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을 들어간지 얼마간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그 집안의 법도를 배우고 익히느라, 가만히 있어도 눈치가 보이고 괜히 주눅이 들어서 한참 움추러들어 있을 때, 그런 호석을 웃게 만들고 기운을 돋게 만들어 주는 것은 각시야 색시야 부르며 졸졸 쫓아다니는 꼬마신랑 정국이었다.
호석은 타고난 머리가 영리하여 일을 시키는 대로 곧잘 하기는 하면서도, 사람인지라 때론 실수를 하기도 하는 법이다. 그럴 때 집안 어르신께 한 소리 들을손 치면 어디서 듣고 튀어나오는지 정국이 온갖 해괴한 방법으로 호석이 혼이 나는 것을 막으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였다.
예를 들면, 닭장에서 귀한 장닭을 잡아다가 담장 위로 올라가 봉황이 날아간다며 고모님 뒤통수에 대고 집어 던진다던가. 풀숲에서 젖먹이 새끼 염소를 납치해, 화가 단단히 난 어미 염소가 쫓아와 작은 아버지 엉덩이를 냅다 박치기로 받아버리게 만든다던가. 어디 개울에서 잔뜩 잡아온 개구리들을 차례 지내는 방에다 풀어놔서 온 집안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그걸 잡으러 뛰어다니게 만든다던가.
그 때마다 끌려가서 회초리로 종아리를 흠씬 두들겨 맞고는 엉엉 울면서 바짓단을 잡고 방으로 돌아오면 그 연약한 종아리에 고약을 발라주고 달래주는 것 또한 호석의 일이였다.
"서방님, 그러게 왜 그런 장난을 쳐. 이렇게 종아리 퉁퉁 붓게... 아이구, 어떡하니..."
"....안그러면 각시가 혼나잖아."
"...잘못했으면 내가 혼나야지 왜 서방님이 혼나..."
"나는 여기서 나고 자랐지만, 각시는 아니잖아. 그러니까 우리집에서는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니까 잘못할 수도 있잖아. 그런데도 각시가 혼나면 나는 그건 좀 많이 억울한 것 같아."
"..............그래서 개구리를 그렇게 많이 잡아다가 풀었어?"
자기도 잘못한 걸 알지만 그랬어도 마땅했다는 듯 히, 하고 웃어버리는 정국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금새 살가운 고양이처럼 부비적거리며 품으로 안겨들어오는 것이 귀여웠다. 남편은 남의 편이라더니, 이 집안에서 온전히 제 편인 것은 정국뿐인 것이 기특해 그 조그만 것이 호석의 마음에 제법 의지가 되었다.
"서방님아, 내가 더 빨리 집안일을 익혀서 앞으로는 서방님이 이렇게 말썽 안부려도 되도록 할게. 그럼 우리 서방님도 조금은 의젓해질까?"
"각시는 내가 의젓한게 좋아?"
"안 의젓해도 좋은데, 의젓하면 조금 더 좋은 거 같아."
".............알았써~"
"...그리고 난 개구리 싫어. 징그럽잖아."
"알~~았~~~써~~~~"
그 뒤로 점차 호석은 집안일에 꼼꼼하게 실수 없이 잘 해낼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정국의 말썽도 점점 잠잠해져 집안 어르신들로부터 아이가 의젓해졌다며 결혼 시키길 잘 했다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그런 소릴 들을 때면 만면 가득 기고만장한 얼굴을 하고 보란듯이 저를 쳐다보는 정국이 귀엽고 웃겨서 그렇게 웃음이 터져나왔다.
의젓해졌다해도 아이 같은 것은 여전하여 봄이면 한웅큼 들꽃을 따다가 다다미질을 하는 호석의 머리 위에 뿌렸고, 여름이면 호석에게 먹이겠다며 밤에 몰래 나가 수박을 서리해 왔으며, 가을이면 동면 준비를 하느라 한창 바쁜 다람쥐를 잡아와서 호석을 닮았다며 온 집안 사람들에게 자랑을 했고, 겨울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호석의 무릎을 베고 누워 군고구마를 작은 손으로 오물조물 까서는 각시 한 입, 나 세 입 하며 눈 내리는 경치를 구경했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을 때,
"서방님, 이제 고만 먹어!"
"싫어!! 떡국 더 먹을거야! 더 먹어서 각시보다 나이 더 많아질거야아아악!!!"
떡국 먹는 만큼 나이 먹는다는 고모님의 농을 곧이 곧대로 들어서 어거지로 쑤셔넣다가 결국 탈이 나서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열 손가락 발가락 다 따고 토하고 아주 큰 일을 보낸 정월 초하루가 아닐 수 없었다. 시름시름 앓다가 잠이 든 정국의 몸에 피가 돌도록 팔과 다리를 주무르고 차게 식은 고사리만한 손과 발을 주무르면서도 너무나 안쓰러운 것이, 이미 호석의 마음에 정이 제대로 붙어버렸다.
책 읽기 싫다며 뿌루퉁해져 있다가도 제 얼굴만 보면 사르륵 눈 녹듯이 웃고, 알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처럼 졸졸 제 뒤를 쫓아다니며, 각시야 색시야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동그란 아이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사랑스러웠다. 제가 낳은 자식 만큼은 아니더라도 꼭 제 피붙이 친동생 같이 귀여워서 보기만해도 깨물어주고 싶고 껴안아 둥기둥기 해주고 싶고, 그래서 그리했고, 그걸 정국은 좋아라 했다. 그리하여 부부의 금슬은, 조금 통상적이지 않은 의미에서, 참으로 좋았다. 동네에서 으뜸이었다.
정국이 열 여섯이 되던 해, 귀한 손님을 맞이한다며 온 집안 사람들이 들썩였다. 젊은 나이에 소과와 대과를 장원으로 급제하여 종6품을 달고 몇 년 간 지방의 현감을 지낸 김 아무개라 하는 자가, 나랏님의 부름을 받고 한양으로 되돌아가던 길에 정승 어른의 안부를 여쭙고 하루 묵고 가겠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김 아무개가 현감으로 지내던 동안 그 고을은 참으로 살기 좋은 곳이 되었기에, 그가 떠나는 길에 백성들의 눈물로 길에 작은 냇물이 생겼다나 어쨌다나.
그런 뜬소문과는 별개로 호석 역시 그 장래가 유망한 대단하신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아침부터 바지런히 기름진 요리를 하고 아랫 사람들에게 일을 부리고 집안 구석구석을 살뜰히 살폈다.
저녁 나절이 되었고, 이윽고,
"이리오너라."
김 아무개의 몸종이 집안 하인을 불러 대문을 열었을 때. 그 문턱을 넘어서는 비단신과 두루마기, 마침내 뒷짐을 진 사내의 얼굴이 보인 순간 호석은 저도 모르게 자리에 주저앉을 뻔 하였다.
그 잘난 김 아무개가 제가 알던 남준이었음은 생각지 못하고, 꿈에서나 어른거리던 얼굴을 칠 년 만에 마주하자니 이것이 생시인지 귀신에 홀린 것인지 분간하지 못하고 그 변하지도 않은 얼굴을, 그러나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성숙함이 얹혀진 얼굴을 호석은 넋을 잃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준은 그런 호석에게 얼핏 눈길을 주는 듯 마는 듯,
"영감님께 인사 올리고 감히 존의를 듣고자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건만, 이리도 환대를 해주시니 참으로 면목이 없을 따름입니다."
정승께 크게 절을 올리고 사랑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지나간 첫사랑이라며 잊는다 잊는다 속으로 곱씹어도, 그래도 제가 정분을 주었던 것은 남준 하나 뿐인데. 칠 년 간 어른어른 그리워한 그 님이 참으로 얄굿게도 번듯한 모습으로 제 앞에 나타나서는, 저를 모른 척 하고 그 어릴 적과 변한 것도 하나 없이 애만 태우게 만드는 것이 그렇게 얄미울 수가 없었다. 반가운 만큼 억울하기도, 그리웠던 만큼 서운하기도, 애정하는 만큼 밉기도 하여 호석은 냉큼 안채로 도망치어 이불 속으로 폭 숨어버렸다.
"각시야, 왜 여깄어? 기분이 안좋아?"
".........응, 그러니까 저리 가라, 서방님아."
정국의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그것은 참으로 이상한 기분이 되었다. 마음을 다독이는 듯 안심이 되는 한 편, 또 다른 마음은 울컥울컥 짜증이 치미고 화가 났다. 그것을 죄도 없는 아이에게 풀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기에, 호석은 더더욱 이불을 둘둘 싸매고 얼굴을 숨겼다.
그 위로 토닥토닥, 어르는 듯한 손길이 몇 번. 그리고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고 정국이 안채를 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호석은 괜스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언제 저렇게 컸담, 옛날 같으면 뭉개고 달라붙어선 얼굴 보여줄 때까지 안나가겠다며 떼를 썼었을텐데. 그것 마저도 흘러버린 칠 년이란 시간의 결과인 듯 하여 야속한 마음만 더했다.
아프다는 호석을 대신하여 정국이 손님 대접을 하느라 분주히 돌아다녔고, 술안상이 올라간 저녁자리는 늦게까지 계속되었으며, 늦은 밤이 되어서야 집안 사람들은 피곤함의 마법에 걸린 것 처럼 다들 곯아 떨어져 버렸다. 그 속에서 오직 호석만이 신경에 날이 선 것 처럼 정신이 말짱하고 밤이 깊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어험,"
사랑방 쪽에서 낯선 이의 헛기침 소리가 나고, 지익 직, 신발 끄는 소리에 호석의 귀가 쫑긋하게 솟았다. 그 발자국 소리는 점점 안채로 가까워오는데, 신묘하게도 질질 끌던 신발 소리는 점차 살금 살금 발걸음을 옮기는 것 처럼 신중해지고 느릿해졌다.
구름 한 점 없는 밤에 밝은 달빛이 안채의 창호를 뚫고 새어 들어오는 때에, 그 창호문에 사람 그림자가 비쳤다. 호리호리한 그 인영이 말도 없이, 미동도 없이 그리 서 있는 것을 호석은 꿈이라도 꾸는 듯 마주바라보고만 있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까, 가늠조차 가지 않아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숨을 죽이고 있자, 이내 그 사람 그림자는 바람에 흔들리듯 조금 비틀거리다 창호문 옆으로 천천히 비끼어 사라졌다.
그대로 돌아간 걸까.
이대로 끝인 걸까.
이제는 정말, 다시는 보지 못할텐데.
이번이 아니면 마지막이 될텐데.
호석은 제 옆에 누워 잠든 정국을 돌아보았다가, 소리가 나지 않게 몸을 일으켜 살금히 창호문을 열고 빠져나와 쪽마루에 걸터앉아 제 발에 신발을 걸어 끼웠다.
그리고 그 그림자가 그러했던 것처럼, 살금 살금 주저함을 얹은 발걸음을 띄워 그림자가 사라진 방향을 따라 집 모퉁이를 돌았을 때,
휙, 하고 팔을 낚아채는 강한 힘이 호석을 어둑한 담벼락 밑으로 끌어들였다.
"석아."
놀라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버둥거리는 귓가에 달래듯 부르는 그 목소리에 호석이 멈칫,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제 볼에 맞닿은 단단한 가슴팍 너머로 쿵쾅쿵쾅 들리는 심장소리, 등 뒤로 깍지껴 둘러안은 긴 팔, 제 머리 위로 느껴지는 숨결.
난생 처음 커다란 품 안에 갖힌 듯한 낯선 느낌에 호석은 화악 온 몸에 열이 오르는 듯 했다. 미적미적 확인을 하려 고개를 들어 본 얼굴은, 그렇게도 사람 마음을 애끓이고 얄구지게 굴던 남준이다.
"오랜만이다."
그 말이 어찌나 얄미운지. 혼인을 오던 그 때도, 낯선 곳에 홀로 외로웠던 날들을 겪는 동안에도 제 옆에 있어주지 않았으면서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저를 내려다보는 선선한 얼굴이 미웠다.
그런 너는 참으로 그리도 잘나서 나를 보고 싶지도 않았는지, 저를 칠 년이나 내팽겨쳐두고 목구멍에 밥이나 잘 넘어가던지, 그런 밉살스러운 소리가 옛 버릇처럼 올라오려다가, 그것보다도 먼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더 빨리 오지 못해서 미안해."
모두가 잠 든 어두운 밤, 남들 눈에 띄여서는 안될 밀회를 감추고자 속 시원히 엉엉 울지도 못하고 그렇게 벙어리처럼 쌔액 쌕 목에서 쇤소리만 내며 저를 끌어안은 남준의 가슴팍만 눈물로 적실 뿐이었다.
등을 쓸어내리는 커다란 손이 뜨겁고 또 부드러워서 그것 또한 서럽고 서러웠다. 진작에 좀 오지. 그 때 혼인날 저 좀 잡아가지. 저가 혼인한다고 했을 때 펄쩍 뛰면서 안된다고 한사코 말리지. 이제 와서 미안하다 하면 어찌할 것인데.
"사무치게 보고 싶었다."
그 말과 함께 포개어 들어오는 입술을 맞이해 버린 것은, 애틋한 그리움 때문인가 아니면 속 끓는 외로움 때문인가.
"나랑 같이 도망치자, 멀리."
올려다보는 그 얼굴은, 아주 어릴적부터 보던 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무언가 확신과 결의에 찬 그 얼굴을 할 때면 남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그 일을 기어코 해내고야 말았다. 이대로 남준을 믿고 따라가기만 한다면 참으로 그가 원해는대로 어떻게든 일이 풀릴 것이란 것을, 호석은 어렴풋이 느꼈다.
"........가면 어디로 가, 우린?"
"멀리. 아주 멀리. 아무도 우리 못 찾는 곳으로. 우리 둘 만 있는 곳으로."
그 곳에서 둘이서 살고, 아이를 낳고, 오손도손. 그렇게.
그렇게나 듣고 싶은 말이 남준의 입에서 떨어져 나온다. 그 말이 고막을 뚫고 들어오는 순간 호석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가슴이 두근거리고 벅차올라 그런 것인지, 아니라면,
남준이 손을 뻗어 호석의 뼈가 가늘은 손목을 붙잡았다.
이대로 그 손에 이끌리어 둘이서 대문을 나서고, 이 곳에서 벗어나 어딘가 둘 만의 보금자리를 찾아 훨훨 날아가게 될까. 그런 둘은 온 세상을 누비는 한 쌍의 발 없는 새들이 될까.
호석은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
안채가 있는 집 모퉁이가 보이고, 마당이 보이고, 부엌이 보이고, 그렇게 칠 년을 보내는 동안 이제는 온전히 제 공간이 되어버린 집과, 그 안에서 제 몸에 끈이라도 메어놓은 것 처럼 졸졸 붙어다니던 아홉살 꼬맹이의 잔영이 보였다.
햇살을 머금은 반짝이는 눈망울이, 딸랑이는 방울처럼 청량한 웃음소리가, 제 뺨에 맞부대끼던 뽀얗고 따뜻한 온기가.
이제는 제법 몸이 자라버린 그 꼬마신랑과의 추억은 어느새 산더미만큼 바위만큼 커져버려, 그 아이를 떠나버려야 한다면 그와 동시에 어딘가 제 마음 한뭉텅이를 왈칵 잘라내야 할 것 같아서.
남준은, 저가 없어도 지금처럼 살아도 살겠지만, 정국은, 그 아이는 저 없이도 살 수 있을까...?
매일같이 울며 불며 저를 찾다가, 그러다 잘못되기라도 하진 않을까.
그 상상만으로도 울컥 목이 메여왔다.
"준아,"
".........응."
"그 때."
"나 잡아달라고, 솔직하게 말 못해서,"
"그리고 이젠 너와 같이 가지 못해서,"
"미안해."
잡혔던 손목에서 크고 뜨거웠던 그 손이 떠나갔다.
그 까맣고 어두운 밤은 어떻게 다시 하얗게 새었는가.
그렇게 각자의 방으로 돌아간 후, 남준은 다시금 이름조차 모를 김 아무개가 되어 하룻밤 감사히 묵었다며 깍듯이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전정승댁 외손주의 며늘아가는 김 아무개라는 자가 한양으로 떠난 후, 구름 한 점 없이 밝은 달이 뜰 때면 쪽마루에 걸터앉아 멍하니 달을 올려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 때 정말로 함께 떠났다면 어땠을까. 그럼 정말 행복했을까.
그것에 확신을 갖지 못해 이곳에 남은 저는, 그렇다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자신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저를 이곳에 남게한 미련은 또 무엇일까.
호석은 그 이유와 동력을 저 방 안에서 곤히 잠이 든 아이에게서 찾았다.
정국이 이대로 학문도 열심히 깨우치고 운동도 열심히하여 무럭무럭 성장해 한양에 가서 과거에도 급제하고, 그리고.... 제 나이 또래에 맞는 좋아하는 짝을 찾아서 첩으로 들이고, 그리고, 그리고.... 그 둘 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서얼이 되면 아니되기에 저가 양자로 삼아 키우고. 예쁜 정국이 낳은 그 아이는 또 얼마나 더 예쁠까.
그렇게 그 아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을 자신의 이유로 삼았다.
달이 밝은 밤마다 쪽마루에 걸터앉은 호석의 그림자를, 정국은 오늘도 창호문 너머로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김현령이 제 집을 거쳐간 그 밤, 정국은 저 어릴 때 호석이 제 귀에 불러주었던 그 노래의 의미를 알아버리고 말았다.
그 노래를, 문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게 정국은 흥얼거렸다.
갑돌이와 갑순이는 한 집에 살았더래요.
갑돌이는 갑순이가 너무나도 좋았더래요.
그러나 갑순이 맘엔 다른 사람 뿐이래요.
겉으로는 음음음....
날 보고 서방님이라 하면서.
내 세상엔 각시 밖에 없는데.
이렇게 열심히 쓰려고 붙은 스케치 머릿말이 아닐텐데............
그래도 상편이라고 올렸으면 끝은 봐야죠... (얼른 털어버리고 공부하자)
[2019.11.28 작성]
포스타입이 편하신 분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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