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Impulse
- "무안 단물을 마시고 텔레파시가 통하게 되었어요!"
전정국 형제 (방탄소년단 막내 뿌잉뿌잉)
지난 날, 저는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도 못하는 수줍음 많은 소년이었어요. 늘 마음 속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하고 어버버 거리다가 울어버리기 일쑤라서 정말 스트레스 였답니다.
온 소속사 직원들과 멤버들이 달려들어 고쳐보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순간 무안 단물이 생각나서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마셨더니 며칠 가지 않아 입이 트이게 되고, 심지어 멤버 형들 중 하나는 텔레파시로 제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할렐루야!
소위, 맛이 들렸다고도 한다.
호석의 침대에서 침대 주인의 거부를 묵살하고 제 맘대로 함께한 하룻밤이 정국에게는 그렇게도 꿀맛이었던지 그 뒤로도 자주 호석의 침대를 찾았다. 심지어 이 막내라는 녀석은 영악하게도, 호석이 짜증을 내건 말로 구스르건 제가 움쩍달싹 하지 않고 침대에서 버팅기기만 한다면 그가 먼저 꺾여선 어쩔 수 없다는 듯 침대를 절반 내어주게 될 것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호석은 정국이 하는 것은 다 오냐오냐 해주는 데다가, 정국을 들쳐메어 바닥에 패대기를 칠 체력도 근력도 없다는 것을 정국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반복되는 뻔한 실랑이에 포기를 한 것인지 아니면 익숙해진 것인지, 점점 호석의 침대 소유권 주장(?)도 짧아져 종내에는 에휴 좀 비켜라, 하는 손짓 한 번으로 정국의 동침을 눈감아 주기에 이르렀다. 그러면 또 신이 한껏 나서는 옆에서 잠든 호석을 꼼지락 꼼지락 신기한 듯 관망하거나 조물조물 강아지에게 하듯 쓰다듬거나 하다가 늦게 들어온 지민이 핀잔과 함께 스탠드 불을 끄면 그제서야 겨우 잠이 들고는 했다.
그래도 정국에게는 나름의 예의란 것이 있었다.
무려 자신의 침대에서 하룻밤을 함께 재워주는 것인데 최소한 침대 주인의 허락은 억지로라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신세지는 입장에서 피곤한 침대 주인을 깨우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정국이 생각하는 나름의 예의였다. (논리적 모순점 따위는 쿨하게 무시해 버리고 저의 생각을 관철하는 것이 바로 황금 막내 전정국이었다.) 그것들을 지키는 것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평소 호석은 지친 몸을 가누지 못하다가 남들이 다 씻고 난 뒤에야 겨우겨우 씻고 잠자리에 드는 타입이기에 지금까지 대부분 정국은 호석이 없는 틈에 쉬이 그의 침대로 먼저 잠입해 들어갈 수 있었다. 따라서 오늘도 그러리라고만 생각하고 헐레벌떡 씻고 머리도 말리고 파자마도 차려입고 방에 들어오니 왠걸, 호석이 왠일로 이미 다 씻고 자리에 누워 잠이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정국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잠든 호석을 깨울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냥 돌아가기에는 아쉬운 마음에 슬금슬금 침대 맡으로 가 킁킁 냄새를 맡았다. 언제나 강아지 털 같은 호석의 머리카락에서는 햇살과 샴푸 냄새가 뒤섞인 향내가 났다. 잘 자라는 인사 대신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보다가 제 방으로 돌아가려고 스탠드를 끄려는 찰라, 이불 속에서 불쑥 호석의 손이 튀어나와 휘적휘적 정국의 팔을 붙잡았다.
깨워서 미안해여, 예상치 못한 호석의 행동에 정국의 눈이 동그래져선 웅얼거렸다.
잠에 취해 가늘게 뜬 눈으로 한동안 저를 내려다보는 정국의 시선을 마주하나 싶더니 이내 이불 한 쪽을 제껴 올리며 손을 까딱까딱 해 보인다. 잠꼬대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명확한 호석의 권유에 매번 소소한 실랑이에 익숙하던 정국이 오히려 잠시 주저했다. 정말로? 진짜? 끄덕이는 호석의 고개짓을 확인하기 무섭게 정국은 날 듯이 이불 안으로 제 몸을 슬라이딩 해 들어갔다. 호석이 덥혀놓은 따끈한 이불 속 온도가 훅하고 정국을 맞이했다.
품에 자리를 잡고 안기자 어르듯이 속삭이는 목소리가 정국의 가슴을 간질였다.
"꾹아... 형이 그렇게 좋아? 왜 이렇게 밤마다 찾아와..."
네 많이 좋아요, 라고 말 해버리면 될텐데 아직 덜 벗어낸 사춘기가 여태 제게 남아 있었던 건지, 솔직하게 대답하기엔 왠지 쑥쓰럽고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렇다고 아니요, 라고 대답하는 것은 더더욱 싫고 그냥 말 안해도 제 맘 좀 알아 줬으면 하는 마음에 우잉잉잉 강아지 낑낑대는 소리를 내며 호석의 가슴팍에 제 머리통을 비벼대는 것이 정국 나름에 최대한의 표현이었다.
"…뭐가 그렇게 좋아. 에구…"
호석의 품에 꽉차게 안겨서 앓듯이 낑낑거리는 정국의 등을 토닥이며 호석이 묻는 듯 달래는 듯 웅얼거렸다. 뭐가 그리 좋은 거냐 묻는다면 좋은 것을 좋아서 좋다고 밖에 할 수 없다고 그 옛날 드라마 대사에 빗대어 정국은 생각했다. 이렇게 매번 불쑥 쳐들어 오는 저를 꼭 안아서 달래주는 부분도, 제가 똑바로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라도 읽듯 제 맘을 다 알아주는 부분도 모두 모두 다 좋았다.
정국의 마음이 호석의 애정을 먹고 풍선처럼 부풀어올라 뚱뚱해지고 또 공기보다 가벼워졌다. 또, 금방이라도 빵하고 터질 것만 같아서 간지럽고 위태로웠다. 내가 이렇게나 많이 형을 좋아한다는 것을 형이 안다고 해줬어. 얼굴 한 가득 배실 배실 웃음이 가득 찼다. 터져서 날아가 버릴 것 같은 마음을 꽉 붙잡아 줄 실이 필요했다.
"손 잡고 잘래요?"
청유형이었지만 동시에 확정적 행동을 요구하는 말 임을 정국 스스로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에 응답하듯 겹쳐지는 호석의 손을 지난 번처럼 단단히 깍지 껴 자는 동안 풀어지지 않게 하리라 다짐했다.
단단히 붙잡힌 손과는 달리 자장 자장 등을 두들기던 다른쪽 손이 어느새 멎어버린게 아쉬워 정국은 더욱 더 호석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이미 제 덩치는 호석의 품보다 훨씬 차고도 넘쳤지만 굳이 그 속으로 파고드는 것이 제 몸보다 작은 상자에 꾸역꾸역 들어가려는 고양이나 진배 없다.
"정국아, 자냐? 아직도 자냐아~?"
지난 밤의 행복함에 빠져 꿈나라를 헤메던 정국의 몸 위로 갑자기 묵직한 무게가 덜컥 실려왔다. 씻고 들어온 지민이 꿈쩍도 않는 정국의 위에서 애벌레 마냥 꿈틀거리며 이불 위로 빼꼼히 나와있는 얼굴에 젖은 머리를 마구 비벼댔다. 제 아무리 잠 깨우기 고약한 정국이라도 얼굴에 물이 튀어오자 단숨에 잠이 달아나 버렸다.
"정국아, 너 왜 자꾸 호석이 형 침대에서 자는거야. 형 자는데 불편하게."
"....호석이 형 어디갔어여?"
"아침에 석진형이랑 운동 갔다고 하던데? 올 때 되지 않았나?"
정국은 내심 섭섭했다. 나도 운동 완전 좋아하는데 어떻게 깨우지도 않고 둘이서만 갈 수가 있지? 아침에 깨우는게 희대의 난제와도 같은 자신의 잠버릇은 생각지도 않고, 쉬는 날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나라도 같이 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친 것 만이 아쉬워 왠지 김이 팍 샜다. 이 아쉬운 마음을 잠으로 달래기 위해 정국은 슬금슬금 머리를 이불 속으로 다시 집어 넣었다.
"쓰읍! 정국아, 인제 고만 인나라. 망태기 할아버지가 이노옴~ 한다. 이노옴~!"
"...망태기 할아버지가 어딨어... 내가 애도 아니고. 자게 냅둬여."
"그럼 내 침대에서 자. 호석이 형 침대 좀 고만 쓰고!"
무슨 심보인지 정국이를 기어코 호석의 침대에서 몰아내려는 지민과 어떻게 해서든지 지금의 자리를 사수하려는 정국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이불 채로 정국을 들어올려 보겠다고 지민이 끙끙거리는 와중에 정국은 매트리스의 양 사이드를 꽉 붙잡고 있는 힘껏 버텼다. 몸을 이리 잡아 올리고 저리 잡아 올려도 힘으로는 대항할 수 없는 지민이라 호흡만 거칠어지고 효과는 영 좋지가 않은 것이 약이 오르는지 부산스럽게 쓸어넘긴 머리가 산발이었다.
정말로 정국은 지민이 이해가 가질 않았다. 멀쩡하니 다 씻고 와서는 땀나게 뭐하는 짓인지. 정국이 이해하기에 지민은 가끔 이상한 곳에 이상할 정도로 고집스럽게 빠져들었다. 지금도 깜냥조차 되지 않는 힘으로 정국의 허리를 붙잡고 어떻게든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늬들 내 침대에서 뭐하냐."
"아 호석이 형, 운동 나도 같이 가지...!"
억울한 마음을 토로하려고 고개를 삐쭉이 내미니 입을 시옷자로 하고 정국과 그 위에 올라 탄 지민을 빤히 바라고보고 있는 호석이 있었다. 얼굴 한 가득, 하고 싶은 말이 잔뜩 있는데 꾹꾹 눌러 참고 있습니다, 라고 써붙인 호석의 표정을 보았으나 그 원인을 게의치는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정국은 저가 자고 있는 사이 몰래 (?) 다른 사람과 운동을 가 버린 호석에 대한 야속함이 더 커져 투정 부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표정을 뚱하니 하고 있으면 웃으면서 미안하다고 달래 줄거야. 그런 생각을 품고있던 찰나, 상황은 어쩐지 엉뚱한 쪽으로 흘러가 버리고 말았다.
호석이 무언가 못마땅한 듯 혀를 쯧하고 차고 방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호석이 형 왜 저러지? 나 뭐 잘못했나? 예상치 못한 결과에 가벼운 패닉과 불안감이 정국을 찾아왔다.
영문을 몰라 두 눈에 지진이 일어난 정국이 지민을 올려다보자, 그 역시 마찬가지로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일 뿐이었다. 내가 가서 물어볼게 넌 그냥 더 자. 늘 정국에게 상냥한 지민의 말이 유일한 해결 방안처럼 느껴져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민이 형이 호석이 형하고 룸메이트 기간도 기니까 아마 어떻게든 잘 해 줄거야.
그런 무사태평함과 무심한 부분이 정국을 아직은 미숙하고 여전한 막내로 만들고 있었다.
해피 뉴 이어~
무안 단물이 무엇인지 모르시는 분들은 나무 위키를.... 그저 드립일 뿐 큰 의미는 없습니다...
[2018.12.29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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