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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주세요 [완결]

[국홉/홉른] 사랑을 주세요 #09

by 1mpulse 2020. 4. 27.

by Impulse

 

 

 

 

"형님~ 요즘 많이 지쳐보이십니다~? 어디 제가 마사지라도 해드릴까요~?"

 

원체 좋은 체력이라 본디 스케쥴이나 연습을 마치고 돌아온 뒤에도 공사다망하게 이 방 저 방 돌아다니며 늦게까지 제 방으로 돌아오지 않던 지민이 칼 같이 방으로 돌아와 호석의 이것 저것을 챙기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밖에서는 세상 사람들에게 다 보라는 듯 정국을 한 시라도 떼어 놓지 않고 지내다가도 집에만 돌아오면 사람이 바뀐 듯 방에 틀어박혀 저랑만 노닥거리는 요즘의 지민이 꽤나 신경 쓰이는 호석이었다.

 

"어 지민아. 니 요즘 방에 일찍 들어온다? 정국이는 어쩌고?"
"정국이 뭐 자기 방에 잘 있겠죠. ...아니 형이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뭐 맨날 밖으로만 싸돌아다니는 줄 알겠네. 형 때문에라도 앞으로는 더 일찍 일찍 다녀야겠네."
"그래 지민아. 좀 일찍 좀 들어와서 규칙적으로 자고 어? 그래야지. 너 그러다가 몸 상한다."
"아니 뭐... 그동안 일찍 오기 싫어서 그랬던건 아니고... 아 진짜 잔소리 좀 그만하고 빨리 엎드리기나 해요."

 

어딘가 속 뜻을 품고 있는 듯한 의뭉스러운 말투에 신경이 쓰여 좀 더 말을 붙이려던 호석을 지민이 바닥에서 잡아 일으켜 떠밀듯 침대로 몰아넣고는 등 뒤에 올라탔다. 강압적인 그 태도가 거슬려 한 소리 할까 싶다가도 늘 남 챙기는 것을 좋아하는 지민을 잘 아는 호석이기에, 그렇게까지 저에게 마사지를 해주고 싶은가보다 하고 좋게 좋게 넘어가자며 제 몸을 그 하는대로 그냥 두었다. 지민의 말마따나 최근 늘 지쳐있는 상태기도 했고. 

 

호석이 지쳐있는 이유는 가만히 있어도 신경이 자꾸 다른 곳으로 새기 때문이며, 물론 그 대상은 사춘기 때로 되돌아간 듯 구는 정국과 그 옆에 철썩 들러붙어 있는 지민이었다. 그 둘 때문에 신경이 쓰여 낮이고 밤이고 벙어리 냉가슴 앓듯 혼자 끙끙거리다가도, 정작 둘만 있는 방에서는 저를 살뜰하게 챙겨주는 지민에게 자존심 상해 호석은 아무렇지 않은 척 자신의 상처를 감추기 급급했다. 그럴수록 늘어가는 정신적 피로는 호석이 감내해야 할 수많은 고통 중 하나였다.

 

등허리 위에 올라타 목덜미와 어깨를 주무르는 지민의 손이 야무져 호석의 피곤한 몸이 녹아내리는 듯 축 쳐져선 노곤노곤 앓는 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으으.... 아...." 
"형님~ 기분 좋아보이십니다~? 여기? 여기가 좋은가?"
"아...! 야 지민아 너 오늘 왜 이렇게 느끼하게 구냐? 낯설다 너? 윽...! 야...!"

 

한동안 열심히 어깨며 등을 주무르다가 장난기가 도졌는지 지민의 손이 파자마 속으로 불쑥 쳐들어와 호석은 기겁하고 몸을 뒤틀었다. 깔깔거리며 옆구리며 배를 맨손으로 주물대는 것이 간지러워 낑낑거리며 몸을 이리저리 뒤틀어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집요하게 끝까지 쫓아오는 손이 짖궂었다. 참다 못한 호석이 몸을 일으키려하자 마치 그것을 노렸다는 듯 지민이 어깨를 붙잡고 체중을 실은 몸으로 찍어 눌러 호석의 몸을 재차 침대로 밀어넣었다.

 

"쓰읍... 마사지 하기 힘드니까 몸 뒤채지 말고. 그냥 형은 내 하는대로 가만 있기만 하면 돼요."
"으으으....."
"형은, 그냥 가만 있기만 하면 돼요."

 

꽤나 굴욕적이었다. 마치 육식동물에게 사냥을 당한 사슴처럼 위로부터 내리눌러져 제압당한 상태로 가만히 있으라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슬슬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지민은 아주 가끔 무례하다 싶은 장난을 앞뒤 분간 없이 충동적으로 칠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아니, 오늘 지민은 계속해서 호석을 시험하려는 듯 어딘가 조금 이상했다.

 

굳이 힘으로 벗어나려다간 상호 간에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호석은 고개를 돌려 저를 내려다보고 있는 지민을 노려보았다. 너 지금 무례해. 그것은 일종의 둘 사이의 암묵적인 의사소통이었다. 역광이라 어둡게 그늘진 지민의 표정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잠시간의 기싸움이 둘 사이에 오갔다.

 

"......"
"......"

 

먼저 접고 들어온 것은 언제나처럼 지민이었다.
헤헤거리며 제 머리를 호석의 뒷덜미에 부비적거리며 뒤에서 껴안아 오는 몸이 괘씸해 제 골반 위로 걸쳐올린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내리쳤다. 짝 하는 소리와 웃음 섞인 지민의 비명소리가 쨍하게 방 안에 울려퍼졌다. 까불지 마라.
평소 같으면 얼른 일어나 제 침대로 돌아갈 법 한데도, 지민은 한동안이나 호석의 침대에 부대껴 누워 미동이 없었다. 정말, 오늘 지민은 별스럽다고 호석은 다시금 생각했다.

 

".....형 내 물어볼거 있는데. 정말 별거 아닌데."
"...어... 뭔데, 지민아."

 

묵직한 몸을 위에 걸쳐두고 있으니 안그래도 피곤하던 몸이 노곤해져 까물락 까물락 거리던 차에 지민이 한참만에 말을 걸어왔다. 

 

"여기가 누구 방이에요?"
"뭐?"
"여기가.... 누구 방이냐구요오..."
".....? ...우리 방? 너랑 내 방? 왜, 지민아, 왜?"
"그쵸, '형' 이랑 '내' 방이죠."

 

별 뚱딴지 같은 소리를 다한다며 몸을 돌려 미간을 좁히고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호석을 지민이 답답하다는 듯 지푸라기 같은 머리카락을 마구 쓸어넘겼다. 뭐야?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성질 급한 호석이 못 기다려주겠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등을 돌리고 눈을 감자 지민이 양 팔 사이로 호석을 가두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내려다보는 얼굴은 여전한 역광으로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속삭이듯 작아 호석은 인상을 찌푸리고 귀를 기울였다.

 

"근데 왜 룰을 어겼어요?"
"뭐????"

 

이 방을 사용할 때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둘 만의 룰을 만든 적이 있던가. 호석은 자신이 흘려보낸 약속이나 룰 따위가 있었는지 이리저리 기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도통 지민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청소랑 정리 정돈 좀 잘 하고 살라고 타박한 적은 많았을지언정. 황당했다.

 

"이 방에서 만큼은 형은 날 예뻐해야죠. 근데 왜 자꾸 정국이를 들이는데? 걔는 지 독방 놔두고 왜 자꾸 일로 오는데? 형, 내가 전에 말했잖아요. 정국이 싸고 돌지 말라고. 내가 진짜 꼴 비기가 싫어가 방에 들어오고 싶지도 않았어. ...그러니까 그냥, 예전처럼 하면 안돼요? 아니, 내가 그렇게 만들테니까 형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안돼요?"

 

 

 

평소 머리만 대면 쉽게 잠에 빠지는 호석이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죄다 개판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 가장 개판은 저 자신이라며 호석은 자조했다.

 

무슨 생각인지 연습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엉망진창으로 틀려대고는 지적하면 저를 노려보던 정국이며, 간밤에 정체 모를 말로 사람 속을 다 뒤집어 놓고는 아무 일도 없었던 양 정국에게 여념이 없는 지민이며, 그 모든 것들에 휘둘려 신경이 바짝 서 분위기를 몰아붙인 저 자신이며, 댄스 라인이라는 세 놈들이 하나같이 바쁜 와중의 연습을 깽판을 쳐놨다. 종내에는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듯한 정국이 기어이 지민에게 성질을 부려 일을 치더니만 정작 본인이 더 서럽게 울어 모든 멤버들이 달래주는 것으로 개판의 화룡정점을 찍었다.

 

겉보기에는 정국의 잘못으로 보이던 그 모든 상황의 책임은 사실 자신에게 있다고 호석은 생각했다. 티가 날 정도로 평소와는 달라보이던 정국의 행동을 묻거나 이해하려는 배려도, 상황을 조절하려는 노력도 없이 제 기분 대로 밀어붙인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사라진 마음의 여유과 스스로 쌓아뒀던 감정에 휘둘려 오늘 같은 사단을 만들어 냈다는 사실 그 자체가 호석은 너무나도 부끄럽고 화가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왜 이렇게 된거야?
언제부터?
온 몸의 열이 속으로 모여 천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차가워진 머리는 지난밤의 지민의 말부터 거슬러 올라가 이리저리 찢겨진 감정의 편린들을 조각조각 모아 하나의 합리적 형상을 맞춰나갔다. 어제의 말들, 그 때의 톡, 처음 불만을 토하던 때의 표정, 그리고 지금까지의 모든 행동들. 그 모든 것들.

 

교묘하게 일그러져 있어 보는 이에 따라 다른 형상으로 보이던 그것.

 

방 안을 방황하듯 이리저리 배회하던 중 방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기가 무섭게 호석은 손에 아무렇게나 잡힌 베게를 문을 향해 집어 던졌다. 베게는 퍽 소리를 내며 지민의 허벅지에 부딫히곤 궤도를 틀어 방구석으로 나가 떨어졌다.

 

"....왜 나한테 화풀이 해요? 정국이 궁지로 몰아서 울린건 형이면서."

 

조용히 방 문을 닫아 잠구며 담담히 내뱉은 지민의 말 하나하나가 이미 호석의 행동과 감정을 예상했다는 듯 비난의 가시를 품고 폐부를 찔러댔다. 그리고 오히려 그 계산된 비난이 호석의 지민에 대한 의심을 확신으로 돌려놓았다.
속에서 올라오는 욕지거리, 고함, 감정만 한가득인 비난 등등이 순간적으로 터져나오려는 것을 꾹 여물어 참았다. 이 말에 휘둘려 잘못 대꾸하는 순간 논점은 역전이 될 것이고 결국 상황은 겉잡을 수 없는 곳으로 치달을 것이 분명하기에 호석은 말을 고르고 또 골랐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호석의 얼굴을 역설하듯 관자놀이와 턱관절에 핏대가 잔뜩 올랐다. 

 

"너, ....어제 니가 말하던 예전처럼이 뭐야. 오늘 같은 꼴이 니가 만들겠다던 예전처럼이야?"
"........"
"그래, 뭐 나 오늘 너한테 휘둘려서 감정적으로 정국이 갈구고 멤버들한테 다 민폐 끼쳤어. 그래서, 잘난 니가 원하는게 뭔데? 나랑 정국이랑 소원해지는거? 사람 가지고 장난치는거? 내가 얼마나 멍청한 놈인지 시험하는거? 그딴게 니가 원하는거야, 어? 말을 하라고!"
"................"

 

문 앞에 붙어 입 한 번 벙긋하지 않는 지민을 압박하듯 호석은 성큼 다가섰다. 서릿발 같은 호석의 반응이 저의 예상지에는 없던 것인지 지민은 말이 없었다. 당당히 비꼬는 말을 던졌던 때의 기세는 사라지고,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 급급한 방어적인 눈빛이 호석의 쏘는 듯한 추궁을 피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너, 설마 정국이한테도 장난질 쳤냐?"
".........정국이 되게 챙기네."

 

한참만에 불만 섞인 지민의 삐죽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푹 수그려진 고개 밑으로 지민의 표정이 숨어들었다.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반격인 것인지, 아니면 정국의 이름이 거론된 것이 거슬린 것인지 호석으로선 알 수 없었다.

 

".........형이랑 정국이가 먼저 그랬잖아요."
"뭘."
"먼저, 나만... 아니. 왜.... 왜."
"쳐다보고 말 똑바로 해라. 니 말 하나도 모르겠으니까."

 

제대로 스위치가 켜진 호석의 냉랭함 사이에 어찌 파고 들 구석을 찾지 못하고 이리저리 배회하는 지민의 상처 받은 자존심이 억울한 듯 뭉개진 말투를 뱉게 했다. 그러나 그것마저도 받아주지 않겠다는 듯 날카롭게 쳐내는 호석의 차가운 말투가 지민을 와르르 무너뜨리고 말았다.
감정의 홍수가 말의 파도를 타고 무너진 고집의 둑을 뛰어 넘어 마구 밀려들어왔다.

 

"..... 왜 날 불안하게 만들어요? ...왜 다들 제 자리에 있지 않는건데? 지금까지 잘 해왔잖아요. 형한테... 형한테 내가 사랑 받고, 그 사랑 내가 정국이 물려 주고! 그렇게 우리끼리 잘 해 왔잖아요, 지금까지... 근데, 근데 왜 둘이 날 배신해요? 왜? 대체 왜?"

 

고개를 들어 호석을 노려보는 지민의 눈에는 상처 받은 서운함과 외로움이 쏟아질 듯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호석은 예전 그 눈빛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언젠가 태형이 드라마 촬영으로 친분이 생긴 다른 배우들과의 모임을 즐기며 자꾸 밖으로 나돌았을 때, 그 서러움을 저에게 토로하던 그때의 눈빛이 꼭 지금처럼 그랬던 것을 기억했다. 그렇게나 사랑과 외로움과 시샘이 많던 아이었다.

 

어느샌가 호석의 양 팔을 붙잡고 있는 지민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다.

 

"다 그냥 그 자리에 있으란 말예요. 원래대로. 변하지 말고! 내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날 사랑해 달라구요! 나만! 형도, 정국이도, 남준이 형도, 윤기 형도, 석진이 형도, 태형이도, 전부 나만 사랑해줬으면 좋겠다구요. 갈증이 나서 견딜 수가 없어. ......난 너무 무서워요. 다 나만 두고 어딘가 가버릴거 같아. ...내가 이렇게 못나서 다들 나 버리고 떠날까봐, 너무... 너무 무서워요, 형.... 그러니까 그냥 원래대로 그 자리에 있으면 안돼요......? 그냥, 이렇게, 영원히....."

 

욕심은 많고 마음은 여린 지민이 한참을 혼자 외로움을 앓아 욕창이 생길 정도로 속으로 곪고 또 곪다가 결국 터져나온 것은, 무슨 수를 써서든 저와 정국의 사이를 필사적으로 비집고 들어가려던 발악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만이 지민이 생각하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듯.
억장이 무너지는 듯 해 호석은 눈을 감았다.
쥐어 짜내는 듯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지민의 피고름이고 멍자국이었다.

 

자책은 지민의 고질병과도 같은 것이었다. 처음에는 어렴풋한 소외감으로 시작된 감정이 돌고 돌아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에도 그것을 표현하거나 처리하지 못해선 결국 거짓말과 좋지 않은 의도를 가진 말로 엇나가 버리고는, 그러한 자신이 너무나도 싫어 스스로를 못살게 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민이었다. 

 

그 끝까지 모질지 못한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호석은 마음이 아팠다. 그 넘어질 듯한 위태위태함에 손을 뻗어야만 할 것 같았다. 그 손을 뻗는 순간 저와 정국은 '원래대로', 내리사랑 만을 실천하며 지민이 원하는 그 한 자리에 묶인 듯 항상 그렇게 서 있어야 할 것 처럼.

 

멤버 모두가 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될 지는 누구보다도 지민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라 호석은 생각했다. 

 

"지민아, 그 자리는 우리가 스스로 원해서 서 있는 자리야?"
".................."
"...아니면 네가 멋대로 정해 놓은 우리의 자리야?"

 

호석의 팔을 잡았던 손에 힘이 더해지다가, 이내 풀려 빠져나가다가, 다시 미련을 갖듯 손톱을 세우고 할퀴듯 그러잡았다가, 결국 놓아주듯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손을 따라가듯 지민의 몸 역시 문에 기대어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함께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춰오는 호석의 시선을 피해 천장 이리저리를 방황하는 눈은 공허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형... 뭘 해야 될지도 모르겠구요..."

 

호석은 이럴때면 지민의 깊은 외로움에 공명할 수 있는 남준의 감성과 언변이 자신에게 없음이 안타까웠다. 대신 바닥에 아무렇게나 내던져진 지민의 손을 잡아 기운 내라는 듯 위 아래로 살살살 흔들었다. 힘을 다해가는 시계는 이렇게 해주면 다시 밥 먹고 움직이던데.
병주고 약주는 느낌에 스스로 민구스러워졌다.

 

"나는... 너가 나보고 정국이한테 뭐, 그렇게 하지 말랬을 때 내가 얼마나 눈치 봤는지 아냐? 근데 뭐... 해보니까 안되더라고. 너무 힘들었어. 그래서 난, 앞으로 내 맘 가는대로 할거야. 니가 뭐라고 하건. ...정국이도 지가 하고 싶은대로 굴겠지. 걘 늘 그랬으니까. 그러니까, 그러니까 지민아. 너도 너 맘 가는대로, 하고 싶은대로 솔직하게 굴어. 나랑 정국이 있는거 싫으면 가운데 낑겨오던, 떼를 쓰던, 하지 말라고 소리를 치던. 너 하고 싶은 대로, 묵혀두지 말고 그냥 그렇게 해. .......근데 진짜 앞으로 또 이렇게 하면, 진짜 형한테 아주 많이 많이 혼나. 알겠어요? 지민이, 알겠어요?"

 

뽕실하게 잡히던 젖살 가득한 볼살은 이젠 없어졌지만, 호석은 그 때 그 어렸던 날을 떠올리며 손가락 끝으로 지민의 볼을 한꼬집 잡아 살살 흔들었다. 저를 그렇게도 귀엽다며 들러붙어 쪼물딱거리던 옛날 생각이 나는지 아니면 아직도 저를 아기 취급하는 호석이 어이 없던지, 어쩌면 둘 다 일 수도 있는 이유로 지민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며 베시시 웃었다. 

 

"...형 나 한 번 만 안아주면 안돼요?"
"으휴, 애기야, 맨날 어른인 척 구는 우리 애기...."

 

양 팔을 크게 벌려 제 품에 가득 품 듯 지민을 안았다. 세상으로부터 숨듯이 제 얼굴을 호석의 어깨로 파뭍어 버린 지민의 한숨이 뜨거웠다. 

 

"더 세게 안아줘요. 더. 더. 내가 부서져 없어질 정도로."

 

있는 힘껏 안고 또 안아도 부족하다는 듯 지민이 호석의 마주 안은 등을 더욱 강하게 끌어 당겨 안았다. 자신을 놓는 순간 세상이 없어질 것 마냥 그렇게 필사적으로.

 

"미안해, 지민아. 형이 지민이 서운했던거, 답답했던거, 힘들었던거 미리 몰라서 미안해. 형이 진짜 나빴네, 우리 지민이 마음도 몰라주고. 형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다, 그치?"

 

도리질 치는 지민의 머리를 받쳐주고 있는 한 쪽 어깨가 축축해졌다. 쿨쩍 쿨쩍 거리는 소리에 맞춰 한참을 등을 토닥여도 눈물은 잦아들 줄을 몰랐다. 

 

이렇게나 많이 서운했고 답답했고 힘들었다고 지민은 솔직한 자신을 끄집어내어 호석에게 내던지듯 항의 했다. 

 

 

 

 

 

 


지민이는 멘탈이 약한 아이입니다...
호석이를 전적으로 믿으셔야 합니다...
정국이를 침대로 들이셔야 합니다...
호석이 생일날까지 완결 올리면 제가 이기는걸로...! 으아아 힘을 내라 나의 핑크뇌야!!!
(이번편은 진짜 국홉이라는 태그가 좀 부끄러울 정도의 민홉 같으면서도 민홉이 아닌 머... 그렇네요...)

[2019.02.16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