵, 호석이 저를 바라보는 얼굴을 훔치듯 셔터가 눌려졌다.

 

"뭐야, 한 장 만 찍는다더니."
"어... 현상할 때 잘못 나올 수도 있어서요."

 

말은 그럴싸하게 하면서 얼굴은 장난 치는데 성공했다는 듯 뿌듯한 웃음이 한가득이었다. 얼굴 만큼이나 성격도 별난 아이 같았다.

 

"근데 너 사진부야? 이거 왜 찍어?"
"어.... 아뇨, 저 사진부 아니라 서양화부요. 사진은, 예뻐서요."
"...? 꽃이 예쁘긴 하지."
"꽃 말고. ...선배가 예쁘다구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얼굴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을 말한다는 양 담백하고 진지했다. 마주한 삼백안의 커다란 눈이 최면이라도 걸려는 듯, 은근하고도 집요하게 호석의 흔들리는 시선을 따라왔다.

 

그리고 호석은 그 순간을 제 힘으론 버틸 수 없는 강력한 인력에 휘말려 그에게 빨려 들어간, 바로 그 순간이라 기억한다. 마치 비행기가 지나던 옆을 날다가 기류에 휘말려 스스로의 항로를 잃고 비참하게 휩쓸려 버린 한 마리 새처럼.

 

그 뒤로 태형이 뭐라고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호석은 그 집요한 시선을 피해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고 그저 대답만 대충 응, 응, 했던 것 같다. 목덜미까지 빨갛게 달아올랐을까? 그렇지 않길 바란다. 수 많은 여자아이들이 태형을 보고 그러는 것 처럼, 저도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얼굴이 잘생긴 별난 아이는 늘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홀리고 다니나 보다. 못됐다.

 

그 생각은 역설하자면, 호석 자신은 태형에게 홀렸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이고, 그 사실이 못견디게 부끄럽고 분했다. 자신이 다른 대부분의 여자아이들과 같은 성향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부끄러운 것인지, 아니면 저가 다른 여자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사람처럼 태형에게 비춰졌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분한 것인지, 호석은 알 수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숙였던 고개를 들어 태형이 갔는지 몰래 살피는 와중에도, 호석의 손은 여전히 구멍나고 밑창이 떨어진 신발을 꽉 붙잡아 숨기고 있었다.

 

 

 

 

 

늦은 밤, 일에서 돌아오신 어머니의 손에 검은 봉투가 들려 있었다.

 

"호석아, 이거 좀 신어봐라. 사이즈 맞나 보게."

 

제법 값나가는 이름 있는 메이커의 운동화였다. 새것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상태가 양호한 것이 아직 한참은 신을만 해 보였다. 어디서 났느냐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자기 집 사정이 찬 밥 더운 밥 가릴만한 형편이 되지 못한다는 것은 이미 예전에 다 깨우쳤으며, 그것으로 인해 어머니의 가슴에 생채기를 내는 말을 내뱉을 만큼 철이 없는 나이도 아니기 때문이다. 

 

별 말 없이 신어본 신발은 발에 꼭 맞았다. 발뒤꿈치가 꺾이지 않은 신발을 신어보는 것은 얼마만이던가. 다행이라는 듯 한숨을 쉬며 웃는 어머니의 얼굴은 차마 보지 못하고 이리저리 발을 돌려보며 좋네, 딱 맞네, 편하네, 맞장구를 치는 것으로 그 마음에 위로를 더해드렸다.

 

다만 스스로의 마음에  기쁨이 이는 것은, 더 이상 낡은 신발을 신지 않아도 되어서가 아니라, 다음 날 새벽 신문 배달을 걱정하지 않아서도 아니라, 혹시 다음 번에 태형을 우연히라도 마주친다면, 그 때는 오늘처럼 신발을 감추려고 급급해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안도감 때문이었다. 

 

잘 되었다는 듯 종알종알 혼잣말을 하시며 밖으로 낡은 신발을 버리러 나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는 호석의 마음은 몹시도 편치 않았다. 당신께서는 하나 뿐인 아들 입히고 먹이겠다며 누군가가 버린 물건도 꼼꼼히 살펴 주워오시나, 그 아들이라는 놈은 앞으로 아들로서 제대로 된 구실을 못해드릴 것 같다는 늦은 사춘기의 본능적인 깨달음에서였다. 호석은 번듯한 결혼식장의 신랑으로 선 자신의 모습도, 그 옆에 저의 팔짱을 끼고 선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아내의 모습도, 그리고 자신을 꼭 빼다 닮은 손자의 존재도 어머니께 앞으로 보여드리지 못할 것 임을 알았다. 

 

그런 자신이 한심하고도 무서워서, 그런 자신을 아들로 낳은 어머니가 밉고도 불쌍해서, 그저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힘들고 두려워서, 호석은 그 날 밤 이불 속에서 조금 많이 눈물을 삼켰다.

 

 

 

 

 

 

 


 

 

 

 

 

 

비가 그쳤기 때문일까.
태엽이 다 돌아간 오르골처럼 호석의 이야기는 거기서 멈췄다. 그리고 정국은 벚꽃과 프랑스 인형이 싫어졌다.

 

질투심에 입맛이 쓰면서도 제가 알지 못했던 호석의 과거의 편린들을 엿보고 있는 듯한 두근거림과 지금껏 혼자서 끌어안고 왔을 그의 아픈 성장기에 대한 위로가 복잡하게 뒤섞여 일렁였다.

 

 

그래서 그 프랑스 인형은 지금 어디 있는데.

 

 

가장 따지고 묻고 싶은 말이지만, 그 대답을 종용하거나 섣불리 물어서는 안된다는 것 쯤은 알고 있기에, 정국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눈만 이리저리 데굴데굴 굴렸다.
이 분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한 마음을 어찌할 줄 모르고 다만 붙잡은 몸을 제 쪽으로 끌어당겨 그 어깨에 턱을 괸다. 살짝 열린 호석의 마음의 틈새에 파고들어 잔뜩 어리광을 부리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 인력이라는거, 나한테는 없었어요?"

 

나한테도 그렇게 홀려주면 안되나.
나도 똑같은 말 했는데.
그런 자신의 바람을 담은 웅얼거림을 들은 호석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바짓단을 붙잡고 꼼지락거리던 그의 손가락이 당황한 듯 갑자기 분주해진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진정시키려는 마음에 그 손에 자신의 손을 엮어 깍지를 끼우자, 숨을 크게 들이키는 소리가 들렸다. 

 

말을 할 듯 말 듯 입을 달싹거리고 침만 꼴깍 삼키던 호석이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너는... 너는 진짜 바보야."

 

뾰루퉁하게 저를 흘기는 눈매 속에 원하는 답은 없고 설레임만 한가득 안겨준다. 참지 못하고 뽀뽀라도 해 볼 요량으로 얼굴을 들이대니 요리조리 피해다니다가 결국 왈칵, 잡고 있던 정국의 몸을 밀쳐내 버렸다. 그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옆으로 나동그라진 정국을 내려다보며 엉덩이를 털어댔다.

 

"자전거 손 안 봐도 될 정도로 멀쩡하니까 너 이제 그거 갖고 가. 나도 일해야 돼."
"왜, 왜 또 갖고 가래요...! 나 오지 말라고? 오지마? 싫어! 올거야!"

 

흡사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리는 항변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으며 호석은 자전거를 꺼내어 정국에게 들이밀었다. 또 다시 스멀스멀 속에서 억울함이 몰려와 기분이 끝도 없이 땅으로 추락하기 시작하려던 그 때,

 

"그냥, 이제 자전거 핑계 안대도 되니까... 자전거 타고 편하게 다녀. 너 동네 순찰도 해야하고 일도 봐야 하는데 언제까지 맨발로 다닐 순 없잖아."

 

담담하게 그리 말하는 호석의 말에 단숨에 기분이 부웅 하늘로 치솟는다. 마치 예측을 하기 힘든 봄날씨처럼 제 마음이 꼭 그랬다.

 

"나, 나 와? 와도 되요? 진짜로? 나 진짜 온다? 막 시도 때도 없이 올거에요? 무르기 없기에요?"
"넌 어떻게 맨날 국가 세금을 날로 먹냐. 시랑 때는 좀 봐 가면서 와."

 

말에 핀잔이 섞였지만 어쨌든, 호석의 입에서 떨어지는 허락의 말이 가장 중요했다. 

 

우악!!! 하고 단발마를 지르며 만세를 하고 펄쩍 뛰어 올랐다가 발을 동동 구르는 정국의 모습에 호석이 참지 못하고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그 정신없이 웃고있는 호석의 얼굴을 도망치지 못하게 양손으로 꼭 붙잡고 이마에, 양 볼에, 코 끝에, 입술에, 닥치는대로 뽀뽀를 퍼부었다. 

 

예상치도 못했던 뽀뽀 세례에 잔뜩 놀라고 어떨떨해 벙 쪄있는 호석의 손에서 재빨리 자전거를 낚아채 훌쩍 올라타서는 냅다 패달을 굴렀다.

 

"야!!! 전정국!!!!"
"누가 방심하래요?!"

 

얼굴부터 목, 그리고 셔츠 사이로 언뜻 보이는 가슴 언저리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라 분하다는 듯 씩씩거리며 빽 소리지르는 호석의 모습이 통쾌했다. 

 

승리의 기분을 맛보며 마치 백마를 탄 개선 장군의 퍼레이드처럼 정비소의 마당을 두 세 바퀴 크게 빙글 빙글 돌았다. 바퀴에 채인 물 웅덩이에서 튀어오른 흙탕물조차 축복의 물세례처럼 느껴졌다.

 

"내일 봐요! 내일 또 올게요! 꼭 올게요!"
"빨리 가, 이 푼수야!"

 

 

 

내일도,
모레도,
그리고 그 다음날도,
당신의 마음이 내게 다 열릴 때까지.

 

 

 

 

 


[2019.07.28 작성 2020.04.18 재발행]

액자식 구성으로 조금씩 뷔홉이 풀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