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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홉 전력] P=VI [완결]

[국홉] P=VI #03 #"라면 먹고 갈래요?"

by 1mpulse 2020. 8. 29.

-국홉 전력으로 참여했습니다. (제3회) 주제는 "라면 먹고 갈래요?"

by Impulse

 

 

 

 

 

 

 

호석은 스스로를 평가하기에 자신은 타인의 잘못에 대해 그닥 인내심이 깊은 사람은 못되었다. 넉넉한 배려심은 가졌으되 기대나 보상 심리는 없이 타인을 대했으며, 일정한 선을 넘어가는 경우 요령있게 그것을 지적하거나 깔끔하게 잘라내는데에 익숙했다. 그게 속 끓일 일도 없고 편하니까. 그러니 보통, 이렇게 황당하고 열 받는 일을 당했더라면 재수 똥 밟았다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모든 것을 잊고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집에서 제 할 일이나 하고 재밌는 티비나 좀 보다가 두 발 뻗고 편히 잠이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게 모욕을 준 그 대상에겐 변명의 여지조차 주지 않고 연락처를 지우며 없는 사람 취급을 하고 그의 존재 자체를 인생에서 말살시켜 버렸을 텐데. 

 

그랬을 텐데.

 

- 나 아까 그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어. 한 시간 내로 안 오면 진짜 가버릴 거야. 너 번호도 지워버리고 차단할 거야. 학교에서 너 봐도 모른척할거야. ...그러니까 한 시간 내로 다시 와.

 

이상하게도 정국에게는 그 기준선이 모호해지고 한 두 걸음 뒤로 물러나게 된다. 이렇게 잘못을 만회할 유예기간을 알려주고는 마냥 죽치고 앉아 구질구질하게 기다리고 있는 지금처럼. 아니, 어쩌면 첫 만남 때부터.

 

제 머리를 베고 잠든 낯선이의 무례함은 웃기는 해프닝으로, 매번 읽씹 당한 것 같은 타이밍에서야 느지막이 돌아오는 답장은 스스로의 잘못으로, 알아듣기 힘들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는 그의 수줍은 성향으로. 다른 사람이었다면 애저녁에 눈 밖에 나서 거리를 둘 법한 그 모든 기준들이 정국에게는 어쩐지 긍정적이고 포용할 수 있는 면들로 제 안에서 제멋대로 변환되고 포장되어 버리고 마는 것이다.

 

당장 지금만 해도, 보낸 지 삼십 분이 되도록 제가 보낸 톡 옆에서 사라지지 않는 '1' 표시에 잔뜩 짜증이 일면서도 여전히 핸드폰을 놓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속으로 어서 읽으라고, 그리고 제 앞으로 당장 튀어오라며 입술을 깨물며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순적인 마음이 우스웠다.

 

 

 

 

 

도대체 왜?

 

 

 

 

 

'까똑'
- 혀ㅗㄹㅇ져ㅚ솛으 죄ㅛ송햐요 자군ㅁ 지슴당잘ㄹ갈기ㅔ게요

 

 

 

 

 

그 답이 돌아오고서야, 호석은 겨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마침내 의자에 제등을 기대었다.

 

그리고 조금 뒤, 두 눈두덩이가 물에 불어터진 만두처럼 퉁퉁 부은 채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오는 정국을 보고는, 어이고오.... 하고 한숨을 내뱉고야 만다.

 

 

 

 

 

 


 

 

 

 

 

 

"왜 그랬냐?"

 

아까까지의 사근사근했던 것은 온데없고 냉랭하고 뾰족하기만 한 호석의 말투에 정국은 목을 움츠렸다. 아니, 이미 움추려뜨리고 있었기에, 거의 몸 안으로 목을 수납할 지경이다. 언성이 높아지지도, 이래저래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도, 가타부타 따지지도 않는 그 절제된 말속에서 정국은 그의 깊디깊은 빡침을 읽을 수 있었다. 저같아도 열이 받아 꼭지가 돌아버릴 것이다. 후배라는 새끼가 건방지게, 그것도 자기 애인 앞에서 쪽을 주듯 약속을 펑크내고 튀어버렸다면.

 

당장 튀어오지 않으면 저와의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는 호석의 메시지에 제대로 눈물도 닦지 않은 채 날듯이 튀어오기는 했는데, 막상 호석의 얼음장처럼 차가운 표정을 마주하니 어떻게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나마 남준은 돌려보냈는지 그가 이 자리에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가 아직도 호석과 함께 이 자리에서 저를 심판하듯 지켜보고 있었다면, 아마 정국은 버티지 못하고 둘 앞에서 꺼이꺼이 목놓아 울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쪽팔리게도. 그렇게 생각하니, 그나마 지금이 더 나은 상황인 것 같고, 이 이상 머저리 같이 굴었다간 정말 끝장이 나버릴 것 같았기에 정국은 두 눈을 꾹 감고 겨우겨우 말을 토해냈다.

 

"그, 회장 선배, 때문에..."
"...? 남준이? 남준이가 왜. 너 남준이 싫어해?"

 

남준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좀 무섭다는 것이 정국의 솔직한 심경이지만, 호석이 묻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닐 것이기에. 정국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밥 먹으러 둘이 가는 줄 알았는데......... 근데 남, 준... 선배도 있어서..."
"...걔랑 셋이 가면 안돼? 왜?"

 

그렇게 물으면 할 말이 없어진다. 셋이 간다고 세상이 무너진다는 예언을 들은 것도 아니고, 큰일이 난다는 하늘의 부름을 들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다른 말로 에둘러 변명한다면 분명 호석의 왜왜 공격은 똑 떨어지는 답이 나올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고, 말하기 싫어서 입을 다물면 호석과의 인연은 여기서 끝나게 될 것이다. 정국은 그 두 가지 결말 모두 싫었다.

 

그런 건 그냥 솔직하게 질러.
채팅창의 누군가가 그렇게 말했기에.

 

"........................속상해서..."
"..............."

 

숨이 막힐 듯한 침묵.
점점 시뻘겋게 달아오르는 제 얼굴.
차마 쳐다보지도 못할 제 앞에 앉은 호석.

 

"...너랑 나랑 둘이서만 밥 먹으러 가는 줄 알고 기대하고 왔는데, 내가 너한테 말도 없이 남준이도 불러서 셋이 같이 가는 줄 알고 속상했어?"

 

끄덕끄덕

 

"그래서 도망갔어?"

 

끄덕끄덕

 

"속상해서 도망가서 울었어?"

 

수그린 고개 밑으로 정국의 입이 수치심에 뻐끔 벌어졌다. 호석의 입으로 듣는 제 마음과 행동이 꼭 유치원생이나 하는 짓 같아서. 기분 탓인지 그렇게 말하는 호석의 말투도 퍽 유치원 보모가 속상했다며 땡깡을 부리고 우는 아이를 어르고 달래는 어조처럼 들렸다. 너무나도 쪽이 팔린 나머지 정국은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린 채 거의 불가항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왜? 왜 속상할까?"

 

아, 제발. 잘못했어요.

 

이미 배를 뒤집고 항복 선언을 했는데 그것도 모자란다는 듯 저를 더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호석의 추궁 세례에 정국은 점점 더 쪼그라들고 한없이 작아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기어이 제 속을 까발리고야 말겠다는 호석의 의지가 그 안에서 느껴져, 정국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쪽팔림, 체면, 잘 보이고 싶은 마음, 그런 것들은 진작에 발가벗겨져 버리고 한없이 무력해져 버린 스스로를 견디지 못한 정국은 그냥 모든 것을 놔버리기에 이르렀다.

 

"조, 좋아해서요...!"
"........."

 

연습했던 말들은 죄다 물거품이 되어버렸고, 궁지에 몰려 실토해낸 진심은 뜬금없었다. 자신의 고백에 대답이 없는 호석의 반응이 심장 쫄렸지만 이제 와 고개를 들어 그 얼굴을 볼 용기는 없었고, 한 번 물꼬를 터버린 제 입은 멈출 수가 없었다.

 

"...형이, 좋아요... 계속 좋아했어요. 고등학교 때 입학식에서 처음 봤을 때부터 형이 좋았어요. 형이 졸업하는 게 너무 싫을 정도로 좋아했어요. 그랬는데... 그때 지하철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형이 내 옆자리에 앉는 걸 보고 그게 운명이라고 믿었을 정도로... 나는 형이 좋아요. 형이... 좋아요. 형이 너무 좋아서, ...나랑 형 사이에 누가 끼어드는 게... 싫었어요. 속상했어요. 미웠어요. ...그래서 도망쳤어요.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고해성사를 하는 마음으로 얼굴을 가린 채 그렇게 와다다 오래간 품었던 속내를 털어버렸다. 그냥 제 치부까지 다 드러내고 속에 있는 것들을 죄다 탈탈 털어내고 나니, 더 이상 쪽팔릴 일도 없이 그냥 모든 것이 편안해져 버렸다. 해탈이라는 것이 이런 것일까. 제 안에 갇혀 있던 무언가가 해방이 된 듯한 기분에 정국은 어깨에 힘이 주욱 빠져버렸다. 다리에도 힘이 풀렸다. 머리 속은 텅 비어버렸다.

 

".............귀엽다, 너."

 

...환청을 들은걸까. 작게 들려온 그 목소리에 제 귀를 의심하며 얼굴을 가린 제 손가락 틈 사이로 맞은편에 앉은 호석을 훔쳐보았을 때. 

 

다리를 꼬고 앉아 팔짱을 껸 채로 고개를 치켜들고 저를 관찰하듯 내려다보는 호석의 도도하고도 예민한 시선이란. 너무나도... 아아, 너무나도... 

 

무언가가 제 뇌리에서 번개를 치듯 번쩍였다가 찌르르 등줄기를 타고 내려가 아랫도리에 도착해 그것을 뻐근하게 만드는 감각에 정국은 허겁지겁 다리를 모으고 한껏 공손해졌다. 가리고 있던 얼굴은 이 이상이 없을 정도로 붉게 달아올랐고 잘 쉬고 있던 호흡은 갑자기 가빠올라서 그것마저 숨기려 숨을 꾹 참아버렸다.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만 같았다.
정말,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날이다.

 

"야,"

 

저를 부르는 그 목소리에 움찔, 빼꼼히 눈만 들어 호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라면 먹고 갈래?"

 

 

 

거짓말이죠?
장난 하는거죠?
나 가지고 노는거죠?

 

그렇게 따지고 싶은 제 입술은 단단히 얼어버려 아무 말도 뱉지 못하고 멍청한 붕어처럼 뻐끔거리기만 했다.

 

 

 

 

 

 


 

 

 

 

 

 

일부러 그랬다. 

 

실망과 안도가 제멋대로 뒤섞여 얼이 빠진 얼굴이 보고 싶어서. 

 

 

 

 

- 라면 먹고 갈래요?

 

오래전 어떤 멜로 영화에서 나온 그 담백한 대사가, 몇 년 전 유명한 개그 프로그램을 통해 상대방을 노골적으로 유혹하는 관용어구이자 성적인 뉘앙스를 풍기는 은어로 탈바꿈되고, 유행에 둔감한 호석마저 알게 될 정도로 한동안 여기저기서 떠들썩하다가, 결국 오늘 호석의 입을 통해 정국의 귀에 들어가기까지. 

 

정국의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갈피를 못잡고 잔뜩 흔들리는 두 눈이 그 말의 속뜻을 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러면서도 제가 나서는 뒤를 별 다른 말도 없이 쭐레쭐레 쫓아나서는 정국을 보며, 그가 마냥 순진하기만 한 어린애는 아니라는 것에 호석은 속으로 어쩔 줄 모르는 실소를 터뜨렸다.

 

학교 정문을 빠져나와 가게들이 즐비한 골목을 지나칠 때에, 편의점 근처에서 괜히 허둥지둥 어리바리 타다가 그마저도 쌩하고 지나치는 호석을 민망한듯 허겁지겁 따라나서는 정국의 그 모습이란. 음란하다, 음란해. 쬐끄만게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느냐고 따지고 묻고 놀리고 싶은 것을 억지로 꾹 눌러 참으며 호석은 발걸음을 옮긴다. 

 

그 발걸음이 마침내 분식집을 향해 나아가 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을 때. 눈 코 입 모두를 동그랗게 뜨고 어버버 거리는 정국의 얼굴을 뭐 잘못된 것이라도 있냐는 양 멀뚱히 쳐다보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이라 호석은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엉큼한 생각은 발랑까진 너나 하는 것이라는 듯, 호석은 아무렇지도 않게 분식집에 자리를 잡고 앉아 라면과 여러 가지 분식들을 시킨다. 그 뒤를 따라들어와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기가 무섭게 정국은 또 다시 시뻘게진 얼굴을 두 손으로 가려버리고 고개를 숙였다.

 

"왜? 고기 아니라서 불만 있어? 라면이라도 감지덕지 한 줄 알고 얌전히 먹어라."
"아, 아뇨! 아뇨!!"

 

이 정도쯤 신나게 놀려먹고 보니, 아까까지 화가 나고 답답해서 속 끓던 것은 죄다 사라져버리고 호석은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형이 주는 거면 ...다 좋아요, 다."

 

어디서 이런 귀여운 순애보가 튀어나왔을까. 호석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동그란 눈으로 제 일거수일투족을 쫓아다니는 정국을 보며, 호석은 자신이 유독 그에게 약한 이유를 깨닫는다. 그냥, 귀여웠다. 하는 짓도, 생긴 것도. 그런 귀여운 놈이 강아지처럼 온 몸으로 저를 좋아한다는 기운을 잔뜩 뿜어대며 꼬리를 붕붕 흔들어 대니까 더 귀여운 거다. 그러니 모질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뭔가 자꾸 봐주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그런 속내를 호석은 정국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냥?

 

 

 

 

"형."

 

한참이나 말없이 입으로 음식을 날라대고 있던 두 사람의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정국이었다.

 

"나 형 톡 보고 한 시간 안에 형한테 갔으니까... 형 내 번호 안 지울 거죠? 차단 안 할 거죠? 학교에서 봐도 모른 척 안 할 거죠?"

 

푸합!!

 

들이키던 라면 국물을 뿜어버린 바람에 콧속의 연약한 점막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바보같이 이때껏 내내 그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건가. 제가 정말로 관계를 끊어버릴까 봐서? 그러나 호석은 정국의 그 엉뚱한 고민보다도 지금은 제 따끔거리는 콧속의 예민한 점막이 더욱 죽을 맛이었다. 흐에엥 울상을 지으며 파닥거리는 호석에게 정국은 허겁지겁 휴지와 물컵을 들이민다. 그것을 주는대로 받아 벌컥벌컥 들이키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꾹꾹 눌러 찍어내던 호석은 저를 이렇게 만든 원흉을 밉지 않게 째려보았다. 그러면 방금 전까지 저 사레들린 것을 달랜답시고 허둥지둥 거리던 정국은, 또 다시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인다. ...제발 저 말고 어디 다른 데 가서 그러지 좀 말았으면 한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아까 남준이, 내가 부른 거 아냐. 카페에서 우연히 만났길래, 걔도 너한테 선배니까 인사하고 가라고 잠깐 앉혀둔 거야. 그랬는데 너는 그러고 뛰쳐나가고, 걔는 자기 수업 가버리고. ......나만 거기서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덩그러니... 씨..."

 

다시 생각하니 억울하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정국의 얼굴은 점점 싱글벙글 헤실거리기 시작한다. 지가 오해를 해서 자기만 새 되었다고 하는데 눈치도 없이 헤벌쭉 거리는 것이 얄미워서 또 한껏 인상을 쓰고 노려보면, 어김없이 합하고 입을 다물고 두손 두발 공손히 모으고 저로부터 시선을 도망친다. 어지간히 제가 노려보는 것이 무서운가 싶다. 정신 사납게 몸은 또 왜 저렇게 앞뒤로 흔들어댄담.

 

호석은 남은 김밥 하나를 집어 입안에 넣으며 그 정신없는 정국의 움직임을 한심스럽게 쳐다보았다.

 

 

 

"형."
"왜 또."

 

"나 형 좋아해도 되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그 사람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일이던가. 좋아하는 거야 자기 맘이지 않은가. 심지어 지금까지 쭉 그래왔으면서 이제 와 제게 그것을 물어 어쩔 셈일까. 자신이 안된다고 하면 더 이상 좋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까. 그 짧은 한 문장의 질문에 호석의 머리 속은 여러 가지 생각과 의문들로 복잡해졌다.

 

정국이 자신을 좋아한다면, 자신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호석에겐 그것이 가장 의문이었다. 사귀어야 할까? 정국은 무척이나 귀엽고 제 안의 기준선을 이리저리 움직여 대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것이 제가 정국과 사귀어야 한다는 뜻은 되지 못한다고 호석은 생각했다. 아니, 사귀는 것은 커녕 자신이 정말 정국을 좋아하는지 조차 호석은 아직 스스로를 가늠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너 알아서 해. 나 좋아서 같은 학교 같은 과 들어온 근성이면, 나머지도 너가 알아서 잘하겠지. 나도 몰라, 너가 좋아하던 말던.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런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인 호석의 대답에도, 정국은 뛸 듯이 기뻐하며 고맙다고 앞으로 잘하겠다는 인사를 연발한다. 뭐가 고마운 걸까. 뭘 잘하겠다는 걸까. 거절만 아니라면 뭐든 다 감지덕지였던건지. 제가 받아들여 준다는 답을 한 것도 아닌데. 

 

속으로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호석은 어느샌가 정국이 달라는대로 자신의 수업 시간표를 고스란히 전해주고 있었다.

 

 

 

 

 

 


이번 주제 받고 난감해서 이야기를 어케 풀어가야 할까 고민 좀 했습니다... 결국 이런 이야기가...

 

약간의 망상벽과 약간의 마조끼가 있는 댕댕이 찐따공과 타인에겐 선을 긋지만 내 남자에겐 따뜻한 여왕수를 목표로는 하고 있습니다. 근데 그게 뭔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써놓고 보니 총체적 난국이네요. 다음엔 어떤 주제가 나와서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게 될까요... 물론 저도 모릅니다.

 

원래도 그랬지만, 요즘 국홉 좋아서 환장하겠습니다. 아마 다들 같은 마음일 것. ㅎㅎ

 

포스타입이 편하신 분은 여기로

http://posty.pe/4eeur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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