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을 주세요 [완결]

[국홉/홉른] 사랑을 주세요 #04

by 1mpulse 2020. 4. 27.

by Impulse

 

 

요 며칠간 정국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혼란스러웠고 우울했고 억울했다.

 

누군가 그에게 왜 그렇느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꽤나 많은 사례들을 종알종알 줄줄이 늘어놓을 테지만, 그 모든 사례들을 종합해서 추려내면 결국 '호석이 형 때문에' 라는 한 문장으로 귀결될 것이다.
정국은 최근 호석이 저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그냥 잘 몰랐다.
막내즈끼리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을 모르니까. 원래 애들끼리 놀다 보면 배고픈 줄도 모르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는 법이지 않은가. 그러다가 어느 한 순간 깨닫는 것이다. 뭔가 허전한데? 호석이 형 어딨지? 호석을 찾기 위해 주위를 휘휘 돌아보면 다른 형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거나 막내즈 끼리 노는 것을 멀거니서 보고 있거나 하여, 그런 호석에게 다가가 들러붙어 함께 놀기를 청하자면 한다는 소리가 피곤하다, 괜찮다, 지민이가 너 찾는다, 가서 놀아라. 

 

한숨을 폭 내쉬고 떨어져 나와 정말 컨디션이 안좋은가 싶어서 걱정스레 곁눈질로 지켜보면 다른 멤버들과는 또 멀쩡하니 잘 놀기만해서 정국은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도 거기 끼어서 한동안 신나게 장난치고 놀다보면 어느샌가 또 다시 호석은 슬그머니 뒷전으로 빠져 어디론가 사라져버리는 통에, 정국은 또 다시 허한 마음을 부여잡고 제 자리만 이유 없이 멤멤 돌 뿐이었다. 이럴 때 정국은 호석이 너무나도 난감하고 어려웠다.
그는 물처럼 투명한 사람이지만 반대로 물처럼 잡으려 하면 잡히지 않는 사람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무언가 화라도 났나 싶어 안색을 살피면 그런 내색일랑 일절 보이지 않았고, 왜 저를 피하냐며 따지기엔 호석의 행동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워 오히려 저 자신이 괜히 예민하게 구는 걸까 싶어 쉽게 말을 건넬 수도 없었다. 게다가 정국에게는 굳건한 믿음이 있었다. 저가 무엇을 하던 호석이 저를 싫어할 리가 없다는 근거를 알 수 없는 자신만만한 믿음이. 

 

그 믿음에 금이 가게 된 것은 호석이 저를 피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고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때의 일이다. 

 

연습실에서, 대기실에서, 혹은 밖에서 호석과 마주치기 힘들다면 남은 것은 역시 호석의 침대를 습격하는 일 뿐이었다. 

 

여느때처럼 호석의 침대를 차지하고 누워 침대 주인을 기다리는 동안, 정국은 머리 속으로 여러가지 질문들을 만들고 지우고 고치고 엮느라 복잡스러웠다. 형 요즘 나한테 왜 그래요? 형 나한테 화난거 있어요? 형 요즘 안 좋은 일 있어요? 내 말 좀 들어줘요. 형, 형, 호비형, 호석이 형...
평소 찾아왔을 때의 기분 좋은 충족감과 설레임은 온데 간데 없고 초조함과 긴장이 가득해 제 손에 땀이 차는 것이 느껴져 정국은 양 손으로 파자마 끝자락을 꼭 말아쥐었다.
얼마간을 그렇게 호석을 기다리고 있었을까, 

 

"정국아, 오늘 형 작업실에서 안 올거 같다."

 

드물게 제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지민이의 입에서 청천벽력 같은 말이 떨어졌다. 

 

정국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고개를 모로 꺾어 바라본 지민은 별 일 없다는 듯 여전히 핸드폰만 볼 뿐이었다.

 

"형은 그거 어떻게 알아여? 호석이 형한테 나 여 있다는거 말 했어여?"
"응, 니 기다리니까 어디냐고..."

 

정국은 갑자기 혼란이 오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 멤버들과 다함께 숙소에 들어온 것이 바로 한 두 시간 전인데 그 사이에 또 다시 작업실엘 갔다고? 게다가 안오겠다니? 몇 번을 곱씹어 생각해 보아도 이것은 제가 생각하는 그 상황이 맞는 듯 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호석은 지금 정국을 피하며 거리를 두려고 하는 것이다.

 

턱하고 공기가 막히는 듯한 답답함에 큰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일어나 지민쪽으로 걸터앉았다. 정국은 확인받고 싶었다. 이것이 자기만 혼자 예민하게 느끼고 설레발을 떠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도 자신과 마찬가지로 느끼는 것인지. 

 

지민이라면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고 있을 것 같았다. 지민은 정국에게 늘 상냥하고 호석과 가장 오래 룸메이트를 하고 있는 멤버이고, 자기와는 다르게 친구도 많고 인간관계도 넓으니까. 

 

그렇게 이유를 붙였지만 사실 정국은 지민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길 바랐다. 더 나아가 지민이 저 대신 호석에게 따져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아주 조금 있었다. 왜 우리 정국이 피해다니는데, 왜 우리 정국이 맘 아프게 하는데, 왜 우리 정국이 맘 안 받아 주는데. 

 

아니, 지민이던 누구던 상관없이 그냥 제 칭얼거림을 받아 줄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부터 말해야 좋을지 몰라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입술만 달싹이고 있을 때 지민의 입이 먼저 열렸다.

 

"내 니 말했지. 형 자는데 불편하게 왜 자꾸 형 침대에서 자느냐고."

 

무슨 일이냐고 묻는 대신 대뜸 정국을 탓하는 듯한 지민의 말투가 꽤나 아팠다. 정국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핸드폰 화면만 보는 지민의 얼굴이 무표정하게 굳어있었다.

 

"형이... 호석이 형이 그래여?"
"호석이 형 요즘 기분 꽁기해 가지고 별로 치대지도 않데? 형이 제대로 말은 안하고 그카니까 알아서 잘 해야된다이. 호석이 형 좀 냅둬라."

 

지민의 마지막 말에 울컥하는 부분이 있었다. 말만 들으면 저가 호석을 아주 몸살이 날 정도로 가만두지 않은 양 이야기하는데, 결코 정국은 그런 적이 없었다. 얼마 전까지야 제 몸을 컨트롤 못하고 이리저리 과하게 치대긴 했어도, 호석의 침대에 기어들어가기 시작한 이후로는 그런 일들도 거의 없어졌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항변하려고 입을 여는 순간, 그것을 재기라도 한 듯 지민이 또 다시 먼저 치고 들어왔다.

 

"니야 자기 시작하면 업어가도 모르지만 호석이 형은 잠 잘 때 예민해. 너는 모르겠지만. 나도 처음 같이 방 쓸 때 내가 잠 안자고 뒹굴거리기만 해도 어떻게 알고 깨서 잔소리하고 막 그랬단 말야. 근데 일주일에 몇 번을 니가 그 덩치로 옆에서 낑겨 잔다고 생각 좀 해 봐라. 음청시리 불편할거 아이가."

 

할 말이 없어졌다. 그 말이 다 맞는 것 같았다.

 

지민의 말을 듣고 보니 이 모든 것들이 저가 벌인 잘못 같아 의기소침해지고 자책하게 되는 반면, 아니 그럼 불편하다고 말을 하지 왜 날 피하고 도망을 가, 라며 호석을 탓하고 싶은 마음도 한가득이었다. 하지만 또 호석이 저 때문에 힘들어서 거리를 둔 것이라 생각하면 지금껏 호석의 따뜻한 반응에 기대어 어린애처럼 어리광을 부렸던 자신이 한심스러워지기도 했다.
복잡스런 감정에 갈피를 못잡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정국의 허벅지를 지민이 꾸욱 눌러잡았다. 

 

"정국아, 호석이 형이 좀 지쳐서 그런걸거야. 저러다 한동안 내버려두면 괜찮아져. 그 때까진 형이랑 놀자. 마! 내가 호석이 형보다 못한게 뭐 있노!"

 

웃으며 정국의 허벅지를 두들기듯 장난을 걸어오는 지민을 보니 정말 별 것 아닌 듯 싶었다. 지민이 말 한 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걱정하거나 이해하지 못 할 일도 아닌 듯 했다.
나한테 화 난게 아니라 좀 피곤해서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거구나. 그럼 얼마 정도는 참지 뭐. 호석이 형이 괜찮아질 때 또 같이 놀아야겠다.

 

정국은 지민과 이야기를 나눠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호석이 형이랑 룸메이트를 오래 해서 그런지 형을 잘 아네! 

 

그리고 풀이 죽어보이는 정국이 그렇게나 안쓰러웠던지 지민은 정말로 열과 성을 다해 정국을 예뻐했다. 열심히도 치댔고 무엇이든 같이 하자고 청했으며 늘 심심치 않게 놀아주려 하였다. 정말로 호석의 난 자리를 저가 메꾸기라도 하려는 듯이. 

 

 

 

 


연말에 바빴더니 세이브가 다 떨어져봉게로 분량이 쪼까 부족하네요잉.
호서기 안나오는 국홉.... 홍철 없는 홍철팀 
찌미니 마음은 나도 몰라여. 정국이 팔랑귀에요. 노루 야캐요.

[2019.01.05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